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살 영정 앞에 놓인 ‘정규직 사령장’…광주·전남 청년 희생자들 통곡의 발인[이태원 핼러윈 참사]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꿈을 키우다 이태원 참사고 희생된 청년들이 1일 가족·친구들과 마지막 이별을 했다.
광주 광산구 한 장례식장에서는 A씨(23)의 발인식이 엄수됐다. 십여명의 가족과 지인들은 애써 슬픔을 감추다가 관이 운구차에 실리자 끝내 오열했다. 가족들은 A씨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며 ‘가지 말라’며 양손을 휘저었고, 지인들은 슬픔에 몸을 가누지 못한 가족을 부축하며 흐느꼈다.
A씨는 지난달 29일 이태원을 찾았다가 참변을 당했다. 지난 2월 서울의 한 은행에 비정규직으로 취업해 상경한 A씨는 최근 정규직 전환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가족들에게 소식을 전하며 뛸 듯이 기뻐했다고 한다.
A씨는 고인이돼서야 영정 사진 앞에 놓인 정규직 사령장을 받앗다. 사령장은 전날 빈소를 방문했던 A씨 근무 은행 조합장이 유족에게 전달했다. 은행 관계자는 “평소 A씨가 성실한데다 필기시업도 합격해 정규직과 다름이 없어 추서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가족들에게 A씨는 웃음 많은 살가운 딸이었고, 친구들에게는 항상 주변을 먼저 챙기는 정이 많은 친구로 기억됐다. A씨의 아버지는 “꼭 좋은 곳으로 가서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씨의 동생은 “언니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나중에 꼭 다시 만나자”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A씨와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가 숨진 B씨(23)의 발인식도 같은 장례식장에서 진행됐다. A씨와 B씨는 광주에서 초·중·고교를 함께 다닌 평생의 단짝이었다. B씨도 올해 초 상경해 백화점에 취업한 사회초년생이었다.
가족과 지인들이 모여 엄숙한 분위기 속 진행되던 발인식은 운구가 시작되자 끝끝내 오열하며 끝이났다. 특히 지인들의 부축을 받으며 발인을 지켜보던 B씨의 어머니는 고인이 운구차에 실리자 잠시 정신을 잃을 듯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여 안타까움을 더했다.
전남 장성의 한 장례식장에서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C씨(19)의 발인식이 진행됐다. C씨 역시 취업을 위해 상경했다가 사고를 당했다. 전남에서 미용 관련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난 6월 서울 강남의 미용실에 취직한 C씨는 자립 4개월여 만에 싸늘한 주검이돼 가족들 품으로 돌아왔다.
차분히 발인식을 진행하던 C씨의 가족들은 영정사진이 보이자 끝끝내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보였다. C씨의 아버지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딸을 다시는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죽을 것만 같다”고 목놓아 울었다.
A씨와 B씨 C씨는 각자 가족 품을 떠나 서울에서 ‘홀로서기’를 해왔던 지방 청년들이다. 지역 곳곳에는 가족과 떨어져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이들을 위한 합동분향소가 마련, 추모와 애도의 발길이 계속되고 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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