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원 “심의위 거치지 않은 형집행정지 불허는 위법”
검사가 형집행정지 심의위원회를 사전에 거치지 않고 형집행정지 불허 결정을 내린 것은 위법해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광주고법은 지난달 17일 순천교도소에 수감 중인 A씨의 형집행정지 불허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이의신청을 받아들였다.
A씨는 순천교도소에서 수감 중이던 2020년 6월 경추손상, 사지마비 등을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신청했다. 그는 하반신과 손을 사용할 수 없는 지체장애인이다. 형 집행으로 건강을 현저히 해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는 경우 수용자는 형집행정지를 검사에게 신청할 수 있다.
광주지검 검사는 2020년 6월 순천교도소를 방문해 A씨의 건강상태를 확인했고 같은 해 7월 형집행정지 불허 결정을 했다. 광주지검 형집행정지 심의위는 결정 이후인 같은 해 10월 ‘위급한 상황이 아니고 수용생활 중 관리가 가능해 불허한다’고 의결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형사소송법 등에 따라 사전에 형집행정지 심의위를 열고 형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검사가 심의위를 열지 않았다며 법원에 이의신청을 했다. 검사가 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심의위를 개최하지 않은 채 형집행정지 불허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A씨는 또 검사가 현장검사(임검)를 실시할 때도 규정에 따라 복수의 의료자문위원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하고 진료기록도 확보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규정상 임검에 참여한 공중보건의의 의견서도 보고서에 첨부해야 하지만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비슷한 시기 다른 수형자는 모친상을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허가받았지만 부친상을 당했던 A씨에 대해서는 형집행정지가 불허됐다고도 했다.
소송수행을 맡은 광주고검은 ‘광주지검이 당시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감안해 사후에 형집행정지 심의위를 개최했고, 심의위도 불허가 결정을 했기 때문에 처분이 적정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된다는 등의 사유는 사후 형집행정지 심의위 개최 요건인 ‘생명에 대한 급박한 위험 등으로 형집행정지 여부를 긴급히 결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기 어렵다”며 “적법한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 위법해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광주고검은 즉시 항고했다.
A씨 변호인인 최정규 변호사(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장)는 “A씨의 형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검찰은 사전심의를 거치지 않고 문전박대했다”며 “형집행정지가 되지 못한 A씨의 건강상태는 더욱 악화됐다. A씨와 가족들과 상의해 다시 형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했다. A씨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법원이 1년 가까이 불필요하게 결정을 미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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