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수출 감소 비상···정부 “당분간 수출 반등 어려워”
경기 둔화 속에도 그동안 증가세를 이어왔던 한국 경제에 버팀목인 수출이 2년 만에 하락세로 전환됐다. 힘겹게 지탱해온 수출마저 줄어들자 경기 둔화를 넘어 침체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당분간 수출 반등이 어렵다고 판단한 정부는 반도체 산업에 1조원의 재정을 투입하고 국가전략기술 설비투자에는 세액공제 지원을 확대한다는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 등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 현상이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0월 수출입동향’을 보면 주요 품목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경기 둔화로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반도체와 전자제품 수출 규모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동안 반도체 수출을 주도했던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는 가격이 급락하며 지난달 수출이 전년 10월 대비 35.7%나 급감했다.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연기와 정보기술(IT) 기기 수요 감소로 컴퓨터 수출액도 37.1% 감소했다. 가전도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과 유럽 등의 긴축정책으로 지난해보다 20% 넘게 줄었다.
철강과 석유화학 수출도 내리막으로 돌아섰다. 철강은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시장의 수요가 둔화하며 20.8% 줄었다. 석유화학도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대규모 설비 증설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제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지난해보다 25.5% 감소했다.
정부도 수출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반도체 단가 하락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경기 위축이 IT 비중이 높은 우리 수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당분간 증가세 반전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주요국의 금리인상, 수요둔화 등의 영향으로 향후 우리 수출입 여건이 어려운 상황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요 경제 전망기관들은 기저효과 영향에 반도체 상황마저 어려워지면서 수출 감소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이날 정부는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도체 등 주력 산업과 해외건설, 중소·벤처, 관광·콘텐츠, 디지털·바이오·우주 등 ‘5대 분야 신성장 수출동력 확보 실행계획’을 내놨다. 반도체에 1조원의 재정을 투입하고 차세대 반도체 등 관련 유망기술 연구·개발(R&D)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대기업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 세액 공제율을 중견기업 수준으로 상향하는 등 세제 지원 확대안도 포함됐다.
그러나 대부분 중장기 대책이어서 당장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반도체 경기가 하락세로 접어든 상황에서 정책으로 개선될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생산기지를 해외에서 국내로 옮겨가는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재정·세제지원을 통해 생산 비용을 낮추고 수출을 유도하는 전략이 더 이상 과거처럼 큰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미국의 IRA 등 강대국들이 생산기지를 국내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식 수출 대책은 한계가 있다”며 “양적인 성장보다는 시장 점유율이 높은 핵심 첨단제품의 국내 생산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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