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도 차별도 없는 '無장애극' 보러 오세요"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장에선 연극 '틴에이지 딕'의 장애인 배우들과 비장애인 연출진이 모여 서로 안부를 묻고 있었다. 다른 공연에선 찾아보기 힘든, 연습 전후 '체크인' '체크아웃'이라는 이름으로 컨디션을 살피는 시간이다.
"여러 사람이 모여 있다 보니 서로의 몸과 마음 상태를 알고 시작하면 좋지 않겠냐는 제안이 나왔어요. 장애인 배우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 스태프가 각자 있었던 일을 공유하고 연습 때 느낀 점을 공유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죠."(배우 조우리)
오는 17일 국립극장에서 개막하는 연극 '틴에이지 딕'은 이렇듯 다양한 구성원이 모여 만든 '무장애(배리어 프리)' 공연이다. 극작가 마이크 루가 셰익스피어의 '리처드 3세'를 뇌성마비 고등학생의 이야기로 각색했다. 리처드 3세는 기형적인 신체에서 비롯된 비뚤어진 열등감이 다른 형태의 권력과 욕망으로 분출되는 인간을 그린 작품이다. 마이크 루는 줄거리 배경을 미국 고등학교로 옮기는 동시에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만 비상한 머리로 책략을 꾸미는 주인공 리처드 글로스터의 모습을 담았다. 그간 평면적으로만 그려졌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고 입체적인 인간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연스레 이번 공연의 주연 배역도 뇌병변 장애인 배우 하지성(31), 조우리(39)가 맡는다. 이들은 지난 7월 오디션을 통해 선발돼 구슬땀을 흘리며 무대를 준비해왔다. "관객이 보시기엔 무대 위 배우들이 장애인, 비장애인으로 비칠 수 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그냥 다른 몸일 뿐이에요. 장애인인 주인공도 그저 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배우 하지성)
이들은 "차별이라는 것은 어느 상황을 막론하고 나쁜 게 아니냐"며 "각자 가지고 있는 '달란트(재능)'를 꺼내 보여드리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작품 내용이 정말 좋았지만 중심 역할을 제대로 해내야만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면서도 "공연을 잘 끝내고 나면 한발짝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며 눈을 반짝였다.
하 배우는 2010년 장애인 극단 '애인'의 창단 공연 '고도를 기다리며'에 출연하며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조 배우는 2015년부터 배우와 작가, 연출가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다.
하 배우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다"며 "무대에 서는 여러 직업을 고민하다 TV 스크린에서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배우의 모습을 보고 이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조 배우는 장애 인식 개선 운동을 펼치다가 '소프트 파워' 매력에 이끌려 공연계로 넘어온 경우다. "'연극같이 재미있는 방식으로 장애 인식을 높여보자'는 마음이 컸어요. 무대 공포증이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장애인 극단을 직접 꾸렸죠. 이질적이지 않으면서 감동도 주는, 따뜻한 방법으로 장애와 관련된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연극은 무장애 공연으로 진행되는 만큼 장애인 관객을 위한 접근성을 높였다. 시각 장애 관객에게는 음성 해설을 제공하고, 청각 장애 관객을 위해 무대 위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한다. 공연은 이달 17일부터 20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펼쳐진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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