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만 더 키운 '바이오하자드8 빌리지' DLC

문원빈 기자 2022. 11. 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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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마리 윈터스의 팬이 될래요” 감동적이지만 내용은 아쉬워

- 바이오하자드8 빌리지 DLC 공식 트레일러

※ 해당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캡콤의 바이오하자드8 빌리지 DLC '윈터즈 익스펜션'은 기자에게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다. 바이오하자드7과 8은 워낙 재밌게 즐겼고 윈터스 가족의 스토리도 감명 깊게 본 만큼 다음 스토리가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번 DLC는 본편 3인칭 모드, 섀도우스 오브 로즈, 특별 캐릭터 모드로 구성됐다. 본편 3인칭 모드도 너무 기대되지만 잠시 접어두고 본편 이후 스토리가 담긴 섀도우스 오브 로즈부터 즉시 실행했다.

분량은 2~3시간 정도다. 엔딩까지 쉬지 않고 플레이한 소감은 "기대가 너무 컸나"였다. 로즈마리 윈터스를 직접 조종하고 그녀에 대해 자세하게 알게 된 것은 최고였다. 에단 윈터스도 무척 반가웠다. 공포감 조성은 조금 아쉬웠지만 1년 전 경험한 본편의 감동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한 구성도 마음에 들었다.

물론 호불호가 나뉠 수 있다. 배경, 주요 몬스터, 사물 등 본편의 요소를 대거 재활용, 다소 루즈한 전투 패턴, 제한적인 무기 사용, 예측하기 쉬운 클리셰 등으로 실망하는 유저도 많이 보였다. 

가장 큰 문제는 본편의 궁금증이 전혀 해소되지 않은 것이다. 분명 스토리의 완성도는 한층 높아졌다. 하지만 1000피스짜리 퍼즐에서 한 가운데 3조각만 일부러 안 맞춘 느낌이다. "아직 풀리지 않은 복선들이 얼마나 중요하길래 하나도 해소하지 않은 것일까"라는 생각만 들었다. 게다가 앞으로 로즈마리 윈터스가 활약할 여지를 확실하게 남겨놓은 탓에 새로운 DLC나 바이오하자드9에 대한 갈망만 증폭시킨 DLC였다.

■ 본편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구성'

처음 DLC 트레일러를 봤을 때 바이오하자드8 빌리지의 쿠키 영상 이후 스토리인 줄 알았지만 본편의 마지막과 쿠키 영상 사이의 내용이었다. 기본적으로 기믹은 본편과 흡사하다. 새로운 내용이지만 향수가 계속 떠오르는 구성이다.

다만 장소는 기억을 따라가는 세계관이기 때문에 드미트리스쿠 성, 도나 베네비엔토 저택, 빌리지, 미란다 연구실 등을 재활용했다. 본편의 타임어택까지 도전할 정도로 지형지물을 완벽하게 외운 덕분에 쉽게 이동할 수 있었다. 본편에서 에단 윈터스가 드미트리스쿠에게 잡힐 때 갈고리에 찔린 채 천장에 매달리는 장면이 있다. 그때 사용됐던 갈고리가 그대로 남아있었다면 더 생생했을 텐데 아쉬웠다.

그래픽은 본편과 같은 수준이다. 퀄리티가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쁘다고 말할 정도도 아니다. 다만 최신 그래픽 기술력을 기대했다면 만족스럽진 않을 수 있다. 로즈마리 윈터스의 머리카릭이 빗자루처럼 표현된 것은 조금 거슬렸다. 머리카락 표현때문에 일부러 모자를 씌운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공포감 조성에는 공을 들이지 않았다. 스토리 깜짝 놀라게 하는 연출 정도만 곳곳에 배치된 정도다. 게다가 로즈마리 윈터스가 아직 청소년이라 그런지 잔인한 연출 또한 자제했다. 본편의 고어 장면을 기대한 유저들은 실망스러울 수 있다.

