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갑자기 발생하는 심정지, 골든 타임 위한 심폐소생술
[윌스기념병원 응급의학과 고동완 센터장] 산행이나 운동을 하다가,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식당에서 음식을 먹다가 등 심정지는 다양한 이유로 누구에게나 갑자기 발생할 수 있다. 가끔씩 미디어를 통해 길에 쓰러진 행인을 구하는 용감한 시민에 대해 보도되기도 하지만 막상 내 주위에서 발생했다면 어떨까.
심정지는 심장의 전기 신호에 문제가 생겨 갑자기 박동을 멈춘 상태이다. 이 때 전신으로 혈액을 순환시키는 심장의 펌프 기능이 멈추기 때문에 발생 4~5분이 지나면 뇌에 혈액 공급이 끊기면서 급격한 뇌 손상이 진행된다. 쓰러진 직후부터 4분이내의 생존 가능성은 50%이며, 이후 급격하게 생존 가능성은 낮아진다.
심폐소생술은 정지된 심장을 대신해 심장과 뇌에 산소가 포함된 혈액을 공급하게 하는 중요한 응급처치술이다. 바로 응급조치를 받지 못하면 환자가 사망하거나 영구적인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 심정지가 지속된 시간, 즉 Non flow time(비순환시간)이 짧을수록 환자의 예후가 좋기 때문에 골든 타임을 위해 심폐소생술이 끊김 없이 빨리 진행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쓰러진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즉각 시행하면, 생존율을 3배로 높아진다는 통계가 있다.
쓰러진 사람을 발견했다면 자신의 안전을 위해 먼저 마스크를 쓰고 환자가 우선 의식이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어깨를 두드려 깨워보고 반응이 없다면 바로 119에 신고한다. 다음으로 가능하다면 주위 사람들에게 자동 제세동기를 가져와줄 것을 요청한다. 호흡이 없다면 심정지를 의심하고 즉시 가슴 압박 소생술을 시행한다. 호흡이 없어 인공호흡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여 심폐소생술을 늦추는 것은 매우 좋지 않은 방법이다. 응급처치 방법을 모른다고 안절부절 할 필요는 없다. 119 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신고자가 적절한 처치를 할 수 있도록 전화로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신고자는 전화를 스피커폰 상태로 전환 후 상담 요원의 말에 따라 심정지환자를 살펴보고 가슴 압박 소생술을 시행한다.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때는 팔꿈치를 펴서 양손을 겹쳐 환자의 가슴 정중앙(젖꼭지 연결선 중간)을 압박한다. 손바닥 전체보다는 손바닥 아래쪽 부분으로 가슴 정중앙이 5cm정도 깊이로 들어갈 수 있도록 분당 100~120회 압박한다. 큰 소리로 숫자를 세어가면서 규칙적으로 시행하되 너무 빠르게 누르지 않는다. 구급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가슴 압박을 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힘들 수 있다. 옆에 도와줄 사람이 있다면 다른 사람과 바꿔가며 가슴 압박을 지속하는 것이 좋다. 위의 내용이 굉장히 중요한데 그 이유가 High quality CPR(고품질 심폐소생술)을 만족하는 사유이기 때문이다. High quality CPR 은 심정지 환자가 자발 순환 회복 후 좋은 예후로 가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물론 ‘나와는 상관없어’, ‘누군가 하겠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심정지는 나와 가족, 친구, 소중한 사람에게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심폐 소생술이 지체된다면 환자는 되돌리기가 어렵고 자발 순환 회복이 되더라도 예후가 안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또 2020년 심정지후 생존율은 7.5%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10명중 1명도 생존하지 못했다. 코로나 유행으로 감염 우려로 인해 적극적인 심폐소생술의 감소로 이전 대비 심정지 환자 생존율이 감소되고 참 안타깝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목격자의 심폐소생술 시행이 심정지환자에게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반인의 심폐소생술 시행률이 향상되었다는 점이다. (2008년 1.9% -> 2019년 24.7%)
응급처치에 대해 알고 있더라도 쓰러진 사람을 보면 당황하거나 놀라서 몸이 안 움직일 수 있다. 머릿속이 깜깜해지겠지만 침착하게 119에 신고하는 것이 우선이다. 의료진과 구급대원,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주변 사람들의 적극적인 대응과 관심이다. 언젠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심폐 소생술 교육과정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배우고 또 관심을 가진다면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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