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첫 신고 '오후 6시'…재난문자는 "늦었다" 인정(종합)
기사내용 요약
"책임 불명확…사망·부상 중립용어 사용"
"국가 애도기간, 최소한의 인도적 조치"
"학생 안전교육·공연 법·지침 보완 검토"
주최자 없는 행사 '안전관리 방안' 마련
3일부터 지역축제 정부 합동점검 실시
[세종=뉴시스] 변해정 기자 =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하기 4시간여 전인 오후 6시부터 경찰(112)에 불편 신고가 접수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112 불편 신고는 사고 발생 1시간 전인 9시15분부터 폭주했는데도 대처가 미흡했고 긴급재난문자 발송마저 늦어져 피해를 키웠다.
정부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주최자가 없지만 인파가 몰리는 대규모 문화예술공연과 축제·행사 지침을 보완·개선하기로 했다. 오는 3일부터 지역축제에 대한 정부 합동점검도 벌인다.
행안부, 지자체 대상 재난문자 신속송출 교육 강화
황 치안상황관리관은 "이후 소방(119)에 신고되기 1시간 전인 9시15분부터 '거기(이태원)에 인파가 많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하다'는 신고가 수 건이 사실 있었고 (사고 시각인) 10시15분부터 100여 건의 신고가 몰렸다. 많은 인파가 운집하다보니 112 신고가 폭주했는데 자체적으로 정리·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치안상황관리관은 "오후 6시때만 해도 불편 정도의 운집도였는데 오후 9시에 다다르면서는 심각할 정도의 신고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며 "코로나19 팬데믹 규제가 올해 모두 풀려 예년보다는 훨씬 많겠구나라고 예측했다. 평균 10만명이라면 '10만 명+α'로 보고 (경찰경비)계획을 수립했던 것인데 사실 이렇게 큰 사건이 날 줄은 전혀 예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예년보다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측하고도 주최가 없는 행사여서 모니터링을 간과한 것이냐는 지적에는 "일반적으로 축제나 대형 행사 시 주최 측에서 참가 대상의 수를 알려주지만 이번의 경우 주최가 없어 사실 모니터링을 할 어떤 여지가 없었다"며 "통상 이태원역이나 인근 역 입·출입자로 가늠을 한 부분인데 이태원 지역이 광활하고 참석자를 구분하기도 힘들어 갭이 많이 큰 편이다. 소위 모니터링 자체가 매우 모호한 개념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고 인지 및 수습을 위한 교통통제 등에 요긴했을 재난문자 발송조차 뒷북이었다.
행정안전부 국민안전재난포털에 따르면 서울시는 사고 당일 오후 11시56분께야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앞 긴급사고로 현재 교통통제 중. 차량 우회 바랍니다'라는 재난문자를 처음 보냈다. 112에 최초 신고가 접수된 시점으로는 약 6시간, 신고가 폭주했던 시점으로 봤을 때도 1시간40분이 지난 후였다. 이후 이튿날 오전까지 서울시는 6차례, 용산구는 2차례 재난문자를 보냈다.
그러나 재난안전 총괄부처인 행안부는 재난문자 발송이 늦어진 데 대해 발송 주체인 지자체에 책임을 떠넘겼다.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재난문자를 재난 상황에 적극 활용하고 국민들에게 위험과 행동요령을 알리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과 같은 경우도 잘 이뤄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지자체에서 그런 상황에 대해 (잘) 판단해야 되는데 그 때 여러 상황이 겹쳐서 재난문자 활용이 다소 늦어졌던 점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행안부는 사회재난 발생 시 주민대피 등 초동 대응이 필요한 경우 지자체에서 신속히 재난문자를 송출하도록 지속적으로 안내 및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혀왔다.
주최 없는 행사에 부처별 '안전대책' 검토…수사 광범위
김 본부장은 "주최자가 있었다면 매뉴얼에 따라 누가 안전관리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질서유지를 해야될 지가 명확했을텐데 그런 부분이 없다"며 "새로운 접근을 해서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대해 저희(정부)가 관리할 수 있는 규정이나 매뉴얼을 만들어서 관리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유사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3일부터 지역축제에 대한 정부 합동점검도 실시하겠다"고 했다.
