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회사채 시장 ‘한전채 블랙홀’ 해소방안 정부가 내놔야

한겨레 2022. 11. 1. 18:1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레고랜드 개발사업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 불이행 사태로 심화된 자금시장 신용경색이 좀체 풀리지 않고 있다.

회사채 시장에선 대규모로 발행되고 있는 한전채가 시중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는데, 정부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 불안감이 여전하다.

신용등급이 높은 한전채의 대규모 공급은 금리를 끌어올릴 뿐 아니라, 신용도가 떨어지는 회사채의 시장 소화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레고랜드 개발사업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 불이행 사태로 심화된 자금시장 신용경색이 좀체 풀리지 않고 있다. 사진은 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5만 원 권 지폐들을 정리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레고랜드 개발사업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 불이행 사태로 심화된 자금시장 신용경색이 좀체 풀리지 않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유동성 공급 확대 등 잇따른 조처에도 기업어음(91일 만기 A1등급 평균) 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다. 강원도가 12월15일까지 보증채무를 상환하겠다고 밝혔지만, 한번 깨진 신뢰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회사채(AA-등급) 금리도 최고치에서 약간 떨어져 옆걸음질을 하고 있어, 패닉만 겨우 벗어난 정도다. 회사채 시장에선 대규모로 발행되고 있는 한전채가 시중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는데, 정부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 불안감이 여전하다.

한국전력은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18조3천억원어치의 회사채를 순발행했다. 같은 기간 AAA등급 신용채권 순발행액 48조원의 36.7%를 차지할 정도로 많았다. 10월에도 4조4300억원어치를 순발행했다. 11월에 6300억원, 12월에 4천억원어치가 만기가 또 돌아온다. 신용등급이 높은 한전채의 대규모 공급은 금리를 끌어올릴 뿐 아니라, 신용도가 떨어지는 회사채의 시장 소화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10월엔 전체 회사채 상환액이 발행액보다 4조8429억원이나 많았다.

한전채가 시장에 쏟아지는 것은 한국전력이 대규모 적자로 인한 자금 부족을 회사채로 메꾸고 있기 때문이다. 연료비 상승으로 전기요금 도매가격은 큰 폭 올랐으나,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은 제한돼 한전의 영업 적자가 상반기에만 14조3천억원에 이르렀다. 연간으론 적자 규모가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료비 가격의 고공행진이 계속돼 한전은 내년에도 큰 폭의 적자를 내고, 회사채 순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정부가 자금시장의 신용경색을 진정 해소할 뜻이 있다면, 한전채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해외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나 은행 대출 확대는 근본 대책이 못 된다.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고, 특히 은행 대출은 기업 대출 금리를 끌어올릴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부담이 커지더라도 연료비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단계적으로 반영해 한전의 적자를 줄여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에너지 수입액의 급증으로 무역수지뿐 아니라 경상수지까지도 적자로 돌아서 외환시장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소비 절제를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전기요금을 마냥 눌러두기만 해서는 안 되는 국면이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