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스트 국가와는 상종 안 해”… 러시아 재벌들의 잇따른 시민권 포기

박선민 기자 2022. 11. 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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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코프뱅크 설립자 올렉 틴코프(45).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최대 온라인 은행인 ‘틴코프뱅크’의 설립자 올렉 틴코프(45)가 러시아 시민권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31일(현지 시각) AFP통신 등에 따르면 틴코프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러시아 국적을 버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틴코프는 글과 함께 시민권 포기 증서 사진을 첨부했다. 증서에는 “지난 10월 26일부로 러시아 연방 시민권이 종료됐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틴코프뱅크는 국영기업인 스베르뱅크와 VTB 뒤를 잇는 대형 은행으로, 약 2000만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틴코프는 시민권 포기 이유에 대해 “평화로운 이웃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고 매일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있는 파시스트 국가와는 엮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러시아와는) 상종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더 많은 러시아 저명 사업가들이 나를 따라왔으면 한다. 이는 푸틴 정권과 러시아 경제를 약화해 결국 그를 패배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푸틴의 러시아는 증오하나, 이 미친 전쟁에 반대하는 러시아인 모두를 사랑한다”고 덧붙였다.

이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틴코프는 글이 삭제된 이유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틴코프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온 시민권 포기 증서. /인스타그램

틴코프가 러시아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4월 19일에도 인스타그램에 “이 미친 전쟁의 수혜자는 단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며 “무고한 시민과 군인이 죽어가고 있다”고 했다. 틴코프는 이 비판으로 인해 자신이 보유한 틴코프뱅크 주식 35%를 헐값에 매각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쟁 반대 글을 올린 다음 날부터 정부가 회사 간부들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내가 믿고 있는 실제 평가가치의 3%에 지분을 넘겨야 했다. 크렘린궁이 강요한 거래였다”고 했다.

앞서 지난 8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유리 밀너(61) 디지털스카이테크놀로지(DST) 최고경영자(CEO)가 시민권을 포기했다. 밀너는 지난달 10일 자신의 트위터에 “나와 내 가족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2014년 러시아를 떠났다”며 “그리고 올해 여름 러시아 시민권 포기 절차를 공식적으로 마쳤다”고 했다.

영국 핀테크 기업 레볼루트의 공동창업자이자 자산 67억달러(9조5000억원)의 거부 니콜라이 스토론스키(38) 역시 지난달 시민권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레볼루트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니콜라이는 영국 시민”이라며 “그는 올해 초 러시아 시민권을 포기했다”고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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