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연착륙하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

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2022. 11. 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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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주택업체들은 PF금융을 통해 사업을 진행, 미분양에 따른 금융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중견 이하 주택 전문 업체들은 낮은 분양계약률, 중도금 연체 등으로 부도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상승도 자금사정 악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금융권 전반의 부동산PF 대출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으나 미분양 누적 등으로 부동산·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PF대출 등의 부실화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 대한 설명 같은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했던 2008년 이야기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6월 '지방 미분양 대책'을 내놓는다. 그 대책의 배경 설명 부분이다.

15년 전 상황이지만 지금의 시장에 대입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 내용들이다. 아직 '중도금 연체'까지는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지금같은 금리라면 곧 현실이 될지 모른다.

물론 통계를 깊숙이 따져보면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당시 전국 미분양은 13만2000만호 정도였다. 미분양 대책을 내놓기 전부터 정부는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를 공공이 사들이고 있을 정도로 당시 지방의 미분양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해 9월말 전국 미분양은 총 4만1604가구로 당시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미분양은 작년말부터 증가하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다.

"50% 오른 아파트값이 6% 내렸다고 폭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말도 맞다. 직전 거래보다, 고점 대비 수억원씩 떨어진 거래가 속출하고 있지만 그래봐야 2년 전 수준의 집값으로 돌아갔을 뿐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느끼는 경기는 이런 숫자와는 사뭇 다르다. 매주 나오는 전국 아파트값 하락률은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크다. 전국 주택거래량은 10년래 최저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역대 최저치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도, 건설업계 관계자들도 이렇게 빨리 주택시장이 냉각될 줄은 몰랐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다.

이유는 당연히 금리다. 금리가 너무 가파르게 오른다.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라던 시기가 불과 1년 전이었다. 인상 속도가 빠르지만 지금 기준금리 3%는 10년 전 수준에 불과하다. 2008년 미분양 대책이 나왔던 당시 기준금리는 5%가 넘었다. 절대금리 수준이 낮지만 시장의 파장이 큰 이유는 너무 오랜 기간 저금리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2014년 10월 이후 7~8년을 기준금리 2% 이하 시대에 살았고 그중 1년 반 정도는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였다.

지난 5년간 주택 수요를 억눌러 왔던 주택정책 당국자들은 올 봄까지만 해도 2년 후에는 반대의 정책을 써야 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하지만 이는 과거에 썼던 정책 경험에 따른 것이다. "아직 미분양 물량이 많지 않아 대책을 쓸 단계가 아니다", "집값이 6% 떨어졌을 뿐이다" 등의 발언은 그런 시각을 보여준다.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단계적 대책을 마련해 놓고 그 시기가 되면 펼쳐놓는 정책 집행의 관행이다.

정책 당국자들은 항상 '철저한 모니터링'과 '선제적 대응'이란 표현을 입에 달고 산다. '시장이 연착륙하도록 대책을 세우겠다'도 빠지지 않는 표현이다.

하지만 지금 정부는 선제적인가. '레고랜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를 계기로 자금시장 경색이 부각됐지만 부동산 PF 시장엔 이전부터 경고음이 계속 울리고 있었다. 입지가 좋은 우량 사업장들도 자금을 구하지 못했고 어렵사리 자금을 구한다고 해도 금리는 치솟았다.

집값 하락을 막아 무리해서 갭투자한 사람들이나 대책없이 사업을 확장한 건설사들을 구제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과거의 정책 경험으로 지금의 시장을 보고 있는건 아닌지 살펴보자는 얘기다. '선제적'이지 않은 대응으로 시장이 불씨 하나만 튀어도 폭발할 상황으로 변하고 있으니 말이다.

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사진=인트라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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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jh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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