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초동대응 실패 시인… 참사전 11번 신고 외면했다

4시간 전부터 위급상황 잇단 신고
단순 불편 치부 별다른 대응 안해
윤희근 "조치 미흡" 대국민 사과
지역 관할 용산경찰서 감찰 착수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입장을 표명을 표명하며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현안 보고 하는 윤희근 경찰청장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현안 보고하고 있다. 2022.11.1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사과하는 윤희근 경찰청장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입장을 표명을 표명하며 사과하고 있다. 2022.11.1 연합뉴스

이태원역 출구 가득 추모 메시지 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추모 공간에 시민들의 추모 메시지가 부착돼 있다. 2022.11.1 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는 이번 참사로 숨진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경찰의 부실 대응을 인정하고, 참사 사흘 만에 대국민 사과를 했다.

윤 청장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 "사고 당일 오후 6시 34분부터 현장의 위험성과 급박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11건 접수됐지만, 사고 예방 및 조치가 미흡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4시간 전부터 이미 위급한 상황을 알리는 112 신고가 다수 접수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지금까지 참사와 관련해 관계 당국에 접수된 첫 신고는 사고 당일 오후 10시 15분 소방 신고로 알려져 있었다.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도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사고 1시간 전부터 여러 건의 신고가 있었다. 인파가 많아 관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며 "오후 9시가 되면서 심각할 정도의 신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고 당일 오후 6시쯤부터 이태원 일대 핼러윈 축제와 관련한 112 신고를 받았지만 '일반적인 불편 신고'로 판단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오후 10시 이후 사상자가 속출하면서 100여 건의 신고가 경찰에 들어갔다. 경찰 지휘부의 사과와 시인으로 이번 참사의 1차 책임은 일단 경찰의 안이한 대응에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윤 청장은 "사고 발생 이전부터 많은 군중이 몰려 위험성을 알리는 급박한 내용이었는데도 112 신고를 처리하는 현장의 대응은 미흡했다고 판단했다"며 "관련 내용을 언론을 포함한 언론에 소상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고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윤 청장은 "독립적인 특별기구를 설치해 투명하고 엄정하게 사안의 진상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특별기구를 통한 강도 높은 감찰로 사고 직전 112 신고를 받고 제대로 조치했는지, 각급 지휘관과 근무자들의 조치가 적절했는지에 대해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사고 직후 서울경찰청 산하에 꾸려진 수사본부 역시 경찰청에 설치될 특별기구가 지휘할 전망이다.

윤 청장은 "관련 규정에 따라 서울경찰청이 아닌 경찰청에서 독립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기구 설치를 염두에 두고 있다"며 "제 살을 도려내는 '읍참마속'의 각오로 진상 규명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윤 청장은 이번 사고와 관련, 정부 차원의 대응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윤 청장은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관계기관들의 유기적 대응에 부족한 점이 없었는지 원점에서 면밀히 살펴보고 구조적 문제점을 찾아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범정부 차원의 재발방지 대책 논의에도 적극 참여해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경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청은 이날 이태원 지역을 관할하는 용산경찰서를 상대로 감찰에 착수했다. 김호승 경찰청 감사담당관을 팀장으로 15명의 감찰 인력이 투입돼 핼러윈 축제 사전대비부터 현장 대응까지 문제가 적절한 조치를 했는지 따질 계획이다. 경찰은 실무자부터 지휘관까지 관계자 전원을 상대로 의사결정과 실행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조사하겠다며 대대적 감찰을 예고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