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 95조 유동성 공급…통화긴축과 상충 영향은?

고한솔 2022. 11. 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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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금융지주회사가 자금시장의 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95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1일 5대 금융지주회장단(케이비(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엔에이치(NH)금융)은 김주현 금융위원장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하는 데 95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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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발 시장 경색]시장 유동성 지원에 73조, 계열사 지원에 10조 지원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B금융 등 5대 금융지주는 최근 자금 시장 경색을 풀기 위해 올해 연말까지 95조원 규모의 유동성 및 자금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연합뉴스

5대 금융지주회사가 자금시장의 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95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1일 5대 금융지주회장단(케이비(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엔에이치(NH)금융)은 김주현 금융위원장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하는 데 95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총 95조원 중 73조원은 시장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정부가 발표한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에는 12조원을 투입하고, 그룹 내 계열사 지원에는 10조원을 쓴다.

구체적으로 금융지주회사들은 공기업, 대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을 늘릴 계획이다. 금융지주들은 특수은행이 발행하는 특은채, 여신전문금융회사채권, 회사채, 기업어음(CP),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환매조건부채권(RP) 등에 대한 매입 규모를 기존 계획보다 늘려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인다는 지적을 받는 은행채 발행은 최대한 줄일 방침이다. 자금 회수가 우려되는 머니마켓펀드(MMF)나 제2금융권 크레딧라인(신용공여한도)도 유지하고, 취약 차주 지원 방안도 모색하기로 했다.

총 95조원은 금융지주회사가 기존에 세워놓은 투자 계획을 정부 요구에 따라 확대 편성해 내놓은 금액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가 기발표한 20조원 규모의 채안펀드, 10조원 규모의 증안펀드에 투자되는 금액(12조원)도 이번 95조원 지원책에 포함됐다.

5대 금융지주의 발표는 ‘책임과 역할을 다해달라’는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 우려, 레고랜드 사태가 겹쳐 채권시장의 수요가 얼어붙고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막히자, 정부는 지난달 23일 ‘50조원 플러스 알파’ 대책을 발표하는 한편, 업권별로 자체적인 노력을 당부하고 있다. 김주현 위원장은 이날 “최근 금융지주와 은행의 일시적 이익은 코로나19 위기극복 과정에서의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에 따른 대출 규모 확대 등에서 기인한 측면이 큰 만큼, 자금시장이 원활하게 순환하도록 역할해달라”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 자금시장 경색 해소를 위해 잇달아 추진되고 있는 대책들이 한국은행의 통화긴축 기조와 상충할 여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은이 직접 돈을 푸는 것은 아니지만, 금융기관들의 신용 창조가 확대되면서 시중에 있는 통화량이 증가할 수 있는 탓이다. 한 예로 한시적으로 완화한 은행 예대율 규제는 은행들의 대출 여력을 늘려 시중 통화량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같은 통화량 증가는 통상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한은이 물가를 잡기 위해 단행해온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다소 떨어질 수 있는 셈이다. 반면 최근 일부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보다 훨씬 가파르게 상승해온 점을 감안하면 시장 안정화 조치를 통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시장금리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오르면, 금융시장의 경착륙을 방지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최대한 점진적으로 인상해온 한은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탓이다.

김주현 위원장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시장의 비정상적 불안 요인에 의한 위험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한국은행도 필요할 때 필요한 조치를 할 거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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