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 막으려면···통신3사 가입자정보시스템으로 혼잡도 실시간 봐야[이태원 압사 참사]
지난달 29일 15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같은 재난을 막으려면 이동통신사의 ‘가입자 위치정보시스템(CPS)’ 같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재난사고 방지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통 3사는 휴대폰과 기지국 간 통신 데이터를 분석해 활용하고 있고, 서울시·행정안전부 등 국가 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에도 관련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들 정보를 활용하면 ‘혼잡도’ 등을 알 수 있지만, 국가적 재난방지 시스템 구축까지는 연결되지 못한 상태였다. 정부가 이통사 CPS 데이터와 전국 각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정보만 잘 활용해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정보통신업계(ICT)에 따르면, 이미 이통 3사는 CPS 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CPS는 통신사들이 각사 휴대전화 가입자의 위치를 기지국을 통해 파악하는 데이터다.
KT는 서울시에 CPS를 활용한 추정인구 데이터를 제공해왔다. 서울시는 이를 토대로 올 9월부터 주요 장소의 실시간 인구, 도로 소통, 대중교통, 날씨·환경, 코로나19 등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서울 실시간 도시 데이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 관광특구를 비롯해 명동·동대문·홍대관광특구 등 50곳의 상황도 이곳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게 문제다.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데이터는 있지만, 이를 활용해 재난을 막을 수 있는 프로그램은 마련하지 않은 때문이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인구밀집도를 분석해 감염병 확산을 막는 용도로는 사용됐지만, 인구가 과도하게 밀집해 압사 등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까지는 대비하지 못한 것이다.
SK텔레콤은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2020년 초부터 경찰청, 행정안전부 등에 인구밀집 지역 데이터를 제공해왔다. SK텔레콤은 전국 방방곳곳의 유동인구를 5분 단위로 확인할 수 있는 ‘지오비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휴대폰과 기지국 간 통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권 분석, 인구 통계에도 활용해왔다. LG유플러스는 한국문화정보원과 국내 체류 외국인 관련 비실시간, 비식별화된 인구통계빅데이터를 공유해 외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지 등을 분석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데이터가 사고 예방을 위해 작동하지 않은 것이 아쉬운 점으로 지적된다. 한 업체 관계자는 “KT가 서울시에 제공하는 CPS 추정 정보는 이통사 1곳만의 정보인 만큼, 지금이라도 3사 결합된 CPS 정보를 바탕으로 재난을 예방하는 정부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CCTV 정보를 활용하면 재난을 막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 6월까지 서울 25구에 설치된 CCTV 개수는 8만5242개다. 주로 범죄 수사와 사고 조사 목적으로 쓰이지만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하면 압사 사고 등을 예방할 수 있는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다만 CPS 데이터 공유 과정에서 개인정보 침해 우려는 따른다. 통화 관련 정보가 정부기관에 제공될 수 있어서 데이터 제공 가이드라인이 명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이미 코로나19 유행 당시 CPS를 바탕으로 밀집도 정보를 분석한 적이 있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 관련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CPS 데이터를 익명 처리해 개인을 특정할 수 없도록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재난방지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개인정보 침해 이슈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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