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같던 딸·아들·친구, 어떻게 보내나···” 탄식의 발인[이태원 핼러윈 참사]

유경선·김세훈·신주영 기자 2022. 11. 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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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저렇게 애기인데, 어떻게 보낼까···.”

1일 오전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 장례식장. 조카의 발인을 앞두고 이모씨(58)가 한숨을 쉬었다. 이씨의 조카는 지난달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생을 마감한 희생자 중 한 명이다.

이씨는 “우리 조카는 이란성 쌍둥이”라고 무거운 입을 뗐다. 오빠와 여동생은 우애 좋은 남매였다. 이번 참사로 여동생이 목숨을 잃었다. 이씨는 고인의 쌍둥이 오빠가 충격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얼마나 힘들어하면, 아직까지도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어요. 1분 차이로 태어났어요. 서로가 잘 챙겨줬죠···. 쌍둥이들이 토닥토닥 싸우기도 하는데 안 그랬어요. 굉장히 남다른 우애가 있었고, 동생이 다 받아줬어요. 하자는 대로 하고.”

이씨는 참사 당일 소식을 뉴스로 지켜보면서도 가족의 일이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세상에 어떤 집 자식이 저랬나, 남의 일인 줄만 알다가 새벽 3시 지나서 비보를 전해 들었어요. 너무 놀라서 벌벌 떨고 일어나지도 못했어요. 세상에, 얼마나 아팠을까···. 전화를 받고 대성통곡을 했어요.”

발인을 기다리던 고인의 친구는 “최근엔 자격증 시험이 있어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었던 친구”라며 “당일에도 공부를 하고 있다가 놀러간 거였다. 할 거 열심히 하고, 운동도 하고, 놀기도 잘 하고, 모든 면에서 밝았다”고 했다. 그는 눈시울을 붉힌 채 “밝고 에너지가 넘쳐서 ‘비타민’ 같은 친구였다”고 했다. 고인 아버지의 친구는 “늦은 나이에 어렵게 얻은 자식이었다”며 “과대표도 하고 활발해서 친구들이 엄청나게 조문을 왔다”고 했다. 오전 11시30분 발인식이 거행됐다. 가족들은 고인의 영정 사진 앞에서 “아이고” 하는 통곡을 멈추지 못했다.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도곡동 강남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학생군사교육단(ROTC)이던 아들의 관에 태극기가 덮였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숨진 A씨의 발인이 엄수됐다. 유가족과 군 동료 등 지인들은 계속 눈물을 훔쳤다. 운구 행렬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눈물은 통곡으로 변했다. “아이고, 어떡해” “우리 ○○이 어떡해···.” A씨의 할머니는 흐느끼다가 걸음을 제대로 옮기지 못해 부축을 받아야 했다.

같은 시간 대학생 B씨 빈소에서도 발인식이 거행됐다. B씨 역시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희생자다. “밝고 긍정적인 학생이었어요. 주변에 친구도 많은 싹싹한 아이었는데···.” 부모님은 마스크를 부여잡고 끊임 없이 눈물을 흘렸다.

한창 꿈을 펼칠 20대 나이의 생때같은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는 부모의 표정은 침통하기 그지없었다. 운구차에 관이 실릴 때 비로소 이별이 실감난다는 듯 울음소리는 더욱 커졌다. 고인의 친구들은 슬픔에 몸을 가누지 못하는 부모를 부축하고 위로했다.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다음날 이른 아침 딸을 떠나보내야 하는 아버지의 마음은 착잡했다. 삼남매 중 둘째인 23세 딸을 잃은 아버지는 “항상 내 일을 많이 도와주고, 늘 군말없이 따라줬던 참 착한 딸”이었다고 했다. 가장 친한 친구와 이태원을 찾았다가 함께 변을 당했다.

다섯 가족이 복닥거리며 한집에서 살았지만 하루 뒤면 딸을 완전히 보내줘야 한다. 아버지는 “어제 오늘 친구들이 200명 넘게 왔다 간 걸 보면서 딸이 참 세상을 잘 살아왔구나 생각했다. 주변에서 연예인이 될 거라고 했던 딸이었다. 착하게 살아서 이렇게 일찍 갔나보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오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병원 장례식장에선 35세 아들을 떠내보내는 어머니가 “내 불쌍한 아들이 길을 가다가 날벼락을 맞았다”며 몸부림쳤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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