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자주 가는데... 나도 희생자 될 수 있었다”

안수연 2022. 11. 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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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서울시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합동 분향소에는 많은 시민의 조문이 이어졌다.

그중 이태원 참사에서 104명의 사상자(1일 오후 현재)가 발생한 20대 또래의 방문이 눈에 띄었다.

이태원 참사 당일 현장 근처 음식점에 있었다는 한 20대 시민은 참사가 벌어진 현장을 영상으로 찍으며 구경하는 몇몇 사람의 모습이 가장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에서 156명의 사망자(1일 오후 현재) 중 20대 희생자는 10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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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찾은 20대 또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5년전에도 사람 많았으나 문제 없었다”
“사고 났는데 춤추고 노래하는 이들, 비상식적 상황”

[이데일리 안수연 인턴기자] 지난달 31일 서울시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합동 분향소에는 많은 시민의 조문이 이어졌다. 그중 이태원 참사에서 104명의 사상자(1일 오후 현재)가 발생한 20대 또래의 방문이 눈에 띄었다. 아르바이트 중 시간을 냈다는 대학생, 회사 점심시간을 이용해 방문했다는 직장인 등 서울광장을 찾은 20대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지난달 31일 이태원 참사로 합동 분향소가 차려진 서울광장. 시민들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사진=안수연 인턴기자)

“5년전 할로윈, 이태원에서도 내 의지대로 못 걸었다

이혜진씨(29세·여)는 5년 전 할로윈데이 때 이태원에 방문한 적이 있다고 말을 시작했다. 이씨는 당시의 분위기도 올해 참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회상했다. “그때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내 의지대로 걷는 게 어려웠다”라며 “남일 같지가 않다”고 눈물을 흘렸다.

익명을 요청한 27세의 시민은 이태원에 자주 놀러 간다고 입을 연 뒤 잠시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는 “이번에도 평소와 같이 이태원에 놀러 갔으면 나도 이 사고 희생자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참사 당시 촬영하고 노래 안 끈 사람도 방관자

이태원 참사 당일 현장 근처 음식점에 있었다는 한 20대 시민은 참사가 벌어진 현장을 영상으로 찍으며 구경하는 몇몇 사람의 모습이 가장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한쪽에선 시민이 울면서 CPR(심폐소생술)을 하고 있고 한쪽에선 그런 시민의 모습을 촬영만 하고 있는 게 너무 비상식적인 상황처럼 보였다” 라며 “공감 능력이 없는 이들과 앞으로 어떻게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 슬펐다”고 말했다.

이성혜 씨(29살·여)는 사고 현장에서 노래를 끄지 않고 방관하던 상가 주인의 태도를 지적했다. 이 씨는 “살려달라는 비명이 안 들릴 정도로 주변 상가의 음악 소리가 매우 컸다”면서 “영상을 찍는 사람과 다를 바 없는 방관자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 있었던 20대 시민. (사진= 안수연 인턴기자)

책임 소재 분명히 가려야한다

희생자들의 이태원 방문을 비판하는 일부 의견을 지적하는 시민도 있었다. 정연수씨(29세·여)는 “이태원에 간 것 자체를 뭐라고 할 일은 아니지 않나”라며 “희생자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발언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시민은 이번 참사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경찰, 지자체 등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국가를 어떻게 믿겠나”라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에서 156명의 사망자(1일 오후 현재) 중 20대 희생자는 104명이다. 20대 청년은 세월호 참사를 겪었고, 코로나 사태를 경험해 ‘재난 세대’로도 불린다. ‘재난 세대’의 희생이 가장 큰 참사에서 ‘20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안수연 (you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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