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사 당할 것 같아요"…이태원 참사 '4시간 전' 절박한 신고

권용훈/강영연/구민기 2022. 11. 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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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긴급 신고 112입니다”, “여기 이태원 메인거리인데(지직) 압사당하고 있어요”

경찰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하기 전부터 접수된 시민들의 112신고 녹취록 일부를 공개했다. 경찰은 약 4시간 전부터 112신고가 접수됐지만 제대로 된 현장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공개한 12건의 녹취록에는 “사람들이 밀치고 넘어지고 난리가 났다”, “빨리 좀 와달라”, “압사당할 것 같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연합뉴스


1일 경찰청이 공개한 112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사고를 우려하는 첫 신고는 29일 오후 6시 34분이었다. 신고자는 “해밀턴 호텔 골목에 있는 이마트24 앞이 너무 불안하다”며 “겨우 빠져나왔는데 압사당할 것 같고 통제 좀 해주셔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담당 경찰은 “알겠습니다. 경찰관이 출동해서 확인해 볼게요”라고 말했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길바닥에 사람이 쓰러졌다는 신고도 있었다. 28일 오후 8시 33분에 접수된 112신고 내용에 따르면 신고자가 “사람들 지금 길바닥에 쓰러지고 막 지금 너무 이거 사고 날 것 같은데, 위험한데”라며 경찰관에게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사고가 발생한 29일 오후 6시 34분부터 현장의 위험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11건 접수됐다. 서울종합방재센터에 “해밀톤 호텔 옆 골목에 사람이 깔려 호흡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된 시각이 오후 10시 15분이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까지 약 4시간 전부터 사고 위험성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신고가 빗발쳤던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이날 밤 11시가 돼서야 이태원역 인근 도로를 통제하고 뒤늦게 구급차 진입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고강도 내부 감찰 예고

윤희근 경찰청장은 1일 155명이 숨진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고강도 내부 감찰을 예고했다.

윤 청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이태원 사고 관련 언론 브리핑’을 열고 경찰의 대응에 미흡한 점을 인정했다. 윤 청장은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에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다수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112신고를 처리하는 현장 대응은 미흡했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사전에 위험성을 알리는 112신고를 받고 제대로 조치했는지에 대해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하겠다”며 “전반적인 현장 대응이 적절했는지 등도 빠짐없이 조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청장은 “경찰은 이번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모든 부분에 대해 예외 없이 강도 높은 감찰과 수사를 신속하고 엄밀하게 진행하겠다”며 “오늘부터 경찰청에 독립적인 특별기구를 설치해 투명하고 엄정하게 사안의 진상을 밝히겠다”고 했다.

그는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관계기관들의 유기적인 대응에 대해서도 부족한 점은 없었는지 원점에서부터 면밀히 살펴보고 구조적 문제점을 찾아내겠다”며 “향후 범정부 차원의 재발방지 대책 논의에도 적극 참여해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경찰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한번 이번 사고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국민 치안 책임자로서 사퇴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 윤 청장은 “현 상황에서는 현안 해결과 사고 수습, 향후 대책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한다”며 “최종 결과가 나왔을 때 어느 시점이 됐든 그에 상응한 처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태원역 무정차 요청 놓고 진실 공방

경찰과 서울교통공사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난 29일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의 무정차 통과를 놓고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고 당일 이태원 일대 거리가 수많은 인파로 인해 포화 상태였지만 이태원역 무정차 조치가 지연된 문제에 대한 책임 소재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31일 경찰은 ‘사고 당일 경찰이 사고 발생 1시간 후에야 지하철 무정차 요청을 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참사가 나기 전에 공사 측에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공사 측은 이태원역 무정차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을 두고 비판이 일자 관할인 용산경찰서가 참사 발생 약 1시간 뒤인 29일 오후 11시11분께 112상황실을 통해 이태원역에 지하철을 무정차 통과시킬 수 있는지를 문의했다는 취지로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경찰은 사고 발생 전 무정차 통과를 요청했고 공사 관계자가 ‘승하차 인원이 예년과 차이가 없다’며 정상 운영을 결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은 29일 오후 9시38분께 교통공사에 무정차 통과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첫 신고 시각(오후 10시 15분)으로부터 약 37분 전이다. 

권용훈/강영연/구민기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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