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빠진 핼러윈 대책회의…구청 쓰레기 담당자만 참석했다

안병준, 권오균, 김정석 2022. 11. 1. 17: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찰 이태원 상인회 ‘핼러윈 통제’ 진실공방
26일 핼러윈 대책 회의했지만
경찰 구청 안전관리 인력 불참
경찰 이태원 상인회 ‘핼러윈 통제’ 진실공방
26일 핼러윈 대책 회의했지만
경찰 구청 안전관리 인력 불참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일어나기 사흘 전인 26일 열린 용산구청·용산경찰서·이태원상인연합회·서울교통공사 등 관계기관 간담회에서 연합회 측이 경찰에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올해는 과도한 경찰력 배치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간담회에 참석한 연합회 측 인사는 “앞서 이태원에서 열린 지구촌축제 당시 경찰배치로 장사가 방해됐다”며 경찰 인력 배치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1일 매일경제신문이 입수한 경찰의 당시 간담회 주요내용 보고서에 따르면, 이태원상인연합회는 경찰에게 “작년에는 경찰기동대를 각 거리에 배치해 영업을 중단시키고 인파를 해산시켰는데 사정은 이해하나 과도한 조치였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올해는 과도한 경찰력 배치를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또한 이태원서 술집을 운영하는 한 참석자는 “2주전 열린 지구촌축제에 경찰과 용산구청 등에서 요원을 배치해 장사에 방해가 됐다”면서 “경찰력이 배치된다면 형사 조끼를 벗어달라”는 요청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5~16일 양일간 이태원서 용산구청이 주최한 지구촌축제에는 경찰 경비인력 109명과 용산구청 직원 1078명이 투입돼 약 100만명(용산구청 추산) 가량의 인파가 몰렸지만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축제에 참여한 이태원 인근 가게들은 안전조치 강화로 매출에 타격을 받자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날 매일경제와 통화한 이동희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회장은 “간담회 당시 기동대 200명 정도가 온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연합회) 관계자 한명이 ‘핼러윈의 경우 자발적인 축제기 때문에 기동대 차량들이 길가에 늘어서 있으면 시민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라면서 “경찰력 배치 자제 요청을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용산구청도 당시 간담회에서 안전관리 대책에 손을 놓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간담회에 용산구청 측은 자원환경순환과 관계자 2명만이 참석했다. 자원순환과는 생활 쓰레기 담당 부서로 축제 관리와 안전관리는 각각 문화체육과, 안전재난과에서 하지만 두 부서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또한 용산구청과 연합회 측은 지하철역 환풍구 추락사 예방을 위한 장애물 설치를 이태원역장으로부터 요청받았으나 실제로는 설치 하지 않았다. 간담회에서 이태원역장의 이같은 요청에 연합회장은 “지구촌 축제 때 했던 것처럼 조치할 것을 구청에 요청하겠다”고 답변했고, 용산구청 관계자는 이에 대한 발언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를 위해 모였던 4자 회의 관계자들은 결국 안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는 하지 않았던 셈이다. 사고 이후에는 책임을 피하거나 상대방에게 떠넘기려하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시민은 “예상 못할 정도의 사고였던 것도 맞지만 대형 참사가 터졌는데 누구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 모습에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늦장 대응과 실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이날 공식 사과했다.

박 구청장은 이날 “관내에서 발생한 참담한 사고에 대해 구청장으로서 용산구민과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앞서 박 구청장은 지난 달 31일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사고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며 이태원 핼러윈 행사는 주최 측이 없어 축제가 아니라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또한 지난달 27일 열린 핼러윈데이 기간 대책회의에도 박 구청장은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