대규모 문화예술 공연과 지방 축제 관련 지침도 손본다. 강대금 문화체육관광부 체육협력관은 "대관 문제가 있어서 주최 측이 없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이번 기회에 관련 법과 매뉴얼을 보완할 게 있는지 검토해 볼 예정"이라고 답했다. 현행 공연법 시행령에는 화재나 그 밖의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공연장 운영자가 재해대처계획을 수립해 지자체에 신고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이번 참사 사망자 중 20대가 가장 많은 점을 들어 대학생 대상 안전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김 본부장은 "대학 측과 협의가 돼야 하는 사항으로 교육부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교육부는 현재 개정 중인 '학교안전교육 7대 표준안'에 다중 밀집장소에서의 안전 수칙 교육 강화 방안을 추가하는 계획을 세웠다.
초·중·고 안전교육에 활용되는 '학교안전교육 7대 표준안' 개정안을 재검토, 사람이 많이 몰리는 '다중 밀집장소'에서의 수칙 교육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경찰은 사이버상의 악의적 비방 등에 대해 엄정 대응한다. 이날 오전 7시까지 11건에 대한 입건 전 조사(내사), 115건에 대해서는 삭제·요청을 한 상태다. 황 치안상황관리관은 "사이버상에 어떤 게시물을 올리거나 명예훼손적 발언을 하는 건 정보통신망법, 전기통신사업법, 형법상 명예훼손, 모욕 등 여러 법에 저촉될 수 있는 것들"이라고 했다.
해밀턴호텔 측의 불법 증축과 가건물 설치로 사고 발생 도로의 폭이 좁아지면서 피해를 키웠는지에 대해서도 수사한다. 황 치안상황관리관은 "경찰 수사본부에서는 어느 한 곳에 집착하지 않고 다양하게, 폭넓게 다 지켜보고 있다. 차근차근 하나하나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이라며 "도로법·건축법 등에 저축을 받거나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답변했다.
참사 사망자의 유족과 부상자들이 향후 정부나 지자체에 책임을 묻는 민·형사 소송을 진행할 때 정부로부터 받은 장례비·구호금 등의 지원이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본부장은 "구호금과 장례비·치료비 등은 법에 정해진 근거와 기준에 따라 지급하는 것이어서 민·형사상 재판에 영향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참사 피해 용어·국가애도기간 시행 논란도
김 본부장은 "가해자나 책임이 나온 부분에 대해서는 희생자나 피해자 용어를 사용하지만 지금은 객관적으로 확인되고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중립적인 용어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고 전했다.
또 천안함 폭침 이후 두 번째로 지정한 국가 애도기간에 대한 찬반이 비등한 데 대해 김 본부장은 "이번 사고는 온 국민의 아픔"이라며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함께 아파하고 위로하고 같이 치유해 나가는 최소한의 애도 기간을 정하는 것이 인도주의적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경찰과 서울교통공사가 사고 당일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의 무정차 통과를 놓고 진실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당시 이태원 일대가 인파로 포화 상태에 이른 점을 고려해 무정차 통과 조치를 통해 한시적으로나마 인파를 분산했어야 했다는 비판의 대상이 되는 탓에 책임을 미루는 모양새다.
황 치안상황관리관은 "무정차 통과와 관련해 기관 간 다소 다른 의견이 나와 국민들에게 혼란을 드린 점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사고가 나 어느 기관 할 것 없이 정신없이 일 처리를 하다보니 착오가 있어보인다"면서도 "당일 (경찰)상황실장이 이태원역 부근에서 상황 관리를 하고 있었고 사고 발생 전인 오후 9시38분께 이태원역장에 무정차 통과를 요청했다고 본인한테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이후 오후 11시11분에 사무실 상황실 요원이 이태원역사 직원에게 전화해서 2차로 무통과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jp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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