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불안·우울·분노 ‘연쇄 트라우마’ 우려…“나도 남도 보듬으며 나아갈 때”
■ 프로그램명 : 통합뉴스룸ET
■ 코너명 : ET WHY?
■ 방송시간 : 11월1일(화) 17:35~18:15 KBS2
■ 출연자 : 유재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통합뉴스룸ET> 홈페이지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076&ref=pMenu#20221101&1
[앵커]
텅 비어버린 이태원 골목길, 그곳에서는 이렇게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만 남았습니다. 아픔이 더 커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오늘 ET WHY는 재난 이후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과 자세, 나아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재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나와주셨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답변]
안녕하세요?
[앵커]
이번 재난 상황에서 특별히 주목을 받았던 분들이 바로 교수님과 같은 분들, 신경정신의학회 회원분들이셨습니다. 긴급 성명서까지 내면서 사고 영상 유포를 막아달라고 하고, 서로의 마음을 보듬자. 이렇게 목소리를 낸 이유와 배경부터 들어보고 싶어요.
[답변]
이런 사회적 참사가 워낙 아까 말씀하신 대로 불안, 우울, 상실감, 분노와 같은 큰 감정적 고통을 안기게 됩니다. 이러한 감정적 고통이 더 이상의 정신건강 문제로 발전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성명서를 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과거 대형 참사 때만 해도 주로 참사 이후의 지원 대책이라고 하면 물질적인 또 신체적인 지원 위주로 이루어졌는데 이번에는 국민들의 마음 챙김, 이런 심리적인 지원까지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 이 자체로 보면 어떻게 해석을 해야 될까요? 아픈 만큼 성숙했다? 이렇게 봐야 될까요?
[답변]
워낙 국가적인 재난들도 그동안 꽤 있었는데, 그동안은 심리적인 지원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적도 있었고 또 세월호 유가족 같은 경우도 아직까지 그런 고통과 어려움 속에 살고 계신 분들도 있습니다. 이번 참사야말로 정말 적극적인 관리와 지원을 통해서 심리적인 고통을 줄여보고자 노력해야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이 사건이 발생한 지 나흘째가 됐습니다. 누구보다도 현장에서 가까스로 몸을 빠져나온 분들, 이분들의 심리 상태가 어떨지가 좀 걱정되는데, 어떤 반응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하세요, 지금 시점에서?
[답변]
굉장히 정신없던 상황에서부터 좀 벗어나서 이제 잠깐 숨을 돌리시겠지만 이제부터 그 사고와 관련된 어떤 작은 단서에도 과각성, 많이 놀라시거나 또 사고와 관련된 자극을 피하시게 되거나 또 마치 꿈에 나타나거나 자신이 그걸 다시 경험하는 것과 같은 재경험 증상을 경험하시기도 하시고요. 우울, 불안, 분노 또 미래가 단축된 것 같은 여러 가지 느낌들, 또 멍하거나 해리된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이런 연쇄 반응이 지속될 경우에는 우리가 보통 PTSD라는 말을 요즘 많이 쓰던데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이거를 의심을 해봐야 됩니까?
[답변]
PTSD라는 것은 보통 이런 상황 이후에 30일 이후까지도 아까 말씀드린 증상이 지속되는 것을 말씀드리고요. 보통은 현재로서는 급성 스트레스 장애에 조금 더 준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앵커]
그런데 뉴스 특보나 SNS로 간접적으로 이런 상황을 목도하게 된 그런 분들 있잖아요. 저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사람들한테도 그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나타날 수 있습니까?
[답변]
사실 커뮤니티 통해서 무분별하게 굉장히 생생한 영상들이 지금 주어지는 것으로도 알고 있는데, 그런 영상을 너무 과도하게 시청하는 경우 목격한 것과 거의 비슷한 PTSD 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을 그러면 상담하실 때 주로 어떤 방법으로 치유를 이끌어내세요? 처방을 좀 받아보고 싶은데.
[답변]
여러 가지 기법들이 있을 수 있겠고, 저희가 감정적 고통을 다루는 자기 위안법 혹은 안정화 기술이라고 얘기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나비 포옹법을 잠깐 보시면, 가볍게 어깨 양쪽에 손을 올리고 한쪽씩 토닥토닥, 토닥토닥하는 것을 10~15회 정도 천천히 반복하면서.
[앵커]
뭔가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 것 같아요.
[답변]
자기가 토닥거리는 이 느낌 안에 집중해보는 것이 좀 안정화에 도움이 됩니다. 또 다른 기술들도 있는데요. 복식호흡은 아시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배로 숨을 쉬면서 풍선처럼 배가 천천히, 한 4~5초 정도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천천히 4~5초 정도 숨을 내쉬면서 숨에 집중하는 훈련을 해볼 수 있습니다.
[앵커]
이때는 뭔가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 수 있을 것 같고요. 다음은 뭘까요?
[답변]
또 착지법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딛고 있는 땅의 느낌에 집중하고 우리가 안정돼 있다, 잘 우리가 지지 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건데요.
