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왔다...세계 반도체 매출액 2년 8개월만에 첫 하락

이나리 기자 2022. 11. 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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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가격 22% 낸드 3.73% 급락…반도체 업체 '시설투자' 축소 나서

(지디넷코리아=이나리 기자)지난 2년간 슈퍼사이클을 누비던 반도체 시장이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혹한기에 접어들 전망이다. 그동안 가격 상승세를 보이던 반도체는 수요가 줄고, 재고가 늘어나자 칩 가격이 인하되기 시작했다. 특히 메모리 가격의 인하 폭이 가장 심각하다. 반도체 업계는 업황에 대비해 시설투자를 축소하며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반도체 생산 라인.(사진=삼성전자)

전세계 반도체 매출 하락세…수요 부진 장기화 전망

9월 전세계 반도체 매출은 2020년 1월 이후 2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1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지난 9월 전세계 반도체 판매 금액은 470억달러(약 66조6천억원)로, 지난해 같은 달(484억8천만달러) 보다 3% 하락했다. 이 수치는 세계반도체무역통계(WSTS)가 집계한 반도체 월간 매출의 3개월 평균을 나타낸다.

특히 아시아 지역의 감소폭이 가장 크다. 지역별로 9월 반도체 매출은 전년 대비 아시아태평양(-7.7%), 중국(-14.4%)에서 감소했으며, 유럽(12.4%), 미주(11.5%), 일본(5.6%)은 증가했다.

전세게 반도체 매출 월별 증가율 (자료=SIA, WSTS)

메모리 고정거래가격은 올해들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고정거래가격은 기업 간 계약거래 금액을 말하며, 반도체 수요 공급과 관련해 시장 상황을 보여준다.

31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4분기 계약시점인 10월 D램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고정거래 가격은 2.21달러로 전월(2.85달러) 대비 22.46% 급락했다.

이는 지난해 4월 D램 고정거래가격이 전월보다 26.67% 급증한 것과 대비된다. D램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7월 4.10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1월 3.41달러(-8.09%), 5월 3.35달러(-1.76%), 7월 2.88달러(-14.03%), 8월 2.85달러(-1.04%) 순으로 계속 하락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상위 3개 D램 공급업체는 수요 부진에 직면하자 10월 초부터 PC OEM 업체와 가격 협상에서 공격적으로 나섰다"라며 "4분기 가격 경쟁은 3분기보다 훨씬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D램 매출 상위 3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다.

트렌드포스는 현재로서 PC용 D램의 현물가격과 계약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을 막을 수 없을 것으로 진단했다. ▲전반적인 수요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고 ▲D램 공급사의 재고 수준이 지난 3분기보다 더 높아졌고 ▲PC OEM의 재고 수준이 높다는 점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낸드 플래시 가격 하락세 또한 심각하다. 10월 낸드 가격은 전월 보다 3.73% 내려가 4.14달러를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고정거래가격은 분기 첫 달에 변동한 뒤 보합세를 보이는데, 최근 낸드 가격은 이례적으로 6월 이래 5개월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6월(-3.01%), 7월(-3.75%), 8월(-1.67%), 9월(-2.55%) 순으로 하락세였다.

트렌드포스는 "낸드는 급격한 공급 과잉으로 극심한 가격 변동을 보인다"라며 "11월 낸드 가격은 보합하거나 소폭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글로벌 경제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가전제품, PC 등의 수요가 단기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낮다"며 메모리 공급자들은 불균형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분기별 가격 하락을 완화하기 위해 가시적인 감산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D램 및 낸드 고정거래가격 (자료=D램익스체인지)

반도체 업계 감산, 시설투자 줄이며 긴축 경영 돌입

수요 부진에 주요 반도체 공급 업체들도 반도체 수요가 줄자 감산과 시설투자를 줄이며 역대급 긴축 경영에 나섰다.

메모리 업계에서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6일 3분기 실적발표에서 내년에 투자 규모를 올해(10조원)보다 50% 이상 줄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위기였던 2008~2009년 업계 시설투자 축소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D램 점유율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은 내년 설비 투자액을 기존 계획보다 30% 이상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낸드 점유율 3위인 키오시아도 올해 10월부터 웨이퍼 투입량을 30% 줄인다며 "현재 시장이 심각한 상태라 언제 개선될지 확신이 없다"고 밝혔다.

인텔은 지난 27일 3분기 실적발표에서 내년 운영비용 중 30억달러를 절감하고, 2025년까지 80억~100억 달러 규모의 운영예산을 줄인다는 계획을 내놨다. 올해 설비투자는 기존 계획 대비 약 8% 하향 조정했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올해 전세계 반도체 시장 설비투자 규모를 1천855억달러(약 262조7천억원)로 전망하며 지난 3월 전망치(1천904억달러) 보다 하향 조정했다. 소비 시장 위축으로 반도체 수요가 줄고 재고가 상승하자 시설투자 또한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한 것이다.

반면 메모리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는 다른 행보를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3분기 실적발표에서 장기 수요 대응을 위해 반도체 투자를 줄이지 않고, 계획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2019년 경쟁업체들과 고통을 분담했던 모습과는 다르다.

이를 놓고 반도체 업계는 치킨게임이 벌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남궁현 신한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외 업체들이 수익성 추구 전략을 선택하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물량 확대 전략을 선택하는 셈"이라며 "향후 삼성전자는 업황 턴어라운드 시점이 지연되지 않으면서 시장점유율을 크게 상승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나리 기자(narilee@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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