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이상민·윤희근…野 "사퇴할 사람 사퇴해야" 항의(종합2보)
野 "추모 기간 끝나면 진상조사해 책임자들 법적 책임 물을 것" 예고
(서울=뉴스1) 전민 박동해 박종홍 기자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1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소방청 등 주무부처 국회 업무보고에서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이 자리에서 "사고 예방 등 조치가 미흡했다"고 사과했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삼아 더욱 사고수습과 사고원인 규명에 주력하고 대형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혼신의 힘과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국민 여러분께 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장관은 "이번 사고의 충격으로 이 시간 병상에서 치료와 고통을 받고 계신 분들의 빠른 회복과 쾌유를 기원한다"며 "국무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아들과 딸을 둔 한 아버지로서 이번 사고가 너무 허망하고 안타깝다"고 했다.
논란을 빚었던 '인력배치 발언'과 관련해서는 "경찰의 사고원인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섣부른 추측이나 예단은 삼가야 한다는 취지에서 드린 말씀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슬픔에 빠져있는 국민 마음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며 "이 점 다시 한번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업무보고를 통해 "사고 당일 오후 6시34분경부터 현장 위험성과 급박성을 알리는 112 신고가 11건 접수됐지만 사고 예방 등 조치가 미흡했던 것으로 확인했다"며 유감을 공식 표명했다.
다만 사전 예방 조치와 관련해서는 "용산경찰서에서 핼러윈 축제에 대비해 각 기능을 망라한 합동순찰팀을 구성했고, 서울지방경찰청의 인력을 지원해 코로나19 이전보다 많은 총 137명을 배치했다"며 "이태원 일대에 112를 비롯한 치안 수요 폭증에 대비해 이태원 파출소 인력을 평상시보다 대폭 증원하는 한편 관할구역을 임시 조정해 대비했다"고 했다.
그는 "경찰은 이번 사고 통해 국민의 안전에 대한 무한 책임을 다시 한번 통감하면서 이와 같은 비극적인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경찰 조치의 미비점에 대해 철저한 규명과 엄정한 조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부 야당위원들은 현안질의 없는 업무보고 방식에 대해 항의를 쏟아내기도 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책임을 지지 않고 조용히 추모만 하라는 윤석열 정부의 방침에 행안위가 들러리 서는 것을 동의할 수 없다"며 "당연히 따져 묻고 확인해야 할 것을 정쟁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진석 민주당 의원 등도 회의 방식에 불만을 나타내며 이 위원장을 향해 항의했다.
야당 간사인 김교흥 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다음주에 현안질의를 하기로 잠정적으로 합의했지만, 이상민 장관의 보고가 너무 평이했으며, 언론에서 볼 수 있는 수준이었다"며 "행안위가 다음주 현안질의를 통해 국민들에게 명명백백히 밝히고, 진상 규명을 토대로 향후 이런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반드시 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당 간사인 이만희 의원도 "관계기관들이 조기사고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 위해 별도의 현안질의 시간을 갖는 것이 조금은 이른 감이 있지만, 차후에 간사 간 협의를 통해 사고원인 규명과 수습과정 설명, 재발방지를 위한 말씀을 드리고 티끌 하나 남김없이 공개해 말씀드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당은 이상민 장관 등의 사퇴를 촉구하는 한편 향후 강도 높은 책임추궁을 예고했다. 민주당 소속 행안위원들은 회의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추모 기간이 끝나면 사태를 점검하고 현안질의를 통해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사람은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진정한 사과도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교흥 의원은 "사퇴해야 할 사람은 사퇴해야 한다. 이 부분은 분명히 민주당이나 행안위에서 갈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이성만 민주당 의원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겨냥해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각 정부 주체들의 인식이 잘못돼 있는 것은 분명 확인했다"며 "그런 인식을 가진 사람들은 장관 자격이 없고, 당연히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당 이해식 의원도 "이태원 할로윈 축제는 올해 처음 실시한 축제가 아닌 십수년간 계속된 축제고, 용산구나 서울시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축제고 안전관리대책을 세워왔던 축제"라며 "그런데 주최자가 없는 축제여서 법적 미비점이 있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이 없다 주장하는 건 정말 손으로 해를 가리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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