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전 112신고 11차례...경찰 부실대응 속속 드러나

정진형 2022. 11. 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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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오후 6시34분 최초 신고 "압사 당할 듯…통제해주세요"
오후 8시9분, 33분 2·3차 신고 "사고 날 거 같아요….위험"
오후 8시53분~9시2분 4~6차 신고 "진짜 사람 죽어요"
오후 9시7분~10시 7~10차 신고 "빨리 와서 인원 통제를"
오후 10시 11분 비명소리와 함께 "압사될 거 같아요"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지난 29일 발생한 이태원 핼로윈 참사 당일 사고 4시간여 전부터 '압사' 위험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빗발쳤던 것으로 확인됐다.

1일 경찰청이 공개한 당시 112 신고 내용에 따르면, 사고가 있기 전인 오후 6시34분부터 오후 10시11분까지 총 11차례의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들은 인파가 몰린 위험한 상황을 언급하며 경찰의 현장 통제를 호소했다. 이 과정에서 신고자들이 총 9차례 '압사'란 단어를 언급했다.

오후 6시34분 최초 신고 "압사 당할 듯…통제해주세요"

첫 신고는 오후6시34분에 들어왔다. 공교롭게도 사고가 일어난 해밀톤호텔 골목길의 편의점 쪽에서였다.

신고자는 "이태원 메인스트리트 들어가는 길"이라며 해밀톤호텔 골목길이라고 장소를 명시했고, "그 골목에 사람들이 오르내리는데 너무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이 신고자는 "사람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오니까 압사당할 거 같다. 겨우 빠져나왔다"며 "인파가 너무 많은데 통제 좀 해주셔야 될 거 같다"고 전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관이 "사람들의 교행(통행)이 잘 안 되거 압사 , 밀려서 넘어지고 그러면 큰 사고가 날 거 같다는 거죠"라고 되묻자, 신고자는 "네, 지금 너무 소름끼쳐요"라고 답했다. 이 신고자는 "아무도 통제 안 한다"며 경찰의 통제를 호소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심정지 사고가 발생해 30일 새벽 경찰 및 소방구급 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이태원에는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다. 2022.10.30. bluesoda@newsis.com

오후 8시9분, 8시33분 2·3차 신고 "사고 날 거 같아요….위험"

첫 신고 1시간 30분 뒤인 오후 8시9분 두번째 신고에서도 "인원이 너무 많아서 정체되고 사람들이 밀치고 넘어지고 난리가 났다. 다치고 있다"며 "단속을 좀 어떻게 해주셔야겠다"고 전했다.

오후 8시33분 3차 신고에서는 "인파가 너무 많이 몰려서 사람들이 길바닥에 쓰러진다"며 "이거 사고 날 거 같다. 위험하다"는 내용이 전해졌다.

신고자는 거듭 "(사람이) 쓰러지고 통제가 안 된다", "여기 좀 큰일 날 거 같다", "진짜 심각하다"고 재차 위험성을 호소했다. 현장을 찍은 영상을 112에 보내겠다고도 했다.

첫 신고 이후 2~3차 신고까지 '압사'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경우는 없었지만 수차례 사람들이 넘어지고 있다는 위태로운 상황을 묘사한 내용이 많았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30일 새벽 사고현장. 30일 오전 2시40분 기준 이태원 핼러윈 압사 사고와 관련해 120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상자는 100명으로 사망자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2022.10.30. bluesoda@newsis.com

오후 8시53분~9시2분 4~6차 신고 "진짜 사람 죽어요"

오후 8시53분과 9시, 9시 2분께 접수된 3차례의 신고에는 순식간에 악화된 상황이 여지없이 나타났다. "압사"란 단어가 다시 수차례 등장하며 신고자의 다급함이 통화 내용에 묻어났다.

4차 신고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압사당할 것 같다"며 "아수라장이에요. 진짜 장난 아니에요"라고 전했다. 112 통화 연결 상태가 좋지 않은 듯 전화 소리가 잘 안들린다고도 했다.

오후 9시 5차 신고에서는 "지금 여기 사람들, 인파가 너무 많아서 대형사고 나기 일보 직전"이라며 "와서 통제하셔야할 것 같다"고 했다. 이 신고자는 "사람들이 계속 밀린다. 나는 구조돼있다"고 밝혔다.

2분 뒤 6차 신고에서도 "지금 인파가 너무 많아서 길에서 다 떠밀리고 있다. 이러다가 진짜 사고날 것 같다"는 다급한 내용이 담겼다. 이 신고자는 "진짜 길 어떻게든 해주세요. 진짜 사람 죽을 것 같아요"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30일 새벽 구급대원들이 시신 이송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03시 기준 사망자는 120명으로 집계됐다. 2022.10.30. livertrent@newsis.com

오후 9시7분~10시 7~10차 신고 "빨리 와서 인원 통제를"

오후 9시7분 신고에서는 "지금 이태원 위쪽 할러윈 거리"라며 "여기 지금 사람들 너무 많아서 압사 당할 위기에 있다"고 전했다. 이 신고자는 "일방통행할 수 있게 통제해달라"고 구체적인 진단도 내렸다.

불과 3분 뒤 오후 9시10분에도 "핼로윈 축제 중인데 상태가 심각하다. 안쪽에 애들 막 압사당하고 있어요"라는 다급한 목소리가 전해졌다. 해밀톤호텔 인근인 듯 "여기가 어디 호텔이지"하고 주변에 지명을 묻는 상황도 담겼다.

오후 9시51분 9차 신고에서는 경찰의 빠른 출동을 요청하면서 "가능하면 빨리 나오실 수 있을까요. 지금 되게 위험한 상황인 거 같거든요"라는 위기감이 드러나기도 했다.

오후 10시 10차 신고에선 욕설과 함께 "이태원 (핼로윈) 때문에 사람이 많잖아요. 근데 막 골목에서 내려오니까 막 밀고 압사당할 거 같다. 통제좀 해주세요"라고 신고자가 호소했다. 위치추적을 해달라고도 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에 시민들이 놓고간 근조화가 놓여 있다. 2022.10.30. kgb@newsis.com

오후 10시 11분 비명소리와 함께 "압사될 거 같아요"

오후 10시11분 11차 신고에서는 "여기 압사될 것 같아요, 다들 난리 났어요"라며 가까스로 전하는 신고자의 내용이 있었지만 곧이어 비명소리가 두차례 들려왔다.

4분 뒤인 오후 10시15분께 좁고 경사가 있는 골목 길에서 다수가 넘어지면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했고 112 신고가 폭주했다.

이태원 압사 참사 사망자는 현재까지 총 156명으로 집계됐다. 여성이 101명, 남성은 55명이다. 중상자 중에 추가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기존 발표보다 1명이 더 늘었다.

하지만 신고된 11건 중 경찰이 현장에 출동한 것은 4건(6시34분, 8시9분, 9시, 9시2분) 뿐이었다. 나머지 6건은 전화상담 안내 종결했다. 나머지 1건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formati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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