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사흘만에 고개 숙인 이상민·오세훈·박희영… “사과 드립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연이어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부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비판 여론이 커지자 1일 공식 사과했다. 참사 이후 사흘째 공식 행보 외에 침묵을 지킨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공식 사과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 장관은 지난달 30일 긴급 브리핑에서 “예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 “통상과 달리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이태원에 과거보다 30% 넘게 많은 인파가 몰린 것으로 드러나면서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못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서울 시내 곳곳에서 소요와 시위가 있었기에 경찰 경비 병력이 분산됐던 측면이 있었다”는 이 장관의 발언도 여론의 공분을 샀다. 이튿날에는 서울광장 합동 분향소에서 조문한 뒤 전날 발언에 대해 “(경찰·소방 배치로) 사고를 막기에 불가능했다는 게 아니라 과연 그것이 원인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과연 경찰의 병력 부족으로 발생한 사고였는지, 아니면 근본적으로 집회나 모임에 시정해야 할 것이 있는지를 더 깊게 연구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커지자 이 장관은 결국 국회에서 고개를 숙였다.
이 장관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이날 “경찰의 사고원인 조사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섣부른 추측이나 예단은 삼가야 한다는 취지에서 말씀드린 것이지만,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국민의 마음을 미처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며 “다시 한번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도 참사 발생 사흘 만인 이날 공식입장문을 배포하고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박 구청장은 참사 후 인스타그램, 유튜브 채널, 블로그를 삭제하거나 비공개 처리했다. 이후 참사 발생 19시간 만인 지난달 30일에야 첫 입장문을 내, 소관 지자체 장으로서 안일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 구청장은 이 입장문에서 연말까지 애도 기간을 연장하고, 불필요한 관내 행사와 단체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용산구는 박 구청장이 참사 당일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 사고 수습을 하느라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고 사무실에서 쪽잠을 자며 버티고 있다는 해명 자료를 냈다. 이후 용산구는 여러 차례 보도자료를 냈으나, 사고 수습에 주력하느라 고생하고 있음을 앞세울 뿐 책임지거나 사과하는 내용은 없었다. 이에 더해 박 구청장이 지난달 31일 MBC 인터뷰에서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며 이태원 핼러윈은 ‘축제가 아니라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말해 온라인 상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유럽 출장 중 귀국해 참사 현장을 둘러본 이후로는 공식 석상에 서지 않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오후 처음으로 이태원 사고 관련 입장을 발표했다.
오 시장은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빈다”며 “유가족분들에게는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현재 치료를 받고 계신 부상자분들도 조속히 쾌차하시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서울특별시장으로서 이번 사고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입장 발표 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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