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통 사태·실적 악화 '이중고'…카카오, 위기 돌파구는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도 줄줄이 실적 악화 예상
야당선 온플법 제정 드라이브…전문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라"
신뢰 회복, 메타버스·콘텐츠 등 글로벌 사업이 돌파구
[이데일리 김국배 임유경 기자] 카카오(035720)그룹이 먹통 사태에 실적 악화까지 겹치며 이중고에 빠져들고 있다. 규제 후폭풍까지 나타나며 삼중고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1일 카카오그룹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카카오페이가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카카오, 카카오게임즈 등 다른 계열사들도 실적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날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카카오페이는 상장 전 포함 6분기 연속 적자 늪에 빠졌다.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23% 늘어난 1414억원이었지만 영업손실 97억원을 기록했다. 주식시장 침체에 따른 카카오페이증권 실적 부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카카오페이 측은 “사업 확장에 따른 인건비 상승 등에 따라 영업 비용이 증가했다”고 했다. 다만 카카오페이는 별도 기준으론 3분기째 흑자를 냈다.
카카오·카카오게임즈도 실적 둔화
카카오페이뿐 아니라 카카오게임즈(2일), 카카오(3일) 등도 줄줄이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성적표를 받아들 전망이다. 지난 2분기 일본 미소녀 육성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등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냈던 카카오게임즈는 이번 분기엔 거꾸로 이 게임에 발목이 잡혔다. 서비스 운영 미숙으로 일본 이용자와 차별 논란이 일면서 9월 매출이 부진해 3분기 실적도 컨센서스(매출 3722억원, 영업이익 808억원)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먹통 사태의 장본인 카카오도 상황이 좋지 않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가 전망에 따르면, 카카오는 3분기 매출 1조 9029억원, 영업이익 179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9.3%, 영업이익은 6.4% 늘어나는 데 그칠 것이란 관측이다. 경기침체로 영업 이익률이 높은 광고·커머스 사업이 둔화하고, 작년 자회사 인수에 따른 인건비 증가가 반영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나마 모빌리티는 택시난으로 고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4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 장애 피해 보상 비용 등이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규모가 크진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지만, 무료 이용자 피해 보상도 예정돼 있다. 카카오 측은 이날 마감하려던 먹통 피해 접수 기간을 닷새 뒤인 6일까지로 늘린 상태다. 접수가 끝나면 무료 서비스 피해 보상 규모 등을 산정한다. 현재 카카오는 유료 서비스 보상 규모를 4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규제 폭풍 우려…카카오톡 개편 예정대로
실적 하락은 최근 먹통 사태로 드러난 리더십·신뢰 위기 등과 맞물려 카카오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다. 여기에 야당에서는 지난 정부에서 무산됐던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제정에 드라이브를 거는 등 플랫폼 기업을 겨냥한 규제 후폭풍이 불어 사업 환경도 녹록지 않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온플법을 대표 발의해 오는 8일 열리는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할 것으로 전해졌으며,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6일 독과점 시장 구조가 지속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 내 사업자에게 주식 처분, 영업 양도 등을 명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공정위도 일반 기업의 인수합병(M&A)과 별개로 카카오, 네이버 같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따로 적용하는 기업결합 기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카카오 먹통 사태를 빌미로 플랫폼 관련 규제가 도입되는데 우려했다.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를 맡은 이성엽 고려대 교수는 “자율 규제 논의를 시작한 지 6개월도 안 됐는데 방향을 트는 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가 위기를 극복하는 돌파구는 뭘까. 결국 IT 인프라 투자를 통한 서비스 안정성 제고와 신뢰 회복, 메타버스·콘텐츠(웹툰·웹소설) 등의 글로벌 진출이다. 김범수 창업자가 국정감사장에서 “앞으로 카카오 플랫폼에서 나오는 수익을 (안전 인프라에) 더 많이 투자해 글로벌 기업 수준의 안정성을 갖추겠다”고 약속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성엽 교수는 “이태원 참사도 그렇고 안전, 보안 문제는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대비해야 한다”면서 “보상이든 재해복구 대응이든 ‘국민 메신저’라는 이름에 걸맞게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남궁훈 대표가 물러났지만, 카카오는 카카오톡 개편 등 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남궁 대표는 카카오톡과 연결하는 메타버스 신사업 전략을 구상해왔다. 카카오 관계자는 “하반기 추진하기로 한 카카오톡 개편이나 내년 상반기 오픈채팅 앱 출시 일정 등엔 변함이 없다”고 했다.
김국배 (verme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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