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사흘만에 고개 숙인 이상민·박희영·윤희근…경찰 “대응 미흡” 사과 [이태원 핼러윈 참사]

구현모 2022. 11. 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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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책임감 느낀다”…경찰, 진상규명 약속

최소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압사 참사에 대해 ‘면피성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이 사과했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대처가 미흡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야당과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커지자 참사가 일어난 지 사흘 만에 사과한 것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 앞서 “국민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이 자리를 빌려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번 일을 계기로 삼아 더욱 사고수습과 사고원인 규명에 주력하고 대형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혼신의 힘과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국민 여러분께 드린다”고 밝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사고 현안 보고를 마친 뒤 퇴장하며 취재진에게 둘러싸여 있다. 연합뉴스
앞서 이 장관은 사고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긴급 브리핑에서 “(이번 핼러윈 기간은) 코로나19가 풀리는 상황이 있었지만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예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었다”면서 “경찰·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발언이 나온 직후 재난 주무부처인 행안부 장관으로서 책임을 피하기 위해 면피성 발언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사고 당일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이용객만 약 13만명으로 예년보다 30% 가까이 증가한 점으로 보아 특별히 많은 인파가 모이지 않았다는 이 장관의 발언 역시 사실과 달랐다.


이에 대해 야당은 물론 여당 쪽에서도 우려스러운 태도라는 지적이 일었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이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경찰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한 장관부터 당장 파면해야 한다”며 이 장관을 직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이날 “경찰의 사고원인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섣부른 추측이나 예단은 삼가야 한다는 취지에서 드린 말씀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슬픔에 빠진 국민 마음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며 “이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 10월 31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핼러윈’은 축제가 아닌 현상이라 말해 논란이 커졌던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박 구청장은 1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먼저 관내에서 발생한 참담한 사고에 대해 구청장으로서 용산구민과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스럽다”고 했다. 이어 “갑작스러운 사고에 자식을 잃은 유가족 여러분을 생각하면 저 역시 애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불행한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박 구청장은 “지금은 사망자와 유가족을 위한 추모와 위로의 기간이고 장례절차 및 부상자 치료 지원 등 사고수습에 만전을 기해야 할 시기”라며 “애도 기간이 끝나고 사고수습이 완료되면 구청 차원에서 사전 대응에 미흡한 부분은 없었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향후 면밀한 대책을 수립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 구청장은 전날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취재진에게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며 “이태원 핼러윈 행사는 주최 측이 없어 축제가 아니라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말해 비판이 쏟아졌다. 또한 참사 이후 “사상자 가족께 깊은 애도와 위로를 드린다”고 밝힌 적은 있으나 사과의 뜻을 밝혀진 않았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현안 보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도 이번 참사에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사고 관련 경찰청장 브리핑’을 열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청에는 독립적인 특별기구를 설치해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청장은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사고 관련 경찰청장 브리핑’을 열고 경찰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윤 청장은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에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 신고가 다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며 “사고 발생 이전부터 많은 군중이 몰려 사고의 위험성을 알리는 급박한 내용들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112 신고를 처리하는 현장의 대응은 미흡하다고 판단했다”며 “관련 내용은 국민들께 소상히 공개하겠다”고 했다. 

또한 이번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기구를 설치하고 감찰과 수사를 진행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윤 청장은 “특히 112 신고를 받고도 제대로 조치했는지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하겠다”며 “112 신고 처리를 포함해 전반적인 현장 대응의 적정성과 각급 지휘관과 근무자들의 조치가 적절했는지 등도 빠짐없이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청장은 또 “(진상규명) 결과가 나왔을 때 어느 시점이 됐든 그에 상응한 처신을 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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