[앵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돼요?
[답변]
가볍게, 예를 들어서 살짝 뒤꿈치를 들었다가 살짝 내려놓으시면서 내가 지금 닿아 있는 발의 느낌에 집중하는 것들, 그래서 발뒤꿈치나 발 앞꿈치가 닿아 있거나 또 어떤 때는 발을 잠깐 꼼지락거려보라고도 말씀을 드립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느껴지는 느낌들이 내가 단단한 지지대 위에 서 있구나, 라는 느낌을 받음으로써 안정하게 됩니다.
[앵커]
그렇고 내 발이 땅에 닿아 있는 그 느낌에 집중하면서 뭔가 내 자신한테 안정감을 주자는 그런 치유 방법인 것 같네요.
[답변]
그렇습니다.
[앵커]
또 어떤 게 있을까요?
[답변]
안전지대 설정이라는 것은 심상을 활용해서 우리가 편안하게 느꼈던 곳이나 또 실제 자기가 있었던 곳을 한번 떠올려봅니다.
[앵커]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면 될까요?
[답변]
여러 가지 장면 그리고 냄새나 촉감 또 맛이나 소리 같은 것들에 집중해서 우리가 오감을 활용해보면 좋습니다.
[앵커]
요즘 같은 계절에는 이렇게 단풍, 아름다운 풍경, 이런 거를 연상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까요?
[답변]
물론입니다. 아름다운 풍경이나 편안한 장면들을 우리가 상상하면서 잠시 그 공간에 우리가 가 있는 것처럼 생각을 해보는 겁니다.
[앵커]
약물 치료를 병행할 필요는 없을까요? 이런 심리 치료만으로도 충분합니까?
[답변]
이것은 감정적 고통을 다루는 응급 기술에 가깝고 필요하다면 약물 치료도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감정적 고통이 너무 심하고 불안, 우울, 수면 장애와 같은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으실 때는 가까운 정신과의원을 방문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앵커]
똑같은 현장을 겪었던 사람이라고 해도 어떤 분은 회복이 빠르고 어떤 분은 더딘 분, 이거는 어디에서 이렇게 차이가 나타나는 걸까요?
[답변]
그것을 이제 회복 탄력성이라고도 하고요. 회복 탄력성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 굉장히 다양하게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조절 능력이라고 하는 감정이나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도 있을 수 있고요. 또 긍정적인 어떤 사고, 그래서 미래에 대해 낙관하거나 감사하는 자세, 이런 것도 필요하고요. 또 대인 관계, 그래서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도 굉장히 중요할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런 연결점, 네트워크가 좀 부족한 분이라면 우리가 좀 다가가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답변]
일단은 네트워크가 너무 부족하신 분들이라면 갑작스럽게 주어지는 이런 관심에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을 수도 있고요. 차라리 저는 전문적인 상담을 추천 드리고, 거기에서 좀 자신의 이야기들을 해보고 감정을 표현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요즘 뭐 이른바 심리적인 셧다운이라고 해서 사람 많은 곳, 나는 이태원 근처에는 절대 가지도 않을 거야, 이렇게 스스로 아예 딱 문을 닫아버리는 이런 분들도 좀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분들은 어떻게 대응을 해야 될까요?
[답변]
그렇죠. 저희가 사실 지금의 반응은 정상적인 반응의 한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참사가 일어난 이후에는 불안한 마음, 두려운 마음이 굉장히 크실 거고 그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것이 당연하고요. 다만 이런 감정도 서서히 변해갈 수 있고 또 서서히 다시 일상을 회복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이번 사고 피해자들이 대부분 20대였습니다. 돌이켜 보니까 10대 때 세월호 참사를 겪은 분들이에요. 이분들에게 정신건강 전문의 입장에서 이 세대들에게 해 주고 싶은 그런 조언 같은 게 있으실까요?
[답변]
그것이 굉장히 좀 가슴 아픈 부분이고요. 여러 번의 참사를 경험하다 보면 개인의 삶이 황폐하게 느껴지는 경우들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서로 연결돼 있으면서 삶의 중요한 가치나 의미들을 자꾸만 찾아낼 수도 있고요. 분명히 이런 어려움에서도 회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꼭 전달해드리고 싶습니다.
[앵커]
절망 속에서도 약간의 희망을 건드리는 그런 마음으로 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이번 사고로 우리 사회가 그래도 조금이라도 한 발짝 나갈 수 있다면 어디에서 그런 의미를 찾아야 되고 우리는 이 시점에서 가장 해야 될 거는 뭐라고 보시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답변]
그렇습니다. 우리 이제 좀 새로운 방향성을 잡아서 이런 참사를 대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서로의 안녕과 서로의 감정을 공감해 주는 것들 그리고 서로 간의 공동체적인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들, 이런 것들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될 방향인 것 같고 저는 이번 참사가 그런 공동체 속에서 서로 간에 보듬어주는 방향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재난을 이겨내는 힘은 결국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존중과 공감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믿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ET WHY, 유재현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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