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월드컵] 공은 아직 둥글지 않다…월드컵 공인구의 ‘기하학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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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은 둥글다.
그 시발점은 1970 멕시코월드컵에서 사용된 최초의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공인구 '텔스타'(Telstar). '텔레비전 스타'의 줄임말로 흑백텔레비전 위성 중계 화면에서도 선명하게 식별할 수 있도록 오각형 조각이 검은색으로 디자인됐다.
이후 2002 한·일월드컵의 피버노바까지 8개의 공인구가 텔스타의 표준 모델을 따랐다.
10번째 공인구인 2006 독일월드컵의 팀가이스트(Teamgeist)부터는 기하학적 도약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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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월드컵]
공은 둥글다. 다만 완벽하게 둥글지는 않다.
21세기 초까지 축구공의 형태는 구에 가까운 다면체였다. 정오각형 12개·정육각형 20개씩 가죽 조각(패널)을 엮어 구형으로 구현한 것이 표준 모델이었다. 그 시발점은 1970 멕시코월드컵에서 사용된 최초의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공인구 ‘텔스타’(Telstar). ‘텔레비전 스타’의 줄임말로 흑백텔레비전 위성 중계 화면에서도 선명하게 식별할 수 있도록 오각형 조각이 검은색으로 디자인됐다. 축구공하면 떠오르는 그 공이다.
이후 2002 한·일월드컵의 피버노바까지 8개의 공인구가 텔스타의 표준 모델을 따랐다. 1978 아르헨티나월드컵에서 쓰인 탱고는 기존 가죽 소재에 폴리우레탄을 결합해 완전 방수 기능을 가미했다. 비가 오면 물기를 머금어 3㎏까지 무게가 불었다는 텔스타의 취약점을 개선한 것이다. 1986년 다시 멕시코에서 첫 인조 가죽 축구공인 아즈테카가 선을 보였고, 신소재 폼을 통해 반발력을 높인 퀘스트(1994), 트리콜로(1998) 등 혁신이 이어졌다.
10번째 공인구인 2006 독일월드컵의 팀가이스트(Teamgeist)부터는 기하학적 도약이 이루어졌다. 기존 32개에서 14개로 패널이 대폭 줄어들었고, 거죽 모양도 정다각형에서 곡형으로 바뀌었다. 팀가이스트는 그간 축구공의 기하학적 원리였던 ‘오일러의 다면체 정리’를 깼다는 평을 받는다. 스위스의 천재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가 발견한 다면체 정리는 모든 다면체는 ‘꼭짓점 수+면 수-모서리 수=2’를 만족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팀가이스트에는 꼭짓점이 없다.
이후 공인구는 2010년 자블라니 (8조각 ) , 2014년 브라주카 (6조각 ) , 2018년 텔스타18 (6조각 )로 진화했다 . 거죽 숫자가 줄어들수록 이음새도 줄고 , 축구공은 더 ‘완벽한 구’에 가까워진다. 구형이 완벽할수록 반응이 일정해져 패스·슈팅·드리블에서 컨트롤이 정교해진다. 물론 늘 좋아지는 건 아니다. 자블라니는 선수들로부터 ‘싸구려 탱탱볼’ 같다는 혹평을 들었다. 실제로 스포츠 과학자 홍성찬 교수의 2014년 연구를 보면 같은 조건 아래서 자블라니는 공인구 평균보다 빠르게 멀리 튄다.
이번 카타르월드컵에서 쓰이는 공은 ‘알 릴라’(Al rihla)다. 아랍말로 ‘여행’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이 공에는 “20개의 스피드 셸 패널 구조가 새롭게 도입되어 최상 수준의 정확도와 스피드를 제공한다”는 것이 지난 반세기 넘게 월드컵 공인구 개발을 독점해온 아디다스의 설명이다. 공인구가 도입된 이후 월드컵 경기당 평균득점 표준편차는 0.823에서 0.216으로 크게 줄었다. 들쭉날쭉하던 팀별·경기별 격차가 평준화된 셈이다. 즉, 공은 더 둥글어졌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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