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1호 한상' 신격호 개척정신 위에 핀 꽃 … 그 뜻 잇겠다

2022. 11. 1. 17: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978년 신격호 창업주 국민훈장 무궁화장 수훈 <사진제공=롯데지주>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은 '1호 한상(韓商)'으로 통한다.

1941년 21세 나이에 일본으로 건너간 신 명예회장은 롯데라는 기업을 일궈 한국에 돌아왔고 다시 세계로 나갔다. 혈혈단신으로 타국에 나가 글로벌 기업을 세운 그의 성공담은 3세대로 불리는 30·40대 한상에게도 여전히 도전정신을 돋우는 자극제로 작용한다.

신 명예회장의 고향(울주군) 울산에서 열린 제20차 세계한상대회 '영비즈니스리더포럼(YBLF)'에 참석한 젊은 한상들은 신 명예회장의 개척정신이 한국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유효한 1호 한상 정신이라고 입을 모았다.

인도네시아에서 건축자재 수출입 회사를 운영 중인 정제의 시네르기 수케스 대표(44)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어려운 시기에 차별을 감수하고 더 큰 기회를 찾아 일본으로 떠난 개척정신을 본받고 싶다"며 "우리 세대는 신격호 회장을 포함해 선배 세대를 밑거름 삼아 핀 꽃"이라고 말했다.

신 명예회장은 울산 작은 산골마을인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에서 10남매 중 첫째로 태어났다. 농업학교를 졸업한 후 직장을 얻었지만 더 큰 세상을 보고 싶어 유학길에 올랐다. 그가 처음 일본에 도착했을 당시 수중에는 우리돈 83원이 전부였다. 다음날부터 우유 배달을 시작해 실업학교에서 야학 생활을 이어갔다. 이후 몇 차례 공장을 설립했다가 전쟁으로 잿더미가 돼 불의의 실패를 맛봤지만 굴하지 않고 재차 비누와 화장품 공장을 세워 작은 성공을 거뒀다. 이후 현 롯데그룹의 모태인 껌 회사 롯데를 창립했고 초콜릿 사탕 아이스크림 시장에도 진출하면서 굴지의 식품회사로 키워냈다.

신 명예회장은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잃지 않았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가 이뤄졌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롯데제과를 설립했다. 이후 호텔롯데 롯데건설 롯데케미칼 등 다양한 분야로 투자를 확장해나갔다. 일본에서 게임사 컴시드를 운영 중인 이정섭 대표(43)는 신 명예회장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강점에 집중해 사업을 키워온 전략이 인상 깊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일본에서 잘했던 사업을 빠르게 한국에 가져오고 반대로 한국에서 잘되는 사업을 일본으로 옮겨가기도 했는데 이 점이 롯데가 한일 양쪽에서 성공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현재 블록체인 등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일본에 진출한 한국인이 많은데 규제 탓에 뒤처져 있던 일본 시장을 한국의 뛰어난 기술력으로 선점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통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신 명예회장의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을 본받고 싶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반도체 클린룸 바닥재 수출회사를 운영 중인 황보동열 수진글로벌 대표(42)는 신 명예회장이 고향 울산을 위해 복지재단을 설립하고 다양한 기부활동을 벌여온 것을 언급하며 "저 역시 작은 성공에 힘입어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는데 가끔은 사업보다 더 큰 행복을 느낄 때가 있다"고 말했다.

1세대 한상들은 해외 진출 기반이 부족했지만 성장 기회는 풍부했던 사업 환경을 지나왔다. 맨몸으로 부딪히는 도전의식과 어려운 조국을 위해 일한다는 사업보국 등이 당시 한상들의 정신이었다. 반면 현재 젊은 한상들은 글로벌 저성장이 뉴노멀로 자리 잡고 국가 브랜드의 위상은 높아진 환경을 맞이했다. 저성장에 따라 격해진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품·서비스에 기민한 변화를 추구하는 것 역시 젊은 한상들의 특징이다.

콜롬비아와 한국을 오가며 커피포장재 사업을 운영 중인 오종인 라티나 콜롬비아 대표(38)는 "과거에는 포장재라면 그저 기능에 하자가 없고 가장 저렴한 제품이 성공한다는 공식이 통했지만 최근에는 생분해라는 친환경 요소만 더해도 비싼 가격을 주고 구매하는 바이어들이 적잖다"고 했다. 그는 "같은 사업 아이템이라도 과거의 성공 방정식을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접근법을 고민한다는 게 선배 세대와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