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이상민 문책론···대통령실 "진상 확인후 책임 논의"
행안위 출석한 李, 또 유감 표명
野 "유가족·부상자들 두 번 울려"
유승민은 이상민 파면까지 요구
與 "모든 국력 집중 수습이 먼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한 자신의 책임 회피성 발언에 대해 이틀 연속 사과했지만 이 장관에 대한 정치권의 문책 여론은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여권에서조차 “파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책임 추궁보다는 철저한 진상 규명이 우선이라며 이 장관을 둘러싼 정치권의 책임 공방에서 일단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이 장관은 참사 발생 나흘째인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장 질의에서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이 자리를 빌려 국민 여러분들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검정색 넥타이 차림에 글씨 없는 검정 리본을 달고 행안위 회의장에 입장한 이 장관은 “비현실적인 이 상황을 저로서도 받아들이기 힘들다”면서 “참담함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의 수사 발표 전까지 근거 없는 추측과 예단은 삼가야 한다는 취지에서 했던 말이지만 결과적으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족과 슬픔에 빠진 국민의 마음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며 “다시 한 번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해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했다는 비판을 받자 다음 날 보도 자료를 통해 “국민들께서 염려하실 수도 있는 발언을 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한 바 있다.
이 장관의 사과에도 정치권에서는 해당 발언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여야를 막론하고 이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정부 어느 누구도 ‘책임 있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며 “정치인은 국민의 삶에 대해서는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원내 대책 회의에서 “참사를 책임 있게 수습해야 할 정부 인사들의 부적절한 말들이 국민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며 “정부 당국이 유가족과 부상자들을 두 번 울리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회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정부 대응에 대한 지적은 계속됐다. 박재호 민주당 의원은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내가 살아왔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일반인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이런 상위의 자리에 있으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의 민병덕 의원도 “(이 장관의 발언은) 희생자에게도, 가족에게도, 시민에게도 2차 가해이자 3차 가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이 참석한 행안위에서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전체회의에서 별도의 질의 없이 관계 부처 보고만 받기로 한 것에 대해 강력 항의하기도 했다.
연일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헌법 34조 6항’을 언급하며 이 장관의 파면을 요구했다. 유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하고 정부든 지자체든 경찰이든 사전에 대비했어야 했다”며 “경찰을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는 이 장관부터 당장 파면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금은 모든 국력을 집중해 빨리 이 사태를 마무리하고 수습하는 것이 먼저”라면서 “지금 내놓기 적절하지 않은 이야기”라며 유 전 의원의 주장에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사고에 대한 명확한 진상조차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인사에 대한 책임부터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의 한 핵심 관계자는 “책임이나 그 이후의 문제는 진상 확인 결과를 지켜본 뒤에 해야 할 일”이라며 “진상 확인 결과를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전날 윤 대통령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고 윤희근 경찰청장은 곧바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입장 발표를 통해 “이번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모든 부분에 대해 예외 없이 강도 높은 감찰과 수사를 신속하고 엄밀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물론 진상 조사에서 위기 대응에 대한 분명한 책임 소재가 확인될 경우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진상을 확인해 가해자가 존재한다면 피해자가 존재한다는 것이고, 가해자에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상훈 기자 sesang222@sedaily.com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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