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채권 수익률 고작 2.3%… 금리 올린 연준 '적자 부메랑'

송경재 2022. 11. 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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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14년 동안 채권매입으로 보유채권 8조7000억달러 달해
은행·MMF엔 이자 3% 이상 지급
이달 자이언트스텝땐 손실 증폭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수개월째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적인 적자는 사상 처음이다. 가파른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기 위해 연준이 취하고 있는 급격한 금리인상 정책이 연준에도 적자를 안겨다 주고 있는 것이다.

■채권 수익보다 이자 손실이 더 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월 31일(이하 현지시간) 최근 수주일간 연준의 영업손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준이 보유한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에서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은행과 머니마켓펀드(MMF)들이 연준에 맡긴 예치금 등에 주는 이자가 더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지난 14년 동안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통해 보유 채권 규모를 계속 늘려 지금은 약 8조7000억달러 규모의 미 국채와 MBS를 보유하고 있다. 비록 연준이 지속적인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고는 하지만 통화정책의 근간을 흔들 정도는 아니다. 연준은 수년간 약 1000억달러 영업이익을 냈다.

정작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연방정부다. 연준은 흑자가 나면 이 돈을 미 재무부로 보내 국고에 보탠다. 이 때문에 연준의 영업손실이 엉뚱하게도 연방정부 재정정책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연준이 재무부로 보내던 돈이 사라짐에 따라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불어날 수밖에 없게 됐다.

연방정부가 재정적자 한도에 맞닥뜨리면 의회에서 한도 증액을 허락받아야 하지만 연준은 그럴 필요는 없다. 그저 대차대조표상 부채항목에 미지급금을 늘리면 된다. 미래에 연준이 다시 흑자로 돌아서면 영업이익을 재무부로 보내기 전 이 미지급금을 먼저 갚게 된다. 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연준이 보유한 국채, MBS의 평균 수익률이 고작 2.3%로 기준금리를 크게 밑돌기 때문이다. 은행과 MMF 등이 연준에 맡긴 예치금과 이른바 역환매약정(역현선)이라는 초단기 대출에 붙는 금리는 이보다 훨씬 높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전 연준이 보유한 포트폴리오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았다. 1조달러에도 못 미쳤다. 부채 항목은 주로 통화다. 연준은 단기 금리를 낮추거나 올리려고 할 때 은행 등이 맡기는 예치금(준비금) 규모를 줄이거나 늘리는 방식을 택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금융위기 뒤 연준이 금리를 제로금리로 낮추고, 경기부양을 위해 채권을 대규모로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중에 돈을 공급하면서 은행들의 연준 예치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규모가 급격히 커진 대차대조표를 관리하기 위해 연준은 금리 인상, 인하 시스템을 바꿨다. 통화 공급을 늘리거나 줄이는 대신 은행 준비금에 붙는 단기 금리를 직접 통제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제로 수준에 가까운 저금리 속에서 연준은 은행들의 준비금이나 초단기 대출에 지불하는 금리보다 보유 유가증권 수익이 훨씬 더 컸다. 비용을 제하고도 연준은 지난해 1070억달러를 연방정부에 갖다 줄 수 있었다.

■美경제 재정절벽 위험에 직면할 수도

그러나 지금은 가파른 금리인상 속에 사정이 바뀌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지난달 기자들에게 "연준이 지난 10년간 재무부에 1조달러 가까이 송금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금리가 오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9월 연준이 기준금리인 연방기금(FF) 금리 목표치를 3~3.25%로 올린 뒤 연준은 영업손실로 돌아섰다. 연준의 적자는 앞으로 금리가 오르면서 더 확대될 전망이다.

연준은 2일 0.75%p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한 상태여서 앞으로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나선다 해도 지금보다 손실 폭이 더 커지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는 연방정부 재정적자도 압박해 오는 8일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할 경우 재정적자 한도 증액을 둘러싼 갈등이 빚어지면서 미 경제가 '재정절벽'이라는 또다른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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