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도 차환발행 포기… 채권시장 냉각에 `車업계 줄도산` 경고음

장우진 2022. 11. 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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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만기 회사채 현금상환 결정
대기업도 이자 부담 줄이기 돌입
내년 2조2000억 규모 채권 만기
중소 부품사는 현금 마련 어려워
기아 양재 본사. 기아 제공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울산공장 생산 라인. 현대차 제공

기아가 내달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에 대해 차환발행 대신 현금 상환을 결정했다. 실적이 좋은 완성차 업체들도 차환 발행을 포기하고 이자 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이다.

현금 융통이 원활한 완성차 대기업들은 이처럼 현금 상환이 가능하지만, 이들보다 자금 상황이 나쁜 중소·중견 자동차 부품사들은 완성차 업체처럼 현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은데다 은행들도 대출을 주저하고 있어, 내년 만기 예정인 조 단위의 회사채 상환을 막지 못할 경우 최악의 경우 줄도산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오는 5일 만기가 돌아오는 1300억원 규모 회사채 상환을 차환 발행 대신 현금 상환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시장금리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과도한 이자비용을 부담하기보다 현금으로 상환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회사채는 2015년 11월 발행한 금리 2.40% 물량으로, 당시 한은 기준금리는 1.50%였다.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00%으로 당시보다 2배가 높아 발행 부담이 크게 높아졌다. 여기에 기관 투자자들도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PC) 미상환 사태 등에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회사채 시장이 전반적으로 얼어붙은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완성차 업종에 대해 반도체 수급난 완화와 고환율 등으로 다른 업종보다 환경이 우호적이라고 봤지만, 기아도 결국 현금 상환을 택하면서 완성차·부품사들이 자금 경색에 시달릴 것이란 우려가 확산된다.

당장 완성차와 부품 상장사들은 내년 2조2000억원 이상의 만기 회사채를 막아야 하는 처지다. 기아는 내년 4월 4800억원, 현대차는 5월 39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각각 돌아오고, 한온시스템(4600억원), 현대위아(4500억원), HL만도(1400억원), 성우하이텍(700억원), 화신(350억원), 두올(300억원), 대유에이텍(230억원), 서연이화(200억원), 명신산업(100억원) 등도 내년에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특히 이들 중 현대차·기아 물량을 포함한 1조7700억원은 2020년 코로나19 당시 유동성 확보를 위해 발행한 물량이다. 차환 발행시 금리 부담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한은 기준금리는 최저 0.5% 수준으로, 현대차·기아의 발행금리는 각각 1.74%, 2.01%이고, 중견 부품사들은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으로 주로 발행한 덕에 2% 내외의 금리가 형성됐다. 지금과 비교하면 금리가 배 이상 차이가 난다. P-CBO는 신용보증기금의 보증 지원을 받아 발행한 사모사채를 말한다.

발행금리 부담에 따른 현금 상환도 여의치 못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은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고 금리·환율 등도 당분간 고점을 이어갈 전망이어서 각 업체들은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는 추세다. 유동성이 넉넉한 편인 현대차의 경우도 올해 투자 계획을 연초 제시한 9조2000억원에서 8조9000억원으로 축소하며 우선 자금 확보에 주력하기로 했다.

그나마 자금 사정이 풍부한 완성차나 대형 부품사는 현금으로 부채를 상환하며 버틸 여력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중소·중견 부품사들은 현금 부족에 은행 대출도 쉽지 않아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설령 대출을 받더라도 현 금리 시장을 감안하면 변동금리 적용 시 앞으로 이자 부담이 더 커질 개연성이 높은데, 이를 포함해도 유동성을 확보할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게 완성차·부품 업체들의 불안 요인이다.

조성환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정책실 팀장은 "대체적으로 현금이 말라있는 상태에서 그나마 상장사들은 채권 발행에 더해 은행 대출 등으로 자금 조달을 다양화하고 있다"며 "일반 기업들은 어음이나 대출 외에 마땅한 조달 수단이 없는데, 대출 한도가 이미 차 있는 데다 대기업들도 대출에 나서다 보니 조달 창구가 더 좁아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기업들은 내년 투자나 고용을 줄이는 등의 보수적 경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거나 업종 전환 등이 필요한 기업들에 유동성을 확보해 주는 정부의 핀셋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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