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사 회사채 금리 연 65% 거래, 왜?

유희곤 기자 2022. 11. 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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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재건축 단지에서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이다(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김창길 기자

1일 채권시장에서 한 중견 건설사의 회사채가 시장 평가 금리보다 연 수익률 기준으로 최대 59%포인트 넘게 거래됐다. 전문가들은 만기가 4개월밖에 남지 않은 채권이어서 실제 손해율은 크지 않고 물량도 적어서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평가했지만 일각에서는 참여자들의 불안 심리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의견도 나왔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시공능력 25위인 한신공영의 회사채인 한신공영 42 2억9909만원어치(액면가)가 2억8087만4000원에 장내 거래됐다.

이 채권은 투자 적격 등급 중 BBB- 다음으로 낮은 BBB로서 표면금리는 3.784%, 민간 채권 평가사 4곳이 평가하는 금리 평균(민평금리)은 5.801%이다. 이날 연 환산 수익률 기준으로 최저 8.638%에서 최고 65.147%에 거래됐다.

채권은 수익률(시장금리)이 높을수록 가격은 내려간다. 채권 수익률이 민평금리보다 59%포인트 싸게 거래됐다는 뜻은 매도자가 채권을 그만큼 할인된 가격에 시장에 내놔 매매계약이 체결됐다는 뜻이다. 채권을 갖고 있으면 3개월 등 정해진 기간에 표면금리만큼 이자를 받을 수 있고 만기에는 원금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매도자가 원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손해를 감수하면서 시장에 보유 채권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연 환산 수익률의 착시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만기가 6개월 남은 채권이 시장금리 10%에 거래됐다면 연 환산 수익률은 20%이다. 한신공영 42의 만기는 2023년 3월3일로서 약 4개월 남았다. 이날 거래된 물량의 수익률은 최저 2.879%에서 최고 21.716%인 셈이다.

자금운용역 출신의 한 금융사 관계자는 “액면가와 거래액상으로는 약 1800만원의 손실을 봤는데 3개월마다 받은 이자를 고려하면 실제 손실액은 이보다 적을 것”이라면서 “만기가 1년 남은 같은 회사 채권은 12~13%에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자산운용사 등이 펀드투자자의 환매 요청에 응하기 위해 보유 중인 한신공영 채권을 급히 매물로 내놨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채권 시장에서 2억~3억원은 주식 시장의 1~2주 수준이어서 급전이 필요한 기관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에서 하한가로 매물을 내놓은 것과 비슷하다는 뜻이다. 한신공영 24는 2021년 3월3일 총 1000억원어치가 발행됐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만기가 얼마 안 남은 채권인데다 금액도 작아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개인투자자가 한신공영의 원금 상환 가능성을 의심하고 일부 손실을 감수하고 보유 채권을 매각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날 한 언론은 한신공영 사업장에서 미분양이 잇따라 발생했고 신용평가사들도 한신공영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고 보도했다.

금융사 관계자는 “한 대기업집단 계열 건설사의 기업어음(CP)도 거래가 쉽지 않을 만큼 자금 시장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불안 심리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금융당국이나 시장참여자들이 시장의 안정에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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