챕터는 크게 3단계로 구분된다. 균근의 기억 세상에 입장해 드미트리스쿠 성에서 정화 수정을 얻는 과정, 도나 베네비엔토 저택에서 정화 수정을 얻는 과정, 미란다와의 최종 결투다. 개인적으로 도나 베네비엔토 저택을 수색할 때 본편에서 공포감을 끌어올린 태아 괴물이 나오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대체 요소로 미아 인형이 나오는데 태아 인형에 비하면 무섭지 않다.

 

■ 전반적으로 쉬운 '길 찾기' 및 '전투 난이도'

콘솔 게임을 처음 입문하는 유저는 길 찾기에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몰입감을 잃어버리고 결국 포기하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이번 DLC 길 찾기는 정말 쉬운 편이다. 기본적으로 오브젝트들이 '여기로 가세요'라며 알려준다. 초회차에서 '단안 문장의 열쇠'를 찾는 구간만 제외하면 시간을 지체하지 않았다.

길 찾기는 쉬운 대신 바이오하자드 특유의 도주 구간이 많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는 주인공이 감당할 수 없는 적을 빨리 선보여 강제로 도망가게 만든다. 예를 들어 바이오하자드2의 타일런트, 바이오하자드3의 네메시스가 대표적이다. 바이오하자드8 빌리지에서는 드미트리스쿠가 있다. 섀도우스 오브 로즈에서는 거대 괴수, 미아 인형, 균근 점액 등이 이들과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

다만 본편처럼 하루종일 위협하진 않는다. 길 찾기처럼 진입장벽을 낮춘 요소다. 긴장감을 느낄 수 없어 아쉬웠지만 개발팀이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묘미를 보여주겠다는 의도에서는 칭찬하고 싶다.

전투 난이도는 탄약을 많이 제공해서 쉬운 편이다. 정말 그만 줘도 괜찮다고 생각할 정도로 에단 윈터스가 권총 탄약, 구급약, 화이트 세이지 줄기 등 다양한 아이템을 퍼준다. 이것이 아버지의 마음인가. 재료도 정말 많이 널부러져 있으므로 탄약을 여유롭게 사용해도 무관하다.

컨트롤 난이도도 적절했다. 권총을 개조하지 않은 상태에서 괴생명체가 4발에 죽기 때문에 조금 답답한 정도일 뿐 걸음이 느려 어렵진 않다. 다만 어린 아이라 그런지 기본 이동 속도가 느린 편이다. 에단과 함께 달리는 장면에서 이동 속도 차이를 절감한다. 느린 이동 속도로 인해 무빙샷이 녹록치 않다. 괴생명체들이 로즈마리 윈터스와 가까워지면 순간적으로 대시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무기는 권총, 파이프 수류탄, 산탄총만 사용할 수 있다. 로즈마리 윈터스가 유탄 발사기를 사용하면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해 적절한 구성이다. 파이프 수류탄은 잘 사용하지 않았다. 삼안 문장의 열쇠를 얻어 산탄총을 확보하면 난이도가 급격하게 낮아진다.

거대 괴수와의 전투는 칼 하이젠베르크의 슈트름과 라이칸의 수장 '우리아슈'를 혼합한 구성이다. 지정된 약점을 공격해야 대미지를 입힐 수 있다. 우리아슈와 전투했던 경험을 살려 지형지물을 활용해 적의 공격을 회피하면서 안전한 타이밍에 공격하면 쉽게 이겨낼 수 있다. 본편의 재미를 압축한 느낌이라 나름 만족스러웠다.

