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쏠림 막기 위해” VS “과도한 금리인상 자제해야”…‘빅스텝’ 10월 금통위 ‘격론’
“물가·환율 불안이 금융안정 위협”
나머지 2명 “경기 둔화 고려해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6명 중 4명은 지난달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물가와 환율 불안이 금융안정도 위협하고 있다”면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화 가치 하락이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금융 불안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금리를 큰 폭으로 올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소수의견을 낸 위원 2명은 과도한 금리인상이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면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국은행이 1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10월 12일 개최)을 보면 다수 금통위원은 물가와 환율 안정을 목표로 빅스텝을 밟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금통위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3%로 0.5%포인트 인상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10년 만에 3%대로 올라섰다.
이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을 주장한 한 금통위원은 “우리 경제는 거시경제의 대내외 불균형이 확대되면서 물가 불안과 환율 불안이 동시에 발생하고 그 영향으로 금융 안정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대내외 통화가치 안정회복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당기간 5~6%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도 큰 폭의 금리인상이 필요한 이유로 꼽혔다. 지난 9월~10월에는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공급측 물가 상승 압력이 소폭 완화됐음에도 근원물가는 높은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 위원은 “최근 물가가 원유 등 공급 요인이 아닌 근원물가 중심의 수요측 요인에 의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보다 적극적인 정책대응이 필요함을 시사한다”며 “중립범위의 기준금리 수준으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고 인플레이션 기대를 안정화시키기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우리나라 중립금리(경기를 과열 또는 위축시키지 않는 적정 수준의 금리)는 통상 연 2.25%~2.75% 수준으로 여겨진다.
같은 의견을 낸 또 다른 위원은 “기준금리의 큰 폭 인상은 외환시장의 일방향 기대심리를 완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또 다른 위원은 “국내 소비가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어 성장세의 급격한 둔화 가능성은 아직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의 상황에서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과 환율 경로를 통한 물가 상승 압력을 줄이는 것이 거시경제의 우선적 과제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반면 이날 소수의견을 낸 주상영·신성환 위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우리나라 성장세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들어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부진한 데다, 올 3분기까지 국내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민간소비의 경우 고물가·고금리 기조 속에서 회복세가 꺾일 가능성이 높다고 이들은 평가했다.
소수의견을 낸 위원 중 한명은 “국내 경제는 대외여건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민간소비와 정부소비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왔으나, 글로벌 경기둔화가 본격화되면서 성장세가 전반적으로 약화되어 가는 모습”이라며 “수출과 투자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올해 초 거리두기 해제 이후 대면서비스를 중심으로 내수 회복을 이끌어온 민간소비도 고물가·고금리 지속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증가세를 계속 이어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달러화 강세, 무역수지 악화 등으로 최근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확대된 데다 한·미 정책금리 역전폭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진 사실이지만,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기준금리 인상이 국내 경기 하강을 가속화하고 금융불안정을 야기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다른 조건에 변화가 없는 한, 경기와 고용을 과도하게 수축시키지 않으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근원물가 상승률을 2% 내외로 안정시키기 위한 기준금리 상단은 3%대 초반 정도라고 생각한다”며 “그 수준에 도달한 뒤에는 인플레이션의 하락 속도와 목표치로의 수렴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도한 금리인상이 단기적으로 물가 안정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소수의견을 낸 또 다른 위원은 “통화정책의 파급시차를 감안하면 그간의 정책금리 인상이 차츰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세계경제가 침체 국면에 진입하면서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도 그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인플레이션 흐름에 대응해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국내 물가 여건에 대응한 과도한 금리인상은 단기적으로는 물가안정에 주는 효과가 제한적이면서 중기적으로 대외 리스크 요인과 맞물려 성장 경로의 추가적인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또 그는 대내외 금리차가 원·달러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자본 유출과 원·달러 환율 상승을 우려한 선제적 통화정책보다는 상황 전개에 따른 유연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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