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3∼6일 바레인 방문…역대 최초
프란시스코 교황이 3∼6일 바레인을 방문해 이슬람 등 타 종교 지도자들과 가톨릭 신자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무슬림이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바레인에 현직 교황이 방문하는 것은 역대 처음입니다.
이번 방문은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이래 39번째 국외여행으로, 하마드 빈 이사 알-할리파 바레인 국왕의 초청에 교황이 응해 성사됐습니다.
교황의 바레인 방문 주제는 '선의의 사람들에게 지상의 평화'입니다. 로고는 바티칸과 바레인 국기가 두 손 모양으로 하느님을 향해 손을 벌리는 모습을 형상화했습니다.
올리브 가지는 평화를, 파란색으로 칠해진 '프란치스코 교황' 글자는 파란색을 상징하는 성모 마리아에게 방문을 위탁한다는 뜻이라고 교황청은 설명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3일 방문길에 올라 4일 바레인 국왕이 주관하는 '대화를 위한 바레인 포럼: 인류 공존을 위한 동서양' 폐막식에서 연설할 예정입니다.
행사 의제로는 서방에 거주하는 무슬림 신자 공동체들, 인권 위기, 기후 문제, 무슬림-그리스도인 등이 잡혀 있습니다.
이번 포럼에는 이집트 최고 종교기관 알아즈하르의 대(大)이맘이며 수니파 이슬람의 최고 권위자인 셰이크 아흐메드 알타예브와 아부다비에 본부가 있는 무슬림장로회의 관계자들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200명이 넘는 다양한 종교 지도자들이 참석합니다.
포럼이 끝난 뒤 프란치스코 교황과 알타예브의 비공개 만남이 잡혀 있습니다.
이 두 종교지도자는 2019년 2월 아부다비에서 그리스도인들과 무슬림들 사이의 공존을 다짐하는 공동 선언문에 서명한 적이 있습니다. 현직 교황이 이슬람 발상지인 페르시아만 지역을 방문한 것은 당시가 사상 처음이었습니다.'
교황은 5일 바레인 아왈리에 세워진 '아라비아의 성모 대성당'에서 초교파적 기도를 이끌 예정입니다.
이 성당은 아라비아반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성당으로 지난해 12월에 문을 열었으며 한 번에 2천300명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바레인에 거주하는 가톨릭 신자 수는 약 8만명으로 추정되며, 이 중에는 인도나 필리핀 등 남아시아에서 온 노동자들이 많습니다.
교황은 또 바레인 국립 경기장에서 2만8천명의 신자들이 모인 가운데 미사를 집전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일요일인 6일에는 마나마에서 주일 삼종기도에서 주교들과 신자들과 만나 기도하는 것을 끝으로 바레인 일정을 마무리하고 로마로 귀국합니다.
일부 인권운동단체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수니파 지도자인 바레인 국왕을 만날 때 시아파 무슬림에 대한 탄압을 멈추도록 촉구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바레인은 아랍에미리트와 마찬가지로 아랍권에서는 종교 문제에 관용적인 편인 나라로 알려져 있으나, 2011년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이래 야당 인사들의 활동을 방해하는 수단으로 종교 탄압이 동원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왕 등 바레인 왕가는 수니파지만, 바레인의 무슬림 인구 중 60∼70%는 시아파입니다. 반정부 시위 참가자들과 야당 인사 중에는 시아파가 많았습니다.
바레인 정부의 공보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바레인) 왕국 내의 어떠한 개인도 자신의 신념 때문에 체포되거나 구금되지 않는다"며 바레인 헌법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인종·문화·신앙에 따른 차별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그러나 개인들이 폭력이나 증오를 선동하거나 부추기거나 칭송한다면, 이들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필요한 경우 기소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바레인에서 투옥된 사형수 12명의 가족은 지난달 31일 런던에 본부를 둔 바레인 인권 및 민주주의 연구소(BIRD)를 통해 공개서한을 발표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바레인 방문 기간에 사형 반대와 감형 촉구 목소리를 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바레인은 한동안 사형집행을 하지 않았으나 2017년부터 재개했습니다. 로마 가톨릭 교회는 사형이 도덕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입장을 2018년 공식 교리로 천명했으며 교황은 이 때부터 전세계에 사형 폐지를 촉구해 왔습니다.
지난 주 브리핑에서 교황청 대변인 마테오 브루니는 교황이 바레인 방문 중 인권 문제를 거론할 예정이냐는 질문에 자신이 전망할 수 없는 문제라고 답했습니다.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
김지숙 기자 (jskim8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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