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무능으로 인한 참사”···공세 전환한 야당[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명백한 인재이고 정부의 무능과 불찰로 인한 참사”로 규정했다. 희생자 추모에 집중해오던 태도를 바꿔 정부 책임론을 전면에 제기한 것이다. 정의당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윤희근 경찰청장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달 29일 참사가 벌어진 지 사흘 만이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정부 당국자들은 대통령부터 총리, 장관, 구청장, 시장까지 하는 말이라곤 ‘우리는 책임이 없다’가 전부”라며 “가족과 친지를 잃고 오열하는 국민 앞에 장난하고 있나”라고 따졌다. 이 대표가 이태원 참사 대처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비판한 것은 처음이다.
이 대표는 “통제 권한이 없어서 못했다는 대통령의 말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정부 어느 누구도 이 사건에 대해서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을 하지 않고 오직 형사 책임만 따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어떻게 ‘희생자가 아니라 사망자, 참사가 아니라 사고’라는 공문을 내려보내 책임을 줄이려는 행동을 할 수 있나”라며 “지금부터 이 사고가 왜 발생했는지, 피할 수 있는 사고였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할 때”라고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마치 주최자 없는 행사라서 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원인을 제도 미비 탓으로 돌리는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정부가 명백한 참사를 사고로 표현해서 사건을 축소하거나, 희생자를 사망자로 표현해서 책임을 회피하는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전날까지 애도 분위기를 이어갔다가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책임 회피성 발언 논란을 계기로 대정부 강공 모드로 태도를 전환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 당국자들의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말로 국민 분노가 커진 상황”이라며 “국회법이 허용하는 방법을 통해서라도 모든 사실관계를 파헤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전날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했고, 박 구청장은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고 발언했다가 논란이 되자 이날 각각 사과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의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경찰에 ‘압사당할 것 같다’는 첫 신고가 들어온 시점이 사고 발생 시점보다 4시간 전인 지난달 29일 오후 6시34분이라는 사실이 이날 추가로 밝혀지면서다. 박 원내대표는 ‘윤 청장 사퇴를 요구하겠냐’는 기자들 질문에 “빗발치는 신고가 있었음에도 경찰이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그 계통에 있는 누구든지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밝혔다. 임오경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경찰은 왜 시민이 도와달라는 호소에 응답하지 않았나”라며 “민주당은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철두철미하게 파헤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당도 정부의 초동 대처를 비판했다. 이은주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주최측이 있고 없고를 따지고, 시민을 수사하며 사회재난에 대한 공공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려는 정부 당국의 무책임한 태도에 강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장혜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상민 행안부 장관 및 윤희근 경찰청장 모두 즉시 해임하고 이태원 참사 관련 국정조사를 조속히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며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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