 

■ 여전히 궁금증을 풀어내지 않은 '스토리'

이번 DLC를 기다린 이유는 단연 스토리다. 기자도 바이오하자드7과 8을 플레이하며 윈터스 가족의 팬이 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섀도우스 오브 로즈는 팬 서비스용 스토리일 뿐이었다. 예쁘게 잘 성장한 로즈마리의 상황이 안타까웠고 에단은 최고의 아버지임을 다시금 증명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스토리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균근과 이블린의 영향을 받은 로즈마리에겐 특별한 힘이 있었다. 그녀의 남다른 능력은 주변 친구들에게 위화감을 느끼게 했고 결국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자신의 힘이 원망스러웠던 로즈는 균근을 연구한 케이에게서 능력을 없앨 방법을 듣는다. 바로 균근의 기억 속에서 정화 수정을 얻어 능력을 봉인하는 것이다.

로즈마리는 망설이지 않고 균근의 기억 속에 들어간다. 첫 번째 장소는 미란다의 성이다. 에단이 칼 하이젠베르크에게 당해 생존 게임을 자칭한 도주 상황에 처했던 그 장소다. 그곳에서 로즈마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소녀를 마주하며 놀란다. 그리고 한 명이 아닌 상황을 보고 경악한다. 대부분 죽어 있었다. 원인은 정체불명의 괴생명체였다. 그들은 로즈마리의 복제품을 흡수했다. 흡수된 소녀들은 염산에 얼굴이 녹은듯 끔찍한 몰골로 죽어갔다.

로즈마리는 괴생명체에게 둘러쌓였다. 죽음의 기로 앞에 선 그 순간 반딧불과 같은 금빛 가루가 탈출구를 알려준다. 정신 없이 달려 도착한 곳은 드미트리쿠스의 성이다. 에단가 다녀간 이후 시점이라 드미트리쿠스와 자식들은 없었다. 금빛 가루는 로즈마리의 편으로 보였다. 이름은 마이클이었다.

주인이 없는 드미트리스쿠의 성에는 괴상한 가면을 쓴 듀크가 있었다. 에단을 도와준 듀크와 달랐다. 로즈마리를 위협했던 괴생명체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로즈마리는 그의 수중에 있는 정화 수정을 발견한다.

듀크가 없는 틈에 수수께끼를 모두 풀어 정화 수정을 손에 넣었지만 그것은 가짜였다. 듀크의 함정이었던 것이다. 듀크는 거대 괴수를 소환해 로즈마리를 죽이려 했지만 마이클의 도움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로즈마리가 도착한 곳은 도나 베네비엔토의 저택이었다. 역시 이곳에도 주인은 없었다. 정화 수정을 얻지 못해 좌절했지만 진짜 정화 수정이 이곳에 있다는 마이클의 말에 희망을 되찾는다.

도나 베네비엔토 저택에서의 수수께끼는 역겹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자신의 부모가 얼마나 자신을 사랑했는지 알 수 있었다. 로즈마리에겐 소중한 시간이었다. 다시 정화 수정을 찾으려는 중 어린 소녀가 나타났다. 이블린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블린은 로즈마리를 증오했다. 무차별로 공격하는 이블린. 로즈마리는 틈을 노려 이블린을 제압했지만 결국 이블린은 폭주했다. 위기의 순간 마이클이 본 모습을 드러내면서 이블린의 공격을 받아내고 로즈마리를 탈출시킨다.

로즈마리는 정신을 잃은 채 빌리지 한복판에 떨어졌다. 정신을 차린 이후 자신을 위해 희생한 마이클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분명 에단인데 확신할 순 없었다. 마이클의 희생을 헛되지 않기 위해 정화 수정을 향해 나아갔다.

빌리지 중앙에는 거대 균근이 있었다. 그것을 향해 따라가니까 미란다의 연구실에 도착했다. 크리스 레드필드가 발견했을 때와 다른 일지. 미란다는 죽지 않았다. 하지만 미란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연구실은 어디론가 연결됐다. 그 끝에는 로즈마리가 원했던 정화 수정이 있었다. 로즈마리는 자신의 힘을 정화 수정에 이전했다. 평범한 인간이 된 것이다.

