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텝' 놓고 갈라진 금통위…"안정이 먼저" vs "성장 약화"
기준금리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지난 10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선 인상 폭을 두고 위원들 사이에 의견이 갈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빅스텝을 주장한 위원들은 아직 물가 상승률이 높고 환율 변동성이 커진 만큼 선제적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0.25%포인트(p) 인상 소수의견을 낸 두명의 비둘기파(통화완화정책 선호)위원은 과도한 긴축은 성장세를 약화시킬 수 있는 만큼 점진적 인상이 바람직하다고 맞섰다.
한은이 1일 발표한 '10월 12일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주상영, 신성환 위원은 0.25%포인트 인상, 이승헌(부총재)·조윤제·서영경·박기영 위원은 빅스텝 인상 의견을 내며 이같이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빅스텝을 주장한 위원들은 물가와 외환시장 안정을 가장 큰 인상 이유로 꼽았다. 한 위원은 "금년에 이어 내년에도 내수부문이 비교적 양호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에 비추어 금리인상에 따른 성장손실은 감내 가능한 수준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기준금리의 큰 폭 인상은 외환시장의 일방향 기대심리를 완충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 등에 따른 물가 상승을 우려한 위원도 있었다. 다른 위원은 "최근 물가 움직임을 보면 공급차질 완화, 국제유가 하향안정 등으로 가파른 상승세가 일단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원/달러 환율의 상승이 수입물가 경로를 통해 국내 물가상승압력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과의) 내외금리차 확대가 원화약세 기대쏠림과 자본유출 심화 등 외환부문 불안정뿐만 아니라 추가적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하는 점을 경계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빅스텝 인상을 주장했다.
또 다른 위원도 "무엇보다 대내외 통화가치의 안정회복에 주력해야 한다"며 "최근 물가가 원유 등 공급요인이 아닌 근원물가 중심의 수요측 요인에 의해 상승하고 있음은 보다 적극적인 정책대응이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소수의견을 낸 금통위원들은 성장세 약화 등을 우려했다. 한은 조사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인상될 경우 이에 따른 성장률 둔화 효과는 0.1%포인트 정도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위원은 "수출과 투자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올해초 거리두기 해제 이후 대면서비스를 중심으로 내수회복을 이끌어온 민간소비도 고물가·고금리의 지속 및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증가세를 계속 이어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라며 "경기와 고용을 과도하게 수축시키지 않으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근원물가 상승률을 2% 내외로 안정시키기 위한 기준금리의 상단은 3%대 초반 정도고, 그 수준에 도달한 후에는 인플레이션의 하락속도와 목표치로의 수렴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대응해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또 다른 위원은 "기조적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의 상승 흐름을 고려하면 통화정책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그 정도는 과도하지 않게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며 "국내 물가여건에 대응한 과도한 금리인상은 단기적으로는 물가안정에 주는 효과가 제한적이면서 중기적으로 대외 리스크 요인과 맞물려 성장경로의 추가적인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급격히 높아진 원/달러 환율 변동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0.25%포인트 인상 소수의견을 냈던 한 위원은 "국내 외환부문에서는 글로벌 리스크 요인에 무역수지 악화 등의 국내 요인도 가세하면서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어 이에 대한 경계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특히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의 역전폭 확대 및 역전기간의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일부 위원은 "2000년대 초중반 미 연준의 금리인상 시기와 최근 상황은 외환수급 여건 등 여러 면에서 유사함에도 당시에는 원/달러 환율이 하락 추세를 보인 반면 최근에는 상당폭 상승했다 "며 "이는 국내경제의 기초경제 여건뿐 아니라 달러화 자체의 움직임이 원/달러 환율의 주요 결정요인임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한편 향후 기준금리 인상 폭과 속도에 대해선 위원들 모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빅스텝을 주장한 한 위원은 "향후 인상 폭과 속도는 해외 주요국의 경기 및 금리 경로, 국내 성장과 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과 금융시스템 전반의 감내력 등을 고려해 결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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