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 만의 폭등’ 美 베어마켓랠리, 11월에도 이어질까

노자운 기자 2022. 11. 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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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다우지수 14% 급등…1976년 후 최대
“경기 침체·고용 둔화 신호, 증시에 활기”
“약세장, 아직 3분의1 남았다” 의견도

미국 뉴욕 주식시장이 한달 간의 베어마켓랠리(약세장 속 일시적 반등)를 마쳤다. 10월 한달 동안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4% 가까이 급등했는데, 이는 1976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나스닥지수도 각각 8%, 3.9%씩 올랐다.

베어마켓랠리가 나타난 것은 올해 들어 두번째다. 앞서 지난 6~7월에도 S&P500지수가 저점 대비 최고 17.4% 올랐으며, 다우지수가 14.2%, 나스닥지수가 23.3%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10월 들어 지수가 다시 반등하자, 시장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11월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베어마켓랠리를 넘어 상승장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온다.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업무를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6~7월의 베어마켓랠리는 물가 정점론 때문이었다.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일부 곡물 가격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으로 떨어지자 기대인플레이션이 꺾였고, 자연스럽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며 증시도 반등한 것이다.

하지만 결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월가 예상치(8.1%)를 웃도는 8.3%를 기록하며 물가 정점론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였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투자 심리도 다시 빠르게 식었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 모두 2020년 말 수준으로 돌아갔다.

그러다 10월 들어 또 다시 베어마켓랠리가 나타나자, 시장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얼마나 지속될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11월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보는 쪽은 경기 침체 우려를 근거로 든다. 경기 침체 가능성을 반영하는 미 국채 10년물-2년물 스프레드는 -0.51%포인트(51bp)까지 폭을 키운 상태다. 통상 10년물 금리는 2년물 금리보다 높게 형성된다. 10년물-2년물 스프레드가 -0.51%포인트까지 내려간 것은 IT버블이 붕괴됐던 2000년 이후 2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경기 침체가 가시화하면 연준은 기준금리의 인상 폭을 줄일 수밖에 없다. 11월 2일(현지 시각)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이미 금리의 75bp 인상이 기정사실화됐고 현 주가 수준에도 반영돼있는 만큼 12월 인상 폭이 관건인데, 지금처럼 경기 침체 우려가 큰 시기에는 12월에 50bp만 올릴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에 앞서 캐나다가 먼저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서며 이 같은 기대를 키우고 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6일 캐나다중앙은행(BOC)이 당초 예상치(75bp)를 밑도는 50bp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며 “이는 앞선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 통제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을 시사하며, 향후 통화 긴축의 종료를 예고한다”고 설명했다.

고용지표의 둔화 역시 베어마켓랠리의 연장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고용 시장이 침체되면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오는 4일 미국의 10월 고용지표가 발표되는데, 비농업부문 고용자 수는 19만명에 그치며 전월 고용자(26만3000명)에 크게 못 미칠 전망이다. 실업률도 전월(3.5%) 대비 높은 3.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문 연구원은 “앞서 9월 고용지표의 호조가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대한 우려를 키우며 증시 하락으로 귀결된 만큼, 10월의 고용지표 부진은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를 키우며 주가지수를 끌어올릴 것”이라며 2차 베어마켓랠리의 연장을 점쳤다.

금융투자 업계 일각에서는 뉴욕 증시가 베어마켓랠리를 연장하는데 그치지 않고 강세장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미국 투자 커뮤니티 플랫폼 시킹알파에서 활동하는 자산운용가 로렌스 풀러는 “메타 아마존, 알파벳(구글 지주사) 등의 실적 악화 및 주가 급락에도 지난주 증시가 상승했다”며 “이런 ‘거인’ 기업들의 주가 하락이 보통 약세장의 가장 마지막에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것은 증시의 추가 하락이 아닌 상승 전환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더라도 오래 지속되긴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글로벌 자산운용사 글렌메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모든 약세장(S&P500지수 기준)이 평균 14개월 간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평균 하락률은 35.7%에 달했다. 올해 약세장에서 S&P500지수는 10개월 간 21% 가량 떨어진 상태다. 아직 3분의2 밖에 하락하지 않은 셈이다.

글렌메드는 “약세장에서 일시적인 랠리가 나타나는 것은 흔한 일”이라며 “이는 잘못된 신호일 가능성이 크고, 남은 약세장 동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연준이 내년 중 기준금리를 5%까지 끌어올린 뒤에야 긴축을 종료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기준금리는 3.00~3.2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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