[휴] 약초 향에 취하고 청정 숲에 반하다

글·사진(산청)=최수문 기자 2022. 11. 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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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약초의 고장' 경남 산청군
지리산 품은 한방테마파크 동의보감촌
한방치료체험 등 웰니스 관광으로 힐링
약초시장 들러 건강茶 마시면서 족욕도
내년엔 세계전통의약항노화엑스포 개최
남사예담촌 돌담길엔 옛 정취 그윽하고
황매산 억새 군락지 오르면 '은빛 출렁'
지리산의 자락인 왕산 중턱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산청군 동의보감촌과 군내. 멀리 산등선이 왼쪽부터 황매산에서 부암산·정수산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경제]

경상남도 산청군은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지형이다. 남서쪽에는 지리산이, 북동쪽에서는 황매산이 각각 감싸고 가운데로는 경호강이 흐른다. 산청 읍내는 두 산의 중간이자 경호강이 휘어가는 지역에 다소곳이 내려앉아 있다. 지리산 자락에 왕산과 필봉산이 있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북동 방향 직선거리로 약 15㎞ 거리다. 왕산은 가락국의 마지막 왕인 구형왕의 무덤이 있는 산이고 또 필봉산은 봉우리가 붓끝을 닮아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왕산의 중턱에 서면 눈길 아래 동의보감촌을 배경으로 멀리 황매산 자락까지 보인다. 동의보감촌은 금서면 왕산과 필봉산 아래 2001년 ‘전통한방휴양관광지’라는 이름으로 동의보감을 테마로 한 한방 테마파크로 처음 문을 열었다. 이 지역은 일제강점기 이전부터 고령토 광산이 있던 곳으로 1960년대 이후 폐광된 것을 재활용한 사례다.

지금의 동의보감촌이 완성된 것은 2013년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의 주 행사장으로 사용되면서다. 엑스포가 끝나고 다시 힐링과 치유를 목표로 한 한방 웰니스 관광 명소로 변신했다. 현재 전체 면적은 휴양림을 포함해 188만 ㎡에 이른다. 왕산을 비롯한 산청군 내 지리산 자락은 약초 1000여 종이 자생하는 우리나라 주요 약초 산지기도 하다.

한의학박물관의 '증강현실(AR)로 만나는 약전거리' 코너에서 전통 시대 거리를 재현하고 있다.

동의보감촌의 공간은 크게 한의학박물관·엑스포주제관, 한방기체험장, 동의본가 중심의 세 구역으로 나뉜다. 한의학박물관은 연면적 2447㎡ 2층으로 동의보감촌의 메인 건물이다. 전통의학서 ‘동의보감’을 주로 해서 한의학에 대해 알아보는 1층 동의보감관과 한방 치료를 체험하는 2층 한방체험관으로 구성된다. 특히 2층 한방체험관은 증강현실(AR)로 만나는 약전거리, 편찬에서 유네스코 등재까지의 ‘동의보감’ 이야기, 약초숲 미디어아트 등이 있어 흥미를 돋운다.

엑스포주제관은 2013년 엑스포가 진행됐던 곳으로 리모델링이 진행 중이다. 야외 한방테마공원은 한의학의 기원을 상징하는 단군신화 호랑이와 곰의 모형 등이 자리한다. 호랑이와 곰이 먹었다는 마늘과 쑥이 최초의 약초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또 한방기체험장은 돌거울(석경) 등에서 기를 받고 가벼운 테라피를 체험한다. 전통 한옥으로 구성된 동의본가는 숙박 시설과 함께 한의사에게 진료를 받거나 약초 스파 등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동의보감촌 위쪽에는 총길이 211m의 출렁다리인 ‘무릉교’가 있어 방문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산청군은 매년 ‘산청한방약초축제’를 진행하고 있는데 앞서 올해 9월 30일부터 10월 10일까지 22회째 행사가 있었다.

산청약초시장에 약초들이 전시돼 있다. 왼쪽 둥근 것은 말린 벌집이다.

이와 함께 약초를 구매하고 싶으면 ‘산청약초시장’을 방문하는 것도 괜찮다. 산청약초시장은 약초 전문 상설 시장으로 20여 지역 상인들이 직접 재배 및 가공한 고품질의 약초 및 가공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배구공보다 큰 벌집을 팔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또 시장 한편에서는 약초로 만든 차와 함께 족욕도 해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산청약초시장 카페에서 약초 차를 판매 중이다. 노란색은 구기자·결명자 등으로, 빨간색은 청궁·당귀 등으로 각각 만들었다고 한다.

다소 아쉬운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과정에서 코로나19를 치료하기 위한 한의학의 중요성이 더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동의보감촌 등에서 이에 대한 설명이 아직 없는 것이다. 허준을 비롯해 전통 시대 한방은 ‘역병’에 대한 주요한 예방·치료제였음에도 불구하고 현대 들어와서는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는 것은 문제다.

남사예담촌의 전통 돌담길을 여행객들이 걷고 있다.

한방 외에도 산청에는 볼거리가 많다. 단성면에 위치한 남사예담촌은 최씨고가·이씨고가·사양정사 등 고풍스러운 문화재 가옥이 반기고 그 사이로 옛 돌담이 그윽한 정취를 더한다. 남사예담촌은 이름 그대로 ‘옛 흙 돌담길’을 뜻하는 마을로 담쟁이넝쿨이 늘어진 돌담길이 마을 구석구석 거미줄처럼 뻗어 있다.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술이다. 산청막걸리는 1971년부터 50여 년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는 김대환 산청양조장 대표가 운영 중인데 그의 업력만도 1988년부터 34년째다. 김 대표의 아들이 이를 이어받아 신제품 개발에 주력하는 중이다.

1971년부터 시작된 산청막걸리.

산청군의 북동쪽 끝은 황매산을 경계로 한다. 가을 황매산은 국내 대표적인 억새 군락지로 100만 ㎡ 면적에 가득한 억새가 은빛 자태를 출렁이며 여행객들은 유혹한다. 이와 함께 5월 황매산에서는 연분홍 철쭉들이 물들이는 또 다른 장관을 만날 수 있다.

산청군은 산청엑스포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내년 9월에 다시 ‘2023 산청세계전통의약항노화엑스포’를 개최할 예정이다. ‘미래의 약속, 세계 속의 전통 의약’을 주제로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외국인 6만 명이 포함된 120만 명의 관람객을 유치하는 것이 목표다. 2013년 엑스포는 허준의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을 기념하고 또한 산청이 국내 최대의 약초 산지 및 한의학 배경이라는 자긍심 아래 개최됐다. 내년에는 이를 다시 재연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글·사진(산청)=최수문 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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