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희대의 가수들·코로나 진원지·압사 참사까지…기구한 이태원
이어서 ET콕입니다.
평소 이태원의 풍경은 매우 다채롭습니다.
터키식 버거 케밥, 멕시코 요리 타코, 인도의 정통 커리, 프랑스 레스토랑에서부터 태국 음식점, 나이지리아 토속음식점까지 품질만 좋다면 손님이 모이는 곳이 이태원입니다.
그만큼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살고 있기도 합니다.
한국에 피자 시대를 연 피자헛 1호점도 여기서 출발했습니다.
이태원에 터를 잡은 청춘들의 창업 신화를 담은 드라마.
그리고 용도 불명의 창작품도 이 곳에선 잘 통합니다.
실제로 이태원 거리엔 30cm가 넘는 빅사이즈 신발 가게와 휘황찬란한 춤복 상점 등 별별 점포가 다 있습니다.
젊은 자영업자들에겐 도전의 무대로 통하기도 합니다.
이태원(梨泰院) 한자를 풀이하면, '배꽃이 피는 평화로운 곳' 이지만 늘 평화롭기만 한 건 아니었습니다.
한국전쟁 직후에는 피란민이 대거 몰려들었고, 이들이 세운 이태원 시장은 용산 미군기지에서 나온 물자를 거래하며 상권을 형성했습니다.
외국인과 유흥시설이 몰린 이태원의 번화가는 서울의 3대 클럽 지대로도 꼽혔습니다.
신중현과 윤복희 등 가수들은 미8군 무대와 이태원 클럽에서 밤을 새워 노래를 불렀습니다.
1997년에는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발생한 미군의 20대 대학생 피살 사건으로 여론이 들끓기도 했습니다.
또 오랜만에 경리단길 주변에 상권 형성 붐이 일기도 했지만, 부동산 폭등으로 임대료가 오르며 자영업자들이 몇 년 버티지는 못했습니다.
코로나가 처음 강타한 유흥가도 이태원이었습니다.
이태원 클럽에서 확진자가 대량 발생하면서 전염병 확산의 진원으로 지목된 겁니다.
당시 이태원의 상점 매출이 반토막이 나자, 드라마 제목에 빗대 '이태원 클나쓰'라는 자조 섞인 신조어까지 생겨났을 정돕니다.
이번 핼러윈데이는 3년만에 찾아온 이태원 부활의 기회였습니다.
하지만 최악의 압사 사고로 그만 '비극의 골목'이 돼 버렸습니다.
이태원 참사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사고가 없었다면 활기가 넘쳤을 거리엔 대부분의 주점이 문을 닫았고 아직 치워지지 않은 핼러윈 장식물이 나뒹굽니다.
언젠가는 다시 예전의 명성을 되찾겠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 이태원은 그래서 '기구한 이태원'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ET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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