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 아깝지만 포기”...미계약 급증에 분양 줄연기
부동산 하락장이 본격화되면서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 오랫동안 부동산 불패로 불려 온 서울지역의 아파트 매매량도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에 건설사들도 분양 일정을 조정하는 분위기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4만1604가구로 집계됐다. 8월 말(3만2722가구) 대비 8882가구 늘었다. 이 기간 수도권의 미분양 주택이 7813가구로 55.9%(2801가구) 급증했고, 지방권의 미분양 주택이 3만3791가구로 21.9%(6081가구) 증가했다. 그나마 공사가 끝나고도 주인을 찾지 못한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7189가구로 전월에 비해 1.9%(141가구) 감소했다.
거래 절벽도 심화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전국 주택 매매량은 41만7794건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81만8948건)과 비교해 49.0% 급감했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이 16만7057건으로 58.2%, 지방권이 25만737건으로 40.2% 축소됐다. 특히 서울 아파트 매매량이 856건에 불과했다. 1년 사이 77.9%나 쪼그라든 것이다. 지난 2006년 1월 관련 통계 발표를 시작한 이후 최저치다.
건설사들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공급 선행 지표인 인허가 물량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수도권 기준 주택 인허가 누적 실적은 13만1839가구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28.3% 줄었다. 이 기간 주택 착공 누적 실적은 29만4059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1% 감소했다.
이처럼 암울한 시장 흐름에 미분양 물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전국 89개 단지 6만1312가구가 쏟아질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분양 실적(3만413가구)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권역별로 수도권이 2만9653가구, 지방권이 3만1659가구로 조사됐다.
서울에서는 4842가구 공급이 계획돼 있다. 성북구 장위동 ‘장위자이레디언트’(2840가구), 중랑구 중화동 ‘리버센SK뷰롯데캐슬’(1055가구), 은평구 역촌동 ‘센트레벨파크프레스티지’(752가구) 등이 분양에 나선다. 경기에서는 화성시(4138가구)에 분양물량이 집중됐다. 부천시와 성남시에서도 공공분양 2600여가구가 풀린다.
지방에서는 창원시 사화동 ‘창원롯데캐슬포레스트1·2단지’(1965가구), 포항시 북구 ‘학산공원한신더휴’(1455가구), 대구 남구 ‘대명자이그랜드시티’(2023가구) 등도 대기 중이다. 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 지방도시는 충남으로 1만608가구에 달한다. 대전(4643가구), 경남(3312가구), 경북(3301가구), 강원(2689가구), 대구(2023가구)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부동산 상승장에서는 완판이 가능했을 대단지 아파트들이 눈에 띄지만, 기준금리 인상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집값 하방압력이 거센 상황이어서 사업자들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치솟은 금융비용과 공사비용이 분양가에 적용돼 시세 차익을 보장하기 어려운 만큼 청약에 당첨된다고 해도 계약을 포기하는 수요자가 속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분양 예정이었던 단지들도 분양 일정을 속속 미루고 있다. 서울에서는 동대문구 이문1구역 ‘래미안라그란데’와 강남구 반포한신15차 ‘래미안원펜타스’가 청약 신청을 내년에 받기로 했다. 경기 양주시 ‘양주역 푸르지오 센터파크’도 분양 일정을 연기했다.
복수의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수요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미분양 및 미계약 우려가 커지면서 예정된 물량이 모두 나올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지만,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곳을 중심으로 수요가 모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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