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삼일PwC, 재계 2·3위 현대차·SK 감사인 반납 왜?

심우일 기자 2022. 11. 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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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PwC가 최근 삼성전자(005930)의 외부 감사인 수임 계약에서 고배를 마신데 이어 금융당국이 최근 지정해준 현대차(005380)와 SK(034730)·SK이노베이션(096770)의 회계 감사인 지위도 반납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일PwC 측은 내년도 삼성전자 회계 감사인 수임을 두고 내부에선 연수익이 약 80억 원으로 크지 않은데 각종 경영자문을 못하면 '기회 비용'이 훨씬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국내 최대 기업의 감사인 지위를 잃는 상징성 등을 고려해 삼성전자 감사인 선임에 적극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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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M&A 자문으로 '독립성' 문제되자 감사 포기
SK·SK이노도 삼일이 내부회계관리 용역 맡아 거절
'비(非)감사' 확대하다 주력인 감사 부문 발목 잡혀
[서울경제]

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PwC가 최근 삼성전자(005930)의 외부 감사인 수임 계약에서 고배를 마신데 이어 금융당국이 최근 지정해준 현대차(005380)SK(034730)·SK이노베이션(096770)의 회계 감사인 지위도 반납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계법인내 매출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경영 컨설팅 등 비(非)감사 부문 중심의 사업 확대 전략이 회계법인의 ‘본업’인 감사 부문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일PwC는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현대차의 차기 감사인으로 지정됐지만, 당국에 “감사를 맡을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현대차는 올 해 ‘주기적 감사인 지정’ 대상 기업 중 최대어로 꼽힌 곳이어서 회계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재계 3위 그룹의 대표 기업인데다 국내 상장사로는 삼성전자에 이어 연결 기준 매출이 두 번째로 큰 곳이기 때문이다.

삼일PwC가 그간 현대차 감사인을 맡은 적도 없어 회계 감사 부문의 업력을 확장할 절호의 기회였지만 이를 거절하자 회계업계는 물론 재계도 적잖이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현대차는 1986년부터 2018년까지 32년간 딜로이트안진이 회계감사를 담당했고, 2019년부터 올 해까진 삼정KPMG를 외부감사인으로 맞았다.

삼일PwC가 현대차 감사인 지정을 반려한 것은 현대차의 기업 인수합병(M&A) 등 각종 재무 자문을 제공하고 있는 데 이를 계속 수행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은 특정 기업에 중요 경영 자문을 제공하는 회계법인을 감사인으로 선정하는 것을 금하고 있어 삼일측이 현대차 감사인을 맡으려면 기존에 해왔던 재무 자문 업무 등을 포기해야 한다.

또 삼일PwC는 현대차와 비슷한 이유로 주기적 지정제에 따라 내년부터 감사인으로 선정됐던 재계 2위 SK그룹의 지주사인 SK와 최대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의 외부 감사인 지위도 포기했다. 삼일측이 SK그룹의 내부 회계관리제도 구축 용역을 맡고 있어서다. 삼일PwC는 작년에도 같은 이유로 SK텔레콤(017670) 지정 감사인 계약을 포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삼일PwC 등 대형 회계법인들은 소위 ‘돈이 되는’ 비감사 사업 확대가 주력인 회계감사 수임 분야에서 운신의 폭을 크게 줄이는 데 대해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일PwC의 경우 내부회계관리나 경영 자문 분야를 바탕으로 지난해 국내 회계법인들 중 처음 매출 1조 원을 돌파했지만 전통적 업무인 회계감사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지속적 성장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삼일PwC 측은 내년도 삼성전자 회계 감사인 수임을 두고 내부에선 연수익이 약 80억 원으로 크지 않은데 각종 경영자문을 못하면 ‘기회 비용’이 훨씬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국내 최대 기업의 감사인 지위를 잃는 상징성 등을 고려해 삼성전자 감사인 선임에 적극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새 회계 감사인인 삼정KPMG가 선정됐다.

심우일 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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