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사흘만에 고개 숙인 이상민·박희영·윤희근…경찰 “대응 미흡” 사과 [이태원 핼러윈 참사]
최소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압사 참사에 대해 ‘면피성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이 사과했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대처가 미흡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야당과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커지자 참사가 일어난 지 사흘 만에 사과한 것이다.
그러나 발언이 나온 직후 재난 주무부처인 행안부 장관으로서 책임을 피하기 위해 면피성 발언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사고 당일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이용객만 약 13만명으로 예년보다 30% 가까이 증가한 점으로 보아 특별히 많은 인파가 모이지 않았다는 이 장관의 발언 역시 사실과 달랐다.
이에 대해 야당은 물론 여당 쪽에서도 우려스러운 태도라는 지적이 일었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이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경찰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한 장관부터 당장 파면해야 한다”며 이 장관을 직격하기도 했다.
박 구청장은 1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먼저 관내에서 발생한 참담한 사고에 대해 구청장으로서 용산구민과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스럽다”고 했다. 이어 “갑작스러운 사고에 자식을 잃은 유가족 여러분을 생각하면 저 역시 애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불행한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박 구청장은 “지금은 사망자와 유가족을 위한 추모와 위로의 기간이고 장례절차 및 부상자 치료 지원 등 사고수습에 만전을 기해야 할 시기”라며 “애도 기간이 끝나고 사고수습이 완료되면 구청 차원에서 사전 대응에 미흡한 부분은 없었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향후 면밀한 대책을 수립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청장은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사고 관련 경찰청장 브리핑’을 열고 경찰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윤 청장은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에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 신고가 다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며 “사고 발생 이전부터 많은 군중이 몰려 사고의 위험성을 알리는 급박한 내용들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112 신고를 처리하는 현장의 대응은 미흡하다고 판단했다”며 “관련 내용은 국민들께 소상히 공개하겠다”고 했다.
또한 이번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기구를 설치하고 감찰과 수사를 진행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윤 청장은 “특히 112 신고를 받고도 제대로 조치했는지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하겠다”며 “112 신고 처리를 포함해 전반적인 현장 대응의 적정성과 각급 지휘관과 근무자들의 조치가 적절했는지 등도 빠짐없이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청장은 또 “(진상규명) 결과가 나왔을 때 어느 시점이 됐든 그에 상응한 처신을 하겠다”고 밝혔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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