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범죄증가·흉포화?…법무부 통계가 왜곡됐다 [세상읽기]

한겨레 2022. 11. 1. 18: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상읽기]

촉법소년 관련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세상읽기] 임재성ㅣ변호사·사회학자

누구를, 얼마나 처벌할지 등을 정하는 형사정책은 국가가 휘두르는 가장 무서운 칼(공권력)의 방향과 깊이를 정한다. 따라서 형사정책을 논의할 때는 객관적 근거가 매우 중요한데, 실상은 흉악범죄에 대한 엄벌주의 여론에 휩쓸리기 십상이다. ‘증거 기반 형사정책’이라는 용어가 특별히 있는 이유다.

10월26일 법무부는 촉법소년 범위를 현행 14살 미만에서 13살 미만으로 낮추는 등의 소년범죄 대책을 발표했다. 10살부터 14살 미만의 아동(촉법소년)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는다는 오해가 있지만, 소년원 수용 등의 행정적 제재(보호처분)가 이뤄지고 있다. 법무부는 촉법소년 범위를 한살 줄여 13살부터 형사처벌하자고 한다. 이 변화의 실질을 요약하면 이렇다. ‘13살에 범죄를 저질러 소년원에 2년 동안 갇히는 중학교 1학년 학생을 이젠 교도소로 보내고 전과기록도 만들어주자.’

그렇게 해서 청소년 범죄가 근절될지, 교육적 효과가 가미된 제재가 재범을 막는 데 더 효과적인 것은 아닌지 같은 논점은 논외로 하자. 이 글에서는 오직, 법무부의 이번 대책이 증거에 기반했는지만 따져보겠다. 결론부터 말하면, 법무부는 왜곡된 통계를 근거로 들었다.

법무부 하향 근거는 크게 네가지다. ①촉법소년 범죄 증가 ②소년범죄 흉포화 ③신체적 성숙도 변화 ④보호처분 중 13살 비율 약 70%가 그것이다. 이 중 핵심 근거는 ①, ②다.

지난달 26일 법무부는 ‘소년범죄 종합대책 마련’ 보도자료에서 촉법소년 범죄 접수 건수(위)흐름을 근거로 촉법소년 범죄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지만, 실제 촉법소년 범죄 건수를 나타내는 촉법소년에 대한 보호처분 건수는 매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촉법소년 보호처분 건수는 2008~2010년보다 적다.

먼저 ①. 법무부가 제시한 ‘촉법소년 범죄 증가’ 통계는 법원 소년부에 촉법소년 범죄가 접수된 숫자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통계를 잘라 제시했다. 그런데 접수는 법원에 들어온 사건 숫자일 뿐이고, 이것만으로는 범죄 증가를 단언하긴 어렵다. 다른 통계가 없어서 그랬을까? 소년부 판사에 의해 범죄로 인정돼 보호처분이 내려진 통계가 법무부가 출처로 표시한 대법원 <사법연감>에서 접수 통계 바로 아래에 있다.

법무부가 범죄의 증감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보호처분 통계 대신 접수 통계를 내민 이유는 뭘까? 보호처분 통계는 증가세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7년 3365건 △2018년 3483건 △2019년 3827건 △2020년 3465건 △2021년 4142건으로, 2021년만 조금 늘었을 뿐 증가 추세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왜 5년으로 잘랐을까? 법무부는 ‘소년범죄 흉포화’를 이야기하며 15년, 10년간 통계를 제시했는데, 이와 비교해도 짧다. 시기를 늘리면 법무부 주장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전 시기 보호처분 건수는 △2009년 5299건 △2012년 5071건 △2013년 4334건으로 2021년보다 많았다. 즉, 촉법소년 범죄 건수는 지난 15년간 4천건을 전후로 일정한 폭 안에서 유지되고 있다. 법무부의 촉법소년 범죄 증가 주장은 틀렸다. 틀린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틀린 주장을 맞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부적절한 통계를 선택하고 왜곡해 보여줬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②. 이 부분 왜곡은 더욱 교묘하다. 10살부터 13살 범죄의 흉포화를 확인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통계는 없다. 그게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이고, 국가인권위원회 등이 반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이다. 실체를 확인할 수 없기에 성급한 대안을 만들기 전 통계부터 정리하자는 주장이 나온 게 십수년째다. 그런데 법무부는 통계가 없다는 설명 대신, 14살 이상 18살 미만 강력범죄 통계 또는 10살에서 18살까지 모두 포함된 성범죄 통계 등을 제시하며 흉포화 운운한다. 14살 이상은 이미 형사처벌 가능하고, 14살 이상의 강력범죄 증가가 13살을 감옥에 보내야 한다는 근거가 될 수도 없다.

법무부는 촉법소년 제도가 악용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2022년 8월 중학생이 “나 촉법소년이니까 때려보라”며 편의점 점주를 폭행한 사건을 두가지 예시 중 하나로 들었다. 1년에 4천건가량 촉법소년 범죄가 확인되고 있는데, 극단적 소수의 사례를 정책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가? ‘증거 기반 형사정책’이 아니다. 악용은 고의적인 남용이다. 그런데 정작 위 중학생은 촉법소년이 아니었다. 악용이 아닌 무지였다. ‘촉법소년 범죄도 제재를 받는다, 소년원에 갈 수 있다’를 알리는 게 먼저다.

촉법소년 연령대에 관한 견해는 다양할 수 있다. 논쟁하고 토론하면 된다. 그러나 정부가 통계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 그 왜곡으로 많은 아이들의 인생이 바뀐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