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얼라이언스’ 출범…국내 이차전지 산업에 2030년까지 50조 투자
배터리 소재 확보 민관 공동 대응 추진
연내 ‘핵심 광물 확보 방안’ 마련키로
배터리 R&D에 20조 투자…“포트폴리오 확대”
반도체에 이어 한국의 차세대 주력 산업이 될 것으로 꼽히는 이차전지 분야의 초격차 역량 확보를 위해 민·관이 손을 잡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제3차 산업전략 원탁회의’를 개최하고 2030년 이차전지 세계 최강국 지위 달성을 위한 ‘이차전지 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는 최윤호 삼성SDI 대표, 지동섭 SK온 대표, 이방수 LG에너지솔루션 사장, 김흥수 현대차 부사장, 민경준 포스코케미칼 대표, 오정강 엔켐 대표, 장사범 고려아연 부사장 등 배터리·자동차·소재 핵심 기업의 CEO가 대거 참석했다.
정부는 이날 ‘이차전지 산업 혁신전략을 통해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 확보 ▲천단기술 혁신과 R&D 추진 ▲건실한 국내 산업 생태계 구축을 핵심축으로 2030년까지 세계 이차전지 시장의 점유율을 40%로 확대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윤석열정부는 이차전지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보고,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 27일 전체 공개로 진행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으로 가장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이 배터리 업종”이라며 “이차전지를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전 세계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국내 기업의 배터리를 받기 위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고 말해도 될 정도로 업종이 호황”이라며 “우리 기업이 수주한 금액이 560조원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이차전지 산업 육성을 위해 핵심 광물을 적시에 공급하기 위한 종합적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고 주문하자, 이 장관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비롯한 이차전지 산업 대책을 11월 중 발표하겠다”고 했다.
◇ 美 IRA 제정 등 배터리 시장 환경 변화…K-배터리 ‘원팀’ 대응키로
정부와 기업들은 이날 회의에서 이차전지 산업에 필수적인 배터리 핵심 광물을 확보하기 위한 ‘배터리 얼라이언스’를 구축하기로 했다. 현재 기업들은 각 개별 기업 단위로 주요 원산지의 업체와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배터리 핵심 광물을 확보하고 있다. 정부는 정상외교 계기에 한국 기업과 현지 광물업체가 공급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제정하고,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하거나 가공된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한 배터리에 한해 전기차 세액공제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개별 기업이 대응하기에는 벅찬 상황이 됐다. 이에 정부와 민간은 이날 회의에서 핵심 광물 확보와 관련한 민관의 역량을 하나로 총결집한 ‘코리아팀’을 구성하고 역할을 분배해 체계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리튬과 니켈 등 배터리 소재용 광물 개발 프로젝트는 광해광업공단이나 정부가 확보한 뒤 민간에 제안해 민·관이 사업성을 함께 검토한다. 확보한 광물을 정제처리해야 하는 경우, 배터리 얼라이언스에 속한 제련 기업이 나서게 된다. 이 같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재정은 정책금융기관인 무역보험공사나 수출입은행이 대출 또는 보증을 지원한다. 정부는 이러한 연대 대응으로 중국에 몰린 광물 투자를 호주나 캐나다, 칠레 등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로 돌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배터리 얼라이언스의 논의 내용과 업계의 수요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핵심 광물 확보 방안’을 연내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용후 배터리 산업 육성 등 배터리 순환 체계 구축 작업도 추진한다. 우선 사용후 배터리의 회수·유통·활용을 관리하는 체계를 민간 주도로 마련한다. 그동안은 보조금을 수령한 전기차에 대해선 폐차시 배터리를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반납하도록 했지만, 2021년부터 반납 의무가 폐지되면서 사용후 배터리 관리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이차전지 업계 주도하에 사용후 배터리 통합관리체계 초안을 마련하고, 법제화를 검토하기로 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사용후 배터리의 무단 폐기와 해외 반출을 막기 위한 배터리 전주기 이력 관리 체계도 구축한다.
◇ 기업 “이차전지 산업에 2030년까지 50조 투자”
이차전지 초격차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R&D 지원도 대폭 확대한다. 이날 회의에서 민관은 2030년까지 배터리 핵심 기술 개발에 총 20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뜻을 모았다. 구체적으로 정부가 시드머니 격으로 1조원의 투자하고, 기업이 19조5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우선 현재 주력 제품인 삼원계 배터리의 성능을 고도화해 1회 충전 주행거리를 800km로 늘리고, 2026년 상용화를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이 주력하지 않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와 비(非)리튬계 배터리 등에도 투자해 기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각 핵심 기술이 국내에 축적되도록 이차전지 전용 R&D 센터와 신기술을 적용한 최첨단 생산기지도 조성하기로 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충북 지역에 업계 최초 4680 배터리(지름 46mm에 높이 80mm의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신축한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지고 있다. 향후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도 국내에서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SK온은 니켈 함량이 94% 수준인 하이니켈 배터리를 2024년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기업들은 R&D 투자 19조5000억원 외에도 시설 투자에 30조5000억원, 총 50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시설 투자 확대로 국내 생산능력은 현재 대비 2025년까지 배터리는 1.5배, 양극재는 3.2배, 음극재는 2.1배로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기업의 투자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국내외 설비투자에 대해 총 5조원의 대출 및 보증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1조원 규모의 투자펀드를 연내 출시하고, 세제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창양 장관은 “주요국의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으로 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지금의 위기는 오히려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민·관 공동의 전략적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산업계와 정부가 배터리 얼라이언스로 원팀이 돼 배터리 산업의 미래를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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