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4시간 전부터 “압사” 112 신고 이어져

류석우 기자 2022. 11. 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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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33분 “사람들 길바닥에 쓰러지고” 8시53분 “압사당하고 있어요”
4시간 전부터 신고 11건 이어졌는데도 경찰 미흡한 대응 논란될 듯
윤희근 경찰청장이 11월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김혜윤 한겨레 기자 unique@hani.co.kr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기 4시간 전부터 이미 “압사당할 것 같아요”라는 112 신고가 이어졌지만, 경찰이 미온적으로 대처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청이 11월1일 공개한 ‘112 신고 접수 녹취록’을 보면, 사고가 일어난 10월29일 오후 6시34분부터 10시11분 사이에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11건의 신고가 있었다. 

# 2022년 10월29일 오후 6시34분 

신고자: 여보세요. 클럽 가는 길 해밀톤호텔 그 골목에 이마트24 있잖아요. 

경찰관: 해밀톤호텔 골목에 있는 이마트24요. 

신고자: 네. 그 골목이 지금 사람들하고 오르고 내려오고 하는데 너무 불안하거든요. 그니까 사람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당할 거 같아요. 겨우 빠져나왔는데 이거 인파 너무 많은데 통제 좀 해주셔야 될 거 같은데요. 

경찰관: 사람들이 교행이 잘 안되고 압사, 밀려서 넘어지고 그러면 큰 사고 날 거 같다는 거죠?

신고자: 네네. 지금 너무 소름 끼쳐요. 그 올라오는 그 골목이 굉장히 좁은 골목인데 이태원역에서 내리는 인구가 다 올라오는데 거기서 빠져나오는 인구와 섞이고 그 다음에 클럽에 줄 서있는 그 줄하고 섞여 있거든요. 올라오는 인구를 막고. 예, 막으면 내려온다는. 

경찰관: 클럽에 서있는 줄하고 줄, 서있는 인파하고 줄서있는 인파하고...

신고자: 네. 그 다음에 그 메인스트리트에서 나오는 인구하고 그 다음에 이태원역 1번 출구에 사람들이 다 나와서 그 골목으로 다 들어가요. 

경찰관: 아, 이태원역에서 나오는 사람들. 이태원역에서 빠져나가는, 아, 그쪽에서 골목에서 빠져나가는 사람들 인파 섞여서. 

신고자: 네, 지금 아무도 통제 안해요. 이거 경찰이 좀 서서 통제해서 인구를 좀 뺀 다음에, 그 다음에 안으로 저기 들어오게 해줘야죠. 나오지도 못하는데 지금 사람들이 막 쏟아져서 다니고 있거든요. 

경찰관: 알겠습니다. 경찰관이 출동해서 확인해볼게요. 

시민들이 1일 오후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김명진 한겨레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이처럼 신고 내용은 다급했지만, 경찰이 현장에 출동한 뒤에 ‘조치 종결’했다. 1일 브리핑에서 경찰 관계자는 “6시에는 그 정도로 다급하거나 그래보이지 않았다” “최초 신고 때는 사고날 정도까지 그런 위험도가 있어보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112 신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 10월29일 오후 8시9분

신고자: 여기 사람들이 인원이 너무 많아서 정체가 돼서 사람들 밀치고 난리가 나서 막 넘어지고 난리가 났고 다치고 하고 있거든요

경찰관: 네

신고자: 그래서 이것 좀 단속 좀 어떻게 해주셔야 될 거 같아서요. 

# 10월29일 오후 8시33분

신고자: 여기 지금 이태원 와이키키 매장 앞에 있는데요 (중략) 사람들 지금 길바닥에 쓰러지고 막 지금 너무 이거 사고날 것 같은데, 위험한데

경찰관: 사람들이 쓰러졌다고요?

신고자: 네, 쓰러지고 지금 이게 통제가 안 돼요. 

경찰관: 네

신고자: 지금 여기 지금 좀 큰일 날 것 같은데...(중략) 제가 영상 찍어놓은 것도 있는데 보내드릴 방법 있을까요?

# 10월29일 오후 8시53분

신고자: 지금 이태원, 이태원인데요. 

경찰관: 어, 전화가 잘 안 들리네요. 

신고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지직) 막 압사당할 것 같아서 우리가 브론즈라운지라는 곳이에요. ○○(지직) 좀 부탁드릴게요. 

(중략)

신고자: ○○(지직)많아서 사람들이 압사당하고 있어요. 거의. (중략) 아수라장이에요. 아수라장. 

# 10월29일 오후 9시

신고자: 지금 여기 사람들 인파들 너무 많아서 지금 대형 사고 나기 일보 직전이에요. 다 밀려가지고요. 여기 와서 통제하셔야 할 거 같은데요. 

# 10월29일 오후 9시2분

신고자: 길에서 다 떠밀리고 있거든요. 이러다가 진짜 사고날 것 같아요. (중략) 여기 진짜 길 어떻게든 해주세요. 진짜 사람 죽을 것 같아요

# 10월29일 오후 10시 

신고자: 여기 지금 이태원 때문에 사람 많잖아요. 예, 근데 거기서, 아우, 막 골목에서 내려오기가 막 밀고 압사당할 거 같애. 통제 좀 해주세요. 예. 

윤희근 경찰청장은 11월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서 “사고 당일 오후 6시34분께부터 현장의 위험성 및 급박성을 알리는 112 신고가 11건 접수됐으나 대응이 미흡했던 것을 확인했다”고 말한 바 있다. 신고가 접수된 11건 중에서 경찰은 4건만 현장에 출동했다. 7건은 전화 상담을 한 뒤에 사건을 종결했다. 경찰청은 독립적인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용산경찰서에 대한 감찰에 나서는 한편 수사에도 나서기로 했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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