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다리 붕괴로 한날 한시에 세상 떠난 세 형제
기사내용 요약
인도 거주 무차디아 3형제, 함께 '줄토 풀' 향했다가 변 당해
1일 기준 건설업체 관계자 9명 체포…피해자들 공정 조사 촉구
[서울=뉴시스]정희준 인턴 기자 = 인도 모르비 다리 붕괴로 인해 세 형제가 동시에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하룻밤 사이에 모든 아들을 잃은 부모는 공정한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영국 BBC는 31일(현지시간) 디왈리 축제(초승달이 뜨는 날부터 닷새 동안 집과 사원에 등불을 밝히고 힌두교 신들께 감사기도를 올리는 축제)를 즐기기 위해 함께 모르비 지역에 있는 현수교 '줄토 풀'로 향한 3명의 형제에 대해서 보도했다. 안타깝게도 형제는 같은 날 발생한 다리 붕괴로 인해 모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지난 30일, 치라그 무차디야(20)와 그의 두 동생인 다르믹(17), 체탄(15)은 어머니 칸타벤에게 줄토 풀을 구경하고 오겠다고 말하곤 집을 나섰다. 축제 기간에 학교는 휴교했고, 덕분에 무차디야 형제는 동시에 집을 나설 수 있었다. 형제는 축제 기간이야말로 7개월간의 보수 끝에 마침내 재개장한 142년 된 다리인 줄토 풀(풀은 현지어로 '다리'를 뜻함)을 방문하기에 최적의 시기라고 생각했다.
줄토 풀은 형제와 같은 생각으로 집을 나선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무차디야 형제는 각자 17루피(약 290원)의 성인 표와 12루피(약 200원)의 어린이 표를 끊은 뒤 233m 길이의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이 형제가 남긴 마지막 행적이었다.
니틴 카바이야 부부 역시 두 살도 채 되지 않은 어린 두 딸과 함께 줄토 풀을 방문했다. 카바이야 가족은 다리에서 충분히 사진을 찍고 오후 6시 30분경 다리에서 내려왔다. 니틴은 북적거리는 다리를 되돌아봤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는 매표소로 향해 직원들에게 표를 조금 천천히 팔아야 한다고 말했지만, 직원들은 니틴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0분쯤 지났을까. 어린 딸의 목을 축여주려 하던 니틴에게 찢어지는 비명과 고함이 들려왔다. 다리 쪽이었다. 고개를 들어 다리를 바라보자 반대편에서부터 뚝 끊어져 버린 줄토 풀이 눈에 들어왔다. 많은 사람이 순식간에 물에 빠졌고, 대부분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했다. 어떻게든 다리를 붙잡고 버티는 이들도 있었다. 니틴은 급히 사람들을 도우려 다리 쪽으로 향했다.
당국은 당초 줄토 풀 붕괴로 인해 최소 141명의 사망했다고 밝혔으나, 이후 사망자 수를 134명으로 정정했다. 무차디아 3형제도 목숨을 잃었다.
칸타벤은 형제의 친구에게서 줄토 풀이 끊어졌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형제들에게 당장 전화를 걸었다. 세 아들 중 누구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칸타벤은 아무도 받지 않는 전화기를 붙들곤 발만 동동 굴렀다. 역시 소식을 전해 들은 칸타벤의 남편 라제시는 줄토 풀로 달려갔다. 많은 사람이 들것에 실려 가고 있었다. 라제시는 즉시 다리를 벗어나 근처 병원을 뒤지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병원에서 치라그와 다르믹의 시신을 발견했다. 새벽 세 시에는 다리에 투입된 경찰과 군 재난 대응팀이 체탄의 시신 또한 발견했다. 실낱같던 희망마저 끊어지는 순간이었다.
칸타벤은 "우리는 일순간에 모든 것을 잃었다. 아무것도 남겨진 것이 없다. 오직 남편과 나뿐이다"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라제시에 따르면 장남 치라그는 안경 공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성실한 청년이었다. 치라그는 운전기사로 일하는 라제시와 함께 가족을 먹여 살렸다. 차남인 다르믹은 형보다는 짓궃은 성격이었지만 역시 가족을 위해서 일자리를 구하려 하고 있었다. 막내인 체탄은 이제 10학년이었고, 공부에 소질이 있어 항상 부부의 자랑거리였다.
무차디아 가족의 진열장에는 서로를 꼭 닮은 세 아들의 여권용 사진이 전시돼 있었다.
칸타벤은 "다리의 붕괴에 책임이 있는 누구든지 무기징역이나 사형에 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라제시 또한 "우리는 정의가 실현되기를 원한다"라고 덧붙였다.
다리 붕괴로 인해 무차디아 부부뿐 아니라 수많은 이들이 소중한 가족을 떠나보냈다. 이들은 건설업체뿐 아니라 시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다리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하며, 공정한 조사를 진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1일 기준 줄토 풀의 보수를 맡은 건설업체인 '오레바' 소속의 매표소 관리인·경비원을 비롯한 9명의 관계자들이 체포된 상태이다. 오레바는 어떤 입장 표명도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yiyo116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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