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남편 폭행범 “펠로시 의장 무릎 부수려 했다”

박병수 2022. 11. 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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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구역의 검사 브룩 젠킨스가 31일(현지시각) 낸시 펠로시 의장 남편 폭행 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 옆에 배석한 이는 샌프란시스코 경찰서장 윌리엄 스콧. AP 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남편을 공격한 범인이 애초 펠로시 의장의 무릎을 망가뜨리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구역의 검사 브룩 젠킨스는 31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용의자 데이비드 드파페(42)가 특별히 펠로시 의장 본인과 집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가 보도했다. 검찰은 이날 제출한 고소장에서 드파페가 30일 새벽 해머로 샌프란시스코 펠로시 의장의 집 창문을 깨고 케이블 타이, 테이프, 끈 등이 든 백팩을 메고 침입했다고 밝혔다. 케이블 타이는 한쪽 끈이 홈에 물려 풀리지 않게 묶는 플라스틱 끈을 말한다. 용의자 드파페에게는 살인 미수, 연방공무원에 대한 방해와 위협, 납치 미수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의 고소장에 따르면, 드파페는 펠로시 의장의 집 뒤쪽 창문을 망치로 깨고 들어가 위층 침실로 올라간 뒤 놀란 남편 폴 펠로시를 깨워 일어나게 하곤 낸시 펠로시 의장을 찾았다. 폴 펠로시가 “펠로시 의장이 집에 며칠 안들어올 것”이라고 하자, 드파페는 “그럼 여기서 기다리겠다”며 폴 펠로시가 꼼짝 못 하게 끈으로 묶었다.

드파페는 수사관에게 “낸시 펠로시 의장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펠로시 의장이 “거짓말하는 민주당의 우두머리”라고 봤으며, “펠로시 의장이 진실을 말하면 그냥 두고, 거짓을 말하면 무릎뼈를 부숴버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펠로시 의장은 휠체어로 의회에 갈 것이고, 이는 다른 의원들에게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편 폴 펠로시는 드파페에게 화장실이 급하다고 한 뒤 핸드폰으로 긴급 도움을 요청하는 911 전화를 했다. 곧바로 경찰이 새벽 2시20분께 도착했고, 그 무렵 두 사람은 망치를 놓고 몸싸움을 벌였다. 그때 드파페가 폴 펠로시를 적어도 한 차례 가격했고, 뒤이어 경찰이 달려들어 그를 제압했다. 폴 펠로시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며 “드파페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이번에 처음 본다”고 말했다.

드파페는 수사관에게 “폴 펠로시가 911 전화를 하는 것을 알았지만 막지 않았다”며 “미국 독립 영웅들이 영국에 맞선 것처럼 나는 독재와 굴복의 선택지가 없는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건 당시 낸시 펠로시 의장은 워싱턴에 머물고 있다가 사고 소식을 듣고 곧바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왔다.

익명의 미국 당국자에 따르면, 드파페는 캐나다 국적자로 2000년 미국에 합법적으로 입국한 뒤 비자 기간을 넘겨 머물고 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음모론에 심취한 것으로 보이는 ‘누드 찬성 활동가’로도 알려져 있으며, 지난 2년 동안 캘리포니아 리치먼드의 주택가 차고에서 살았다고 검찰이 고소장에서 밝혔다.

폴 펠로시는 병원으로 옮겨진 뒤 두개골 함몰 등으로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피습 사건 뒤 극우 진영을 중심으론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폴 펠로시를 모욕하는 음모론을 트윗으로 퍼뜨렸다가 비난이 쇄도하자 삭제해 논란을 빚었다. 머스크는 드파페가 음모론에 심취해 있었다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기사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공유하자 이를 재공유하며 “당장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폴 펠로시를 모욕하는 음모론 기사를 링크했다.

미국에선 갈수록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폭력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 의회경찰은 지난해 의원들에 대한 위협이 거의 1만 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의회경찰은 이른바 외로운 늑대들의 공격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며 의원들에게 충분히 주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실제 이번 사건에 앞서 이번 여름엔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에게 살해 위협을 한 뒤 총과 칼, 케이블 타이를 지니고 캐버노 대법관 집 주변을 오가던 남자가 체포됐고, 2017년엔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의원이 버니 샌더스 민주당 상원의원 지지자의 총에 맞아 큰 부상을 당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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