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원전 수출 기폭제로 배터리·전기차 협력도 확대
양국 기업들은 이번 LOI를 기반으로 올해 말까지 원전 건설 기본계획을 만들고, 그 결과에 따라 타당성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원전 도입 경험이 없는 폴란드는 '2040 에너지 전략'에 따라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다. 그런 폴란드가 한국을 원전 건설의 파트너로 고려한 이유는 후보국 중 가장 우수한 원전을 차질 없이 공급할 수 있는 국가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과 원전 건설을 함께한다면 폴란드는 에너지 안보 강화와 함께 산업 발전에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능력을 확충할 수 있다. 원전 관련 제도의 구축, 인력 양성, 기자재 공급 등 원전 생태계 전반에 대한 선진 경험을 압축적으로 배울 수 있으며 배터리, 수소·전기차 등 다양한 산업협력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연달아 원전 수출 낭보가 이어지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무엇보다 국내 원전 산업인들의 불굴의 도전과 끊임없는 혁신의 결과물이다. 원전 불모지였던 한국은 1978년 첫 원전 도입 이후 28기의 원전을 안전하게 건설하고 문제 없이 운영해왔다. 이러한 운영 노하우에 우리의 독자적인 기술을 더해 2000년대에는 미국과 유럽도 인정하는 APR1400 개발에 성공했다. 경쟁국을 압도하는 합리적인 단가로, 약속한 일정에 맞춰 시공한다는 비즈니스의 기본에 충실했고, 2009년에는 본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며 기후와 문화가 전혀 다른 열사의 땅, UAE에서 첫 해외 원전 프로젝트를 성공시켜 한국 원전의 우수성을 대내외에 입증했다. 올해 이집트와 폴란드가 한국을 파트너로 선택한 배경에는 한국 원전 40년의 역사가 녹아 있다.
앞으로도 정부는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원전산업을 국가의 핵심산업으로 키워나갈 것이다.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민관이 모두 참여하는 원전 수출전략 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켜 강력한 원전 수출 드라이브를 펼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에 개최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원전 세일즈 외교에 나섰고, 장관급 원전 수출 협력단 파견 등을 통해 상대국에 강력한 의지를 전달해왔다. 이를 통해 그간 잠시 잊혀 있던 우리 원전의 우수성을 다시금 확인시키고, "세계 원전시장에 한국이 돌아왔다"는 점을 널리 알렸다.
이번에 폴란드와 LOI를 체결했지만 최종 수주까지는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이번 성과가 폴란드 원전의 최종 수주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원전 10기 수출 목표 달성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정부는 수주를 위한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나갈 것이다. 우선 원전 수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40~60년의 긴 시간 동안 그 나라와 형제 수준의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협력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원전 발주국들은 단순히 원전 건설·운영을 넘어서 자신의 국가 비전을 달성하는 데 함께할 수 있는 국가를 원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치열한 수주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방산, 산업, 정보기술(IT), 금융 등을 망라한 차별화된 수주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양국 간 상호이익을 도출해내고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구체적이고 신뢰성 있는 지원 방안을 민관이 함께 고민해나갈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와 폴란드는 유사한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고 있으며 빠르게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폴란드는 지정학적 위치로 잦은 외세의 침입을 겪었으며 나라를 잃었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동유럽 최초로 자유선거를 통해 민주 정부를 수립하고 빠르게 자유시장경제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 국가다. 현재 폴란드는 동유럽 지역 내 우리의 최대 교역투자 대상국 중 하나로, 우리 기업들의 유럽시장 공략을 위한 핵심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1989년 수교 당시 1억2000만달러에 불과하던 양국 간 교역액은 지난해 역대 최고인 77억달러를 기록할 만큼 빠르게 증가해왔다. 특히 올해 7월 폴란드는 우리나라의 전차와 자주포 등을 구매하기로 결정하고, 약 20조원 규모의 무기 수입 계약을 체결하는 등 우리나라와 실질적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해오고 있다. 역사적 유사성에 따른 연대감과 그간의 협력 성과를 바탕으로 원전과 함께 첨단제조, IT, 문화산업 등 전 분야에 걸친 협력 확대 방안을 민관이 함께 마련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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