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美대사 만난 여야 지도부 `온도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국회에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를 접견,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를 접견,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지도부는 1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를 만나 한미 양국관계 발전 방안을 논의했으나 온도차가 뚜렸했다. 국민의힘은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을 강조한 반면, 민주당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불가를 주요 화두로 던졌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골드버그 대사를 국회에서 만나 "북한 핵 문제는 이제 새로운 국면"이라면서 "저는 우리 국민들이 한미군사동맹으로 북한의 핵 위협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파이트 투나잇' 할 수 있는 준비 태세를 갖춰나가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파이트 투나잇은 '오늘 밤 당장 전쟁이 나도 싸울 수 있다'는 주한미군의 구호로, 항시 전투 준비태세를 유지하겠다는 다짐이다. 골드버그 대사는 "저희는 '같이 갑시다'를 이야기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정 위원장은 한미관계가 역대 최고가 될 수 있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번 이태원 핼러윈 사고 직후에 위로 성명을 내 우리 국민들에게 큰 위안이 됐다"며 "성명에서 말했듯이 우리 두 나라의 동맹은 어느 때보다도 활기차고 활력이 넘치며 양국 국민 간의 유대는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골드버그 대사를 향해 "최강의 한미동맹을 구축한 대사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이날 골드버그 대사를 만나 "우리 국민은 한미동맹을 전폭적으로 신뢰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북한의 최근 잇따른 무력도발을 언급하면서 "이런 때일수록 굳건한 한미동맹과 강력한 한미연합전력을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는 "미국 정부와 미국 국민이 보내준 애도와 위로에 깊이 감사드린다"고만 말했고,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국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대해서는 "한미동맹의 강력한 확장 억제력이 지속되는 한 한반도에는 어떠한 형태의 핵무기도 필요하지 않다고 확신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골드버그 대사도 말했듯 한반도의 전술핵 배치, 재배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무책임한 얘기라는 점에 동의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최근 논의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 우리 기업들과 산업계의 우려를 해소하는 데 양국이 협력할 필요가 있다"며 "이 점 때문에 제가 지난달에 미국의 의회 지도자들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전달한 일이 있다"고 상기했다.

이 대표는 "한미동맹의 안정적, 지속적, 포괄적인 발전을 위해서 우리 한국 측의 우려가 합리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한다"며 "대사도 많은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IRA와 관련한 한국 내 우려를 알고 있다"며 "양국의 동맹에 걸맞은 방식으로 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임재섭·권준영기자 yj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