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사 당해요" 4시간 전 112신고…'인파 통제 완료' 사건 종결시켰다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2022.1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압사 당할 거 같아요. 겨우 빠져나왔는데 인파가 너무 많은데 통제해주셔야 할 거 같은데요."(저녁 6시34분 신고)
"사람들 밀치고 막 넘어지고 난리가 나서 다치고 있어요."(저녁 8시9분 신고)
"사람들 지금 길바닥에 쓰러지고 사고날 거 같은데, 위험한데."(저녁 8시33분 신고)
"사람들이 압사 당하고 있어요, 거의."(저녁 8시53분 신고)
"인파들이 너무 많아서 지금 대형사고 나기 일보 직전이에요."(밤 9시 신고)
"진짜 길 어떻게든 해주세요. 사람 죽을 것 같아요."(밤 9시2분 신고)
"사람들 너무 많아서 압사당할 위기거든요."(밤 9시7분 신고)
"상태가 심각해요. 안쪽에 막 애들 압사당하고 있어요."(밤 9시10분 신고)
"여기 오셔서 인원 통제 좀 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밤 9시51분 신고)
"골목에서 내려오기가, 막 밀고 압사당할 거 같아 통제 좀 해주세요."(밤 10시 신고)
"압사될 것 같아요, 다들 난리 났어요."(밤 10시11분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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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전 112에 신고된 내용이다. 최초 신고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는 구체적인 위험징후가 있었고 두번째 신고에서도 '사람들이 넘어지고 다쳤다'는 신고가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평상시와 같은 수준의 인파라며 안일하게 대응한 것으로 파악됐다.

1일 경찰청이 공개한 사고 당일 112신고 접수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저녁 6시34분 신고자는 "압사 당할 거 같다"며 "겨우 빠져나왔는데 인파가 너무 많은데 통제해주셔야 할 거 같다"고 요청했다.

신고자는 "골목에 지금 사람들 오르고 내려오고 하는데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경찰이 "큰 사고가 날 것 같다는 거냐"고 묻자 "너무 소름끼친다. 굉장히 좁은 골목인데 빠져나오는 인구와 섞이고 클럽에 서있는 줄하고 섞여 있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현장에 출동했으나 그 이후에도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보행로 통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저녁 6시34분 최초 신고부터 119에 '사람이 쓰러졌다'며 사고 신고가 접수된 10시15분까지 112 상황실에 총 11건이 접수됐는데 신고자가 '압사'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신고한 경우만 6 건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 중 4건은 현장에 출동한 후 자체종결했고 6건 주변에 경찰력이 있음을 전화로 안내한 후 종결했다"며 "1건은 조치 내용이 불명확해 확인 중이다"고 밝혔다.

경찰이 공개한 112 신고 종결내용에 따르면, 경찰은 해당 신고에 현장에 출동해 '강력 해산 조치'를 했다. 2, 5, 6번째 신고에는 현장에 출동해 시민들을 통제했다고 기입돼있다.

112신고가 들어오면 시도청 상황실에서 접수하고 관할 경찰서 상황실에 신고를 전자 시스템으로 하달한다.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한 경찰이 종결 내용도 문서로 기입한다.

112 종결 내용을 담은 경찰 문서에 출동 경찰이 사고 일대를 인파를 통제하고 종결했다고 적었지만 실제는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어떻게 해산 조치를 했는지, 어떻게 통제했는 지에 대해서는 적혀있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해서는 "감찰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며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사고 당시 여러 증언을 종합해볼 때 사고 이전 까지 경찰의 질서유지, 보행로통제 등의 조치는 없었다.

경찰은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옆 골목 119-7번지 일대에서도 접수된 세차례(저녁 6시 34분, 밤 9시51분, 밤 10시11분)의 신고에도 첫번째 신고 때만 현장 출동하고 나머지는 전화 안내로 종결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출동과 전화 안내는 당시 출동 경찰관이 판단했던 것 같고 이 역시 (감찰 조사을 통해) 확인 중"이라며 "11건 중 4건은 현장에 가서 대면접촉을 하고 종결한 건, 6건은 현장 출동 여부는 확인되지 않지만 전화를 통해 종결한 건, 1건은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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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헌 기자 z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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