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짝만 남은 신발·흙 묻은 옷… 주인을 기다리는 신분증 [이태원 핼러윈 참사]

장한서 2022. 11. 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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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1시쯤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

이곳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참사' 유실물 센터에는 희생자들의 유실물들이 놓여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용산경찰서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전날 저녁부터 오는 6일 오후 6시까지 유실물 센터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전날 마련된 유실물 센터는 이날 오전부터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당시 참사 현장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수습하기 위해 모여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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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압사 참사’ 상흔 보인 유실물 센터

‘흙 먼지 묻은 치마’, ‘짝없는 구두’, ‘뜯긴 이어폰’, ‘피 묻은 외투’, ‘주인을 기다리는 신분증’…

1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관련 유실물 센터에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수거한 신발이 놓여져 있다.    공동취재사진
1일 오후 1시쯤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 이곳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참사’ 유실물 센터에는 희생자들의 유실물들이 놓여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얼룩이 진 옷이나 망가진 안경, 짝이 없는 신발 등은 당시 혼란스럽고 참혹했던 현장의 모습을 짐작게 했다. 이 실내체육관은 지난 29일 밤 사고 직후 잠시 희생자 45구의 시신이 안치됐던 곳이기도 하다. 

서울용산경찰서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전날 저녁부터 오는 6일 오후 6시까지 유실물 센터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유실물은 가방 124개, 옷 258벌, 신발 256켤레 등이다. 한 짝밖에 없는 신발도 66켤레나 된다. 핸드폰 등 전자제품을 포함 총 860점의 유실물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무게만 총 1.5t이다.

1일 오후 서울 용산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관련 유실물 센터에서 경찰들이 유실물을 관리하고 있다.   뉴시스
이곳에 놓인 유실물들은 하나같이 흙과 먼지 등 얼룩이 묻어 있는 상태였다. 여기저기 망가진 핼러윈데이 파티용품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당시 인파에 휩쓸려 나뒹굴고, 밟히는 등 참사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이날도 경찰 관계자는 유실물이 들어 있는 상자를 옮기며 정리하고 있었다. 신분증이 든 가방처럼 주인이 확인된 물건에는 이름표가 붙었지만, 여전히 많은 유실물에는 번호만 적혀 있었다.

전날 마련된 유실물 센터는 이날 오전부터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당시 참사 현장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수습하기 위해 모여들기 시작했다. 유족으로 추정되는 한 가족이 한 물건을 찾은 뒤 오열하는 모습도 보였다.

깁스하고 이날 나타난 장모(21)씨는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생존자’다. 아직 그날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잃어버린 가방을 찾기 위해 이날 지친 얼굴로 유실물 센터를 찾았다.

1일 서울 용산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관련 유실물 센터에 사고 현장의 유실물들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장씨는 참사 당시 친구 1명과 주점에서 나오는 길에 인파에 밀려 사고가 난 이태원 해밀톤 옆 골목으로 휩쓸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아랫부분에 깔렸는데, 하반신은 위로 덮친 다른 행인의 몸에 짓눌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였다. 상반신을 움직여 간신히 빠져나왔지만, 왼쪽 다리에 골절상을 입어 병원 치료 중이다. 장씨는 “운이 좋게도 다리만 깔려 살아 나왔다”고 했다. 그는 “숨이 막혔는데 몸이 안 빠졌었다. 어떤 분이 빼주시려고 했는데 잡을 새가 없어 손에 쥔 가방을 놨다”며 “살아남게 돼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파가 너무 많아져 빨리 빠져나가야겠다고 생각하던 와중에 사람들에 휩쓸려 그 골목길까지 가게 됐다”면서 “나는 다행히 밤 11시쯤 구조가 됐지만, 주변에는 이미 정신을 잃은 사람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가 되찾은 작은 손가방은 길바닥을 나뒹굴고 누군가에게 밟힌 듯 여기저기 흙먼지가 묻어 있었다.

지난 29일 밤 서울 이태원에 핼러윈데이 파티에 맞춰 수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핼러윈을 맞아 보행로 폭이 좁은 경사로 골목길에 인파가 몰린 뒤 차례로 넘어지면서 사람이 겹겹이 쌓이는 참사가 일어났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사망자는 156명으로 집계됐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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