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버리겠네”…10월29일 오후 10시15분 신고 전화 속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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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을 앞둔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인근에서 119로 들어온 신고 전화에는 당시 상황이 얼마나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소방청에서 받은 '이태원 참사' 신고자 녹취록에 따르면 그날 오후 10시15분05초 접수된 신고전화에서 신고자는 "여기 이태원"이라며 "경찰이고 소방차고 다 보내주셔야 할 것 같다"고 다급하게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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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을 앞둔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인근에서 119로 들어온 신고 전화에는 당시 상황이 얼마나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는 앞서 참사 발생 약 4시간 전부터 경찰이 총 11건의 사고 발생 우려 신고전화를 받고도 손을 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과 직결되는 대목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소방청에서 받은 ‘이태원 참사’ 신고자 녹취록에 따르면 그날 오후 10시15분05초 접수된 신고전화에서 신고자는 “여기 이태원”이라며 “경찰이고 소방차고 다 보내주셔야 할 것 같다”고 다급하게 요청했다. 신고자는 ‘가게 이름을 알려 달라’는 접수자에게 구체적 상호(녹취록에서 미공개)를 언급한 뒤 거듭 ‘압사 당하게 생겼다’, ‘농담이 아니라 경찰이건 소방이건 보내서 통제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부상자 여부와 어떤 상황인지를 말해달라는 접수자 대응이 이어지자 신고자는 “길거리에 널린 게 부상자”라며 “일행이 아니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재차 말했다. 녹취록은 “일단 나가서 확인하겠다”는 접수자 답변에 “미쳐버리겠네, 네 알겠습니다”라는 신고자의 말과 함께 끝난다.
소방청은 해당 자료를 이 의원 측에 제출하면서 전문 속기사가 작성한 것이 아니며 누락이 있을 수 있고 작성 과정에서 오탈자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부연했다.
아울러 경찰청이 공개한 ‘이태원 사고 이전 112 신고 내역’ 자료에 따르면 참사 발생 약 4시간 전쯤인 오후 6시34분쯤 첫 신고가 이뤄졌으며, 오후 10시11분까지 총 11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좁은 골목의 인파와 이태원역에서 오는 사람들이 뒤섞여 잘못하면 압사당할 것 같다는 게 첫 신고 내용이었으며 추가 신고자들도 ‘통제가 안 된다’, ‘아수라장이 됐다’, ‘사람이 너무 많아 통제가 필요한 위험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오후 10시11분에 접수된 신고도 ‘압사될 것 같다, 사람이 너무 많다’였다.
하지만 이처럼 신고가 들어오는 동안 경찰은 현장에서 사람들을 인도로 피신시키기만 했을 뿐 별다른 현장 통제에는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출동 당시 현장의 인파가 줄어 사고 발생 위험이 적었으며, 몰린 인파를 해산시킨 후 상황을 종결했다는 게 경찰의 해명이지만 이러한 입장을 쉬이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경찰은 11건의 신고 접수와 관련된 경찰관들을 상대로 당시 상황 대응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감찰 결과 직무유기나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의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수사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오후 10시43분에 대응 1단계를 발동하고, 10시45분에는 119구급상황관리센터 재난의료지원팀 출동을 요청했다. 이어 오후 10시53분에 이태원역 인근 한강로에 임시 응급의료소를 설치해 부상자를 받았고, 오후 11시에는 서울대병원 재난의료지원팀(DMAT) 지원을 요청한 데 이어 한양대·강동경희대·고려대·아주대·분당서울대병원 등 수도권 권역 응급의료센터 재난의료지원팀을 총동원했다.
오후 11시13분 대응 2단계로 대응 단계를 올린 당국은 11시50분에 대응 3단계로 격상하고 구급차 142대를 비롯해 구조 인력과 장비를 대거 투입했다. 소방과 경찰 등 투입 인원은 2692명에 달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일 오전 11시 기준 사망자는 156명(외국인 26명), 부상자는 중상 29명 포함 총 151명이다.
이 의원은 참사 당일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의 하차 승객이 총 8만1573명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7~2019년의 평균 하차객 6만1000여명보다 2만명 정도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고도 전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예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라며 발언한 것과는 정면 배치된다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이 의원은 “주무 장관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인 게 아니라 기본 상황파악도 안 된 상태로 회피성 발언을 한 것”이라며 “그동안 없던 안타까운 일이 왜 발생했는지 여러 의문과 의혹이 제기되는 데 수습과 사고 지원이 끝나면 이에 숨김없이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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