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한파' 삼성·SK 돌파구는 '서버용 DDR5'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3분기 실적이 부진했던 반도체 업계가 서버용 D램에 주목하고 있다. 서버용 D램은 데이터센터에 탑재되는 저장장치로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년 인텔의 서버용 CPU(중앙처리장치) 출시에 맞춰 서버용 D램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하고 차세대 D램인 DDR5 비중을 높여 실적을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D램 가격과 함께 떨어진 실적
삼성전자의 3분기 반도체(DS)부문 매출은 23조200억원, 영업이익은 5조12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 49.5% 줄어든 수치다. 영업이익률도 1년 사이 38.3%에서 22.2%로 급감했다.
SK하이닉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은 10조9829억원, 영업이익은 1조6556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7% 정도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60.3%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15.1%를 기록하며 작년 동기(35.3%)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국내 반도체 업체의 실적 부진은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에서 비롯됐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돼 PC, 스마트폰 판매가 줄며 D램 수요가 감소했다. 수요가 줄자 재고 물량이 늘었고 이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실제 D램 가격은 지난해 7~8월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의 10월 고정거래가격은 평균 2.21달러로 조사됐다. 지난 7월(2.88달러) 이후 4개월 동안 34%, 전월(2.85달러) 대비 22.5% 떨어졌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5개월 연속 하락세다. 10월 기준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이 4.14를 기록했다.
서버용 D램서 해법 찾기
업계에서는 서버용 D램이 불황을 돌파할 '반전 카드'로 보고 있다. 서버용 CPU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인텔의 신제품 출시를 반등 시점으로 기대 중이다. 서버 CPU를 바꾸려면 D램 모듈도 함께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DDR5 수요가 높아질 수 있어서다.
인텔은 내년 상반기 서버용 CPU '사파이어 래피즈'를 출시할 예정이다. 사파이어 래피즈는 서버용 CPU 가운데 DDR5를 유일하게 지원한다.
업계에서는 인텔의 새 CPU가 출시되면 구글과 아마존,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데이터센터 서버에 사용할 CPU를 교체할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터센터는 특성상 24시간 가동돼 에너지 소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DDR5를 적용하면 전력 소비량과 유지·보수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DDR5는 DDR4에 비해 전력 효율을 30% 이상 개선하고, 데이터 처리 속도를 2배 이상 높인 차세대 D램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인텔에서 DDR5를 탑재한 서버용 CPU를 출시하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서버를 교체하면서 DDR5 램 수요도 늘어나게 된다"며 "고부가가치 제품인 서버용 DDR5 수요가 높아지면 반도체 업계 실적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서버용 D램 사업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인텔의 서버용 CPU 출시에 발맞춰 서버용 DDR5 비중을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DS부문 부사장은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내년에는 데이터 증설이 확대되고 신규 CPU가 출시되면서 DDR5 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 담당 사장도 "내년 서버 고객의 DDR5로 전환이 확대될 것으로 보여 서버용 D램 비중이 내년 말까지 30% 이상으로 늘 것"이라며 "클라우드 사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함께 빅테크 기업의 투자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 서버용 메모리는 계속해서 메모리 수요의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서버용 D램 수요에 대한 전망은 갈린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오는 2026년까지 서버용 D램의 성장률을 연평균 24%로 예측했다.
이와 달리 트렌드포스는 내년 서버용 D램 수요가 7%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전망대로라면 2016년 이후 처음으로 한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올해 인플레이션과 경기 악화 등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수요를 줄였기 때문에 내년 서버용 CPU 출시에도 교체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트렌드포스의 관측이다.
또 서버용 D램만으론 실적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서버용 D램 시장이 메모리반도체 하락세를 방어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면서 "내년 DDR5램을 지원하는 CPU가 출시되면 어느 정도 수익개선은 되겠지만 반등의 계기로 삼기엔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민성 (mnsu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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