그 순간 미란다가 모습을 드러냈다. 미란다의 목적은 여전히 자신의 딸 에바를 살리는 것이었다. 로즈마리의 능력이 담긴 정화 수정으로 가능할 거라는 생각했고 이를 위해 로즈마리를 균근 기억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즉 로즈마리에게 균근 기억의 세계로 향하라고 조언한 케이가 미란다였던 것이다.

미란다가 로즈마리를 공격하려는 순간 희생된 줄 알았던 마이클이 모습을 드러낸다. 역시 에단이었다. 에단는 평범한 인간으로 변한 자신의 딸이 현실로 돌아갈 수 있도록 미란다와 맞선다. 하지만 강력해진 미란다 앞에서 에단는 허무하게 당했다. 로즈마리는 아버지의 죽음을 뒤로 한 채 현실로 갈 수 없었다. 결국 정화 수정을 파괴해 다시 능력을 받아들인다.

처절한 싸움에서 RW- 변종 플라스크로 능력을 강화했던 로즈마리에게 미란다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로스마리는 마치 이블린처럼 미란다를 압도했다. 미란다를 처치한 후 에단에게 향했다.

짧은 시간 동안 서로의 마음을 다시금 확인하며 작별했다. 눈을 뜬 로즈마리는 케이(미란다)의 연구실이었다. 모든 것이 꿈이었다고 생각하며 자리를 뜨는 그때 손에 쥐어진 무언가. 에단과 미아의 결혼 반지였다.

짧게나마 아버지를 만났다는 사실에 로즈마리는 기쁜 마음으로 자리를 떠난다. 이후 바이오하자드8 빌리지 쿠키 영향으로 이어진다. 본래 로즈마리는 에단에 대해 아무 것도 알지 못했다. 균근 기억의 세계 속에서 아버지가 누구인지, 아버지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게 된 덕분에 에단의 생일마다 묘지를 찾았던 것이다.

 

■ "바이오하자드9을 보고싶다" 

본편만큼 감동 스토리다. 아니 정확히는 본편과 판박이다. 로즈마리를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은 만족스럽다. 그리고 본편을 1인칭에서 3인칭 시점으로 즐길 수 있으니까 "드디어 바이오하자드8 빌리지가 완성됐다"고 느껴졌다.

전투와 스토리도 본편의 감동을 다시금 회상할 수 있도록 구성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본편에서 남겨둔 복선을 하나도 해소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대표적으로 미아의 행방, 크리스 레드필드의 대처, 듀크의 정체다.

이번 DLC에서 등장한 악역 듀크는 미란다가 만들어 낸 허상이다. 신출귀몰하며 에단을 도와줬던 듀크의 존재는 여전히 미스테리다. 트레일러에서 듀크가 등장했을 때 "흑막인가?"라며 기대했지만 비중이 전혀 없는 것을 알고 허무했다.

또한 본편에서 크리스 레드필드는 분명 미아를 구출했다. 그러나 작중에서 로즈마리는 엄마와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로즈마리가 성장하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뜬금없는 오마주도 있었다. 개발팀이 의도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예를 들면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일본 유명 만화 '나루토'가 계속 떠올랐다. 미아 인형에게 붙잡혀 사망할 땐 나로투에서 사소리가 죽을 때 가족끼리 모여있었던 장면과 흡사하다. 전체적인 구성도 구미호의 봉인이 풀려 나루토가 위기에 처할 때 내면에서 구해준 미나토의 스토리 내용과 다르지 않다. 오마주를 곳곳에서 볼 수 있으니까 재밌었지만 한편으론 몰입감이 떨어지기도 했다.

즉, 본편에서 궁금했던 것들이 전혀 풀리지 않았다. 윈터스 익스펜션을 즐기니까 다음 DLC 혹은 바이오하자드9에 대한 갈증이 타올랐다. 특히 로즈마리, 듀크, 미아 모두 그냥 소모하기엔 캐릭터성이 아까운 만큼 DLC보다는 정식 후속작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